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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보약 같은 합창의 따스한 하모니 “친구야 나의 친구야”

제6회 올드보이스 콰이어 정기연주회 관람기

 

사람들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언제 느낄까? 높푸른 하늘, 서늘한 바람, 단풍, 낙엽 등 아마도 자연에서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 반팔 옷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새 긴팔 옷이 어울린다. 취침 전에는 찬바람을 막으려고 베란다 창문을 닫는다. 긴팔과 긴바지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든다. 이부자리는 벌써 겨울용으로 바뀌었다.

 

또 한 가지. 합창단 지휘자 송흥섭 친구로부터 오는 정기연주회 초대장이다. 그러면 학창시절 배웠던 가곡을 혼자 흥얼거린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아아 아아아, 가을인가 봐. 물통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속이지’ 그러면서 가사를 바꾸어 본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아아 아아아, 음악회 가야지’ 가을 음악회에 가서 음악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는 것이다. 나의 품성을 닦는 기회다.

 

‘올드보이스 콰이어’ 제6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렸다. 올드보이스 콰이어는 노래를 사랑하는 중·장년 남성으로 구성,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이 합창단은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웃사랑 실천은 물론 외로이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드리는 일을 계속해 왔다. 지역사회에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2013년 창단했다.

 

이번 정기 연주회 타이틀은 “친구야 나의 친구야”다. 1부에서는 ‘가을의 노래’ ‘나의 친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한국곡을, 2부에서는 ‘신의 영광’ ‘영화롭도다’ ‘여호와는 위대하다’등 성가곡을 선사했다. 3부에서는 ‘향수’를 비롯 ‘세시봉 메들리’ ‘잊혀진 계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우리와 친숙한 그리운 노래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또한 소프라노 김은경은 ‘첫사랑’을, 정해일 등 4명의 클라리넷·오보에 연주자들이 우정출연으로 ‘클라리넷 폴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연주하여 만석의 관객들로부터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이번 연주회에서 인상적인 것 몇 가지가 있다. 타이틀에 걸맞게 한국가곡 ‘나의 친구’(전희도 곡)가 선보였다. 곡중 솔로로 박용선이 불렀는데 곡을 직접 받아서 이 무대에서 처음 부른 것이다. 데뷔곡이 된 셈이다. 평생을 같이할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나이가 60을 넘다보니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하다. 직장 친구들은 은퇴와 동시에 멀어졌다.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관객들로부터 가장 환영을 받은 것은 역시 우리 귀에 익은 그리운 노래다. 양원섭과 한규용이 부른 ‘향수’는 우리가 늘 듣던 노래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바리톤의 굵은 목소리와 테너의 미성(美聲)이 조화를 이룬다. 이 두 분은 중등학교 음악교사 출신이다.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성악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또 합창단원이면서 오보에 연주자인 김지빈(경기페스티벌오케스트라 대표). 그는 오늘 1인 2역을 하고 있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관객도 즐겁게 따라 부른 것은 ‘세시봉 메들리’다. ‘왜 불러’ ‘한번쯤’ ‘조개껍질 묶어’ ‘저 별은 나의 별’ ‘사랑하는 마음’ 등을 관객과 합창한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지휘자가 바뀐 것이다. 합창단 지휘자 송흥섭은 단원 옆으로 가고 합창단원이 앞에 나와 지휘를 한다. 그것도 경쟁하듯이 여섯 명이 지휘를 한다. 지휘자처럼 하는 분도 있지만 엉터리로 하는 분도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관객에게 음악을 통해 재미를 주려는 것이다. 송 지휘자는 한술 더 떠서 진지하게 말한다. 우리 합창단에 부지휘자가 없는데 서로 하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선정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여섯 분을 동시에 나오게 하여 차례대로 지휘를 하게 한다. 다음에 관객들의 박수로 점수를 매긴다고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웃음을 주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내가 아는 가요에 ‘보약 같은 친구’(노래 진시몬)가 있다. 가사를 보면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보약 같은 친구.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이 가을에 보약 같은 연주회 소식을 전해 주는 친구가 있어 좋다. 음악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반겨주는 보약이다. 무대에 출연한 중장년 33명의 합창단원의 중후한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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