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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 분필과 칠판은 사라져도 교육의 중심은 ‘교사’

2020년, 올해 초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새 학기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휴업이 지속되고, 곧이어 온라인개학이라는 이전에 경험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교육틀을 접하면서 교육주체는 물론이고 사회·경제 전 분야에 새로운 기준의 도입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그리하여 2020년 4월 9일은 우리나라 교육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최초의 근대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교사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교육도구인 ‘분필과 칠판’을 벗어난 수업의 시작, 바로 온라인 원격수업의 시작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었던 교육도구의 강제적 전환은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과제였습니다.

 

이후 지속되는 진통 속에서 교사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K-에듀’라고 칭할 만큼 타국에 모범이 될만한 교육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그 도전과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원격수업이 시행되고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원격수업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과거를 뒤돌아보며

지난 4개월간 교육계의 노력과 고군분투의 과정을 뒤돌아볼까요? 안정적인 원격수업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여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초기 혼란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모두가 합심하여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모든 교육 주체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교사를 가장 큰 공로자로 손꼽고 싶습니다. 교사는 교육 최전선에서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교육틀을 구축해야 했으며, 일관되지 못한 정책과 지침에 분노하면서도 지침 내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꾸려나갔고, 인프라와 장비가 부족한 가운데에서 각자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여 장애물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습니다.

 

시행 초기, 교육부는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일관되지 못한 정책과 지침 전달로 교사들의 질타를 견뎌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각 학습플랫폼의 서버 확충과 시스템 안정화를 도모하며 꾸준히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원격수업을 정상화,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최소화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의 협조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학부모의 경우 아이들의 과제수행과 학습활동을 바로 옆에서 돌보고 가정학습을 이끌어 가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분담받았지만, 교사와의 협력과 학교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 학습 환경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합니다.

 

비록 순탄치는 않았지만, 초기 원격교육이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생성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 노력한 각 교육주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학교·학생·학부모 모두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원격교육의 현재를 바라보며

이제 원격교육은 비교적 안정적인 진행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일정한 루틴에 익숙해진 교육현장은 차분하게 온라인교육과 오프라인교육을 번갈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안정화되었다고 단정 지을 근거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계의 패러다임 전환과 지각변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코로나와 함께 하는 생활은 당연시될 것이며, 디지털교육은 전통적 교육방식과는 다른 보편적 교육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특히 교육은 국가중추사업이기에 교육의 틀이 변화하면 이를 중심으로 마치 소용돌이처럼 산업계와 그 하위구조들이 변화를 이어가게 됩니다. 학교·교육산업·교육부가 주요소로 자리 잡는 에듀테크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성장을 이어나가면서 디지털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입니다.

 

 

디지털교육의 확산을 소망하며

최근 정책회의 중 한 교수님께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하셨습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업 명칭을 원격수업이 아닌 디지털수업이라 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수업을 원격수업이라 칭한다면 이는 마치 코로나사태가 진정되고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순간 끝나게 될 보완재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온라인수업의 경험을 미래교육에 대입시킬 준비를 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원격이 아닌 디지털교육을 준비할 시기이지요.”

 

이전부터 우리는 공교육 위기라는 지적을 받을 때 마다 수능입시체제와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원망하며 그 탓을 외부로 돌려 왔습니다. 만약 디지털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공교육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정 공교육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사교육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디지털교육은 그 차별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와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현직교사가 앞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야 할 때 내가 과연 알맞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실력과 지식을 겸비할 수 있을 것인가란 두려움 혹은 걱정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교육의 보조수단일 뿐입니다. 교육내용과 목표 그리고 방법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도구의 틀을 빌려 실체화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술에 방점을 두지 않고 그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배움이 이뤄질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미래교육 그리고 디지털교육에 대처할 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와 학교의 혁신

‘선생.’ 과거엔 먼저 태어났으니 그만큼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기회를 더 많이 가졌을 것이며, 후세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이기에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이를 이렇게 칭하였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선생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으로부터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제때 받아들이지 못하면 후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는 사회에 살아남고 리더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사가 먼저 디지털시대에 적응해야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에는 학교도, 교사도 사라질 것이다. 네 맞습니다. 학교도, 교사도 사라질 테지요. 만약 변화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사실 저는 학교와 교사 모두 형태와 정의가 달라지더라도 교육은 역시 미래의 중심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단, 교사 역시 변화에 적응하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그동안의 습관과 루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식전달 교육방식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빅데이터와 에듀테크를 활용한다면 학생의 학습 결과와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화된 피드백이 가능할 것이며,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사는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정보의 순환과 공급 형태가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삶의 지혜와 기준은 바뀌지 않으며 교사는 지식전달뿐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식 외의 가르침도 행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역시 교수·학습이 이뤄지는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협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탈바꿈해야 합니다. 학습활동 장소는 더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근대학교는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의 유효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곳이었으며, 일괄적인 기준에 의해 분리되고 정형화된 공간이었지만, 미래사회는 더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소모재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고와 창의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교도 기능적 수정을 가해야 합니다.

 

물론 여전히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교사와 교육부가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듯이 교육체제의 개편과 교육현장의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계 각 분야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교육체제를 맞이하면서 한국의 미래 인적자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K-에듀라 칭할만한 미래교육의 표본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항상 비슷한 논의의 자리에서, 그리고 같은 방향성을 가진 교육자들과 늘 공유하는 이야기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는 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구와 기술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지식전달이 교육목표 중 하나이긴 하지만 지식전달 외에도 더 넓고 가치 있는 교육의 지향점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될 것입니다. 미래교육도, 디지털도구도 모두 교사의 머리와 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미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면 여전히 선생으로서, 그리고 선지식인으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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