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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신갈나무 투쟁기

나무는 씨앗을 낳고 씨앗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다시 씨앗을 낳는다. 봄빛은 잎과 꽃을 만들고, 꽃은 열매를 만들고, 잎은 열매를 키우고, 여름빛은 열매를 살찌우고 ..... 열매는 이제 가을바람을 기다린다. p.14

 

『신갈나무 투쟁기』의 주인공은 비교적 높은 곳에서 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의 한 종류이다. 신갈나무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전체 숲의 면적 중에서 소나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지은이는 예상하고 있다.

 

가을 산에 오르다 만나는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를 통칭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 도토리가 자라는 과정을 나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리하고 있다. 어미 나무는 소나무들 틈에서 숱한 고난을 견디며 키워낸 도토리를 최대한 멀리 떠나보낸다. 어미나무의 곁을 떠난 열매들이 시간의 변화를 통해 멋진 청년 나무로 자라나는 과정과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가지 자연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고 재미있게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 삶을 따라가는 것이 무척 즐겁다.

 

전체적 책의 얼개는 ‘세상 밖으로, 생장, 생장을 위한 전략, 겨울나기, 꽃, 적과의 동침, 나무가 있는 숲’ 등의 과정으로 나누어 신갈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힘든 여정을 겪어왔는지 과학자의 눈으로 본 영웅의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평화롭게 보이는 숲이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알려주고자 한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처녀 시절까지를 아주 깊은 산골에서 성장하셨다. 큰 산을 몇 개 넘어 면소재지 가까운 동네로 시집 오셔서 처음 전깃불을 보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을이면 인근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 산촌에서 만들어 먹던 묵을 쑤시곤 한다. 내 입에는 좀 떫은맛이 나는데도 맛있다고 하시며 도토리가 지천이던 어릴 적 이야기를 해 주시곤 하셨다. 어머니께서 줍던 도토리의 성장 이야기가 『신갈나무 투쟁기』이다. 새로운 숲의 주인이 되는 젊은 신갈나무도 한 알의 도토리에서 나온다. 놀라운 이야기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아직은 미숙하고 실수투성이로 보이지만, 젊은 숲의 주인으로 성장할 뜨거운 떡잎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네들이 뿌리를 내리기를 기다릴 수 있어야 어른이 아닐까? 오늘 장난을 치며 교실 뒤에서 뒹굴었던 한 학생이 떠오른다. 녀석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였는데, 그 애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않은 어린 도토리(?)가 아닐까? 혼자서 이 글을 쓰면서 반성을 해 본다. ^^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 전승훈 지음, 지성사, 2009(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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