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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취업보다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지난 2018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와 대학 졸업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임금 격차를 넘어섰다. 2016년 기준 한국 성인(25∼64세)의 학력별 임금을 살펴보면 고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전문대 졸업자 임금은 116, 대학 졸업자는 149, 대학원 졸업자는 198이었다. 전문대졸자 임금은 OECD 평균(123)보다 낮았지만,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는 OECD 평균(각 144,191)보다 높아 고졸자와의 임금격차 역시 OECD 평균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5~29명 사업체에서 일하는 고졸 이하 노동자의 중위임금은 2508만5천원인 반면, 대졸 이상 노동자는 그보다 1.4배 많은 3521만3천원이었다. 이 격차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30~99명 1.7배, 100~299명 1.7배, 300~499명 1.75배로 갈수록 벌어지다가, 500명 이상 사업체에서 1.42배(고졸 이하 4780만6천원, 대졸 이상 6802만9천원)로 다시 줄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같은 임금차별이 교육은 우리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역대 정부와 교육당국은 과열 입시경쟁 완화,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많은 대책을 추진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학벌주의 사회와 학력 간 임금 격차가 공고한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학교육과 별도로 직업교육이 확대되고 활성화되는 ‘투트랙 교육체제’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고교를 졸업해 경력을 쌓으면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나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호는 학력에 따는 임금차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임금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제로 교육현장의 고민과 바램을 싣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의 취업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올해 취업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선 특성화고에서는 학교로 전달되는 기업 채용공고가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동아닷컴, 2020.05.22.). 개학 연기로 고3 학생들의 실습수업에 차질이 발생하고 기업들의 채용 일정도 미뤄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의 취업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등록되었다(서울신문, 2020.4.2.).

 

이와 같은 고졸 취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에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직업교육 혁신, 현장실습 안전·권익 강화, 기업 참여 확대, 취업 지원, 포스트 코로나19 대응력 강화 등이다(관계부처 합동, 2020.5.22.). 과거에도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정책을 다양한 차원에서 추진하였는데 이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이러한 고졸 취업정책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교교육의 혁신’, ‘현장실습의 내실화’, ‘양질의 일자리 발굴 및 참여 기업의 확대’, ‘고졸 취업자의 후학습 및 노동시장 정착 지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졸 취업정책은 교육부에서 주도하지만, 관련 내용은 학교교육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회 정책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타 부처의 역할도 중요하다.

 

실제로 <표 1>에 제시된 정책의 세부과제 중에서 교육부(교육청) 단독과제는 68개(35.2%), 교육부(교육청)와 타 부처 연계과제는 35개(18.1%), 타 부처 단독과제는 90개(46.6%)로 타 부처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졸 취업정책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부 이외에 타 부처의 적극적인 역할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실제로 타 부처의 고졸 취업정책에 대한 성과를 분석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

 

고졸 취업정책의 한계와 극복 방안

고졸 취업정책은 교육부 주도로 실행되면서 학교교육 개선과 학생 대상 취업지원에 집중해왔지만, 고졸자가 정착하게 되는 노동시장에 대한 개선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고졸 취업을 양적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기존 고졸 취업정책은 신규 취업한 고졸자 증가로 이어져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25~29세 고졸자의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채창균·양정승, 2015). 고졸 취업의 질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정책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직업교육과 사회이동’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이들이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직업교육의 ‘내용’보다 ‘서열화된 교육구조에서 직업교육의 낮은 위치’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남재욱 외, 2019). 결론적으로 학교와 학생에게 집중된 고졸 취업정책은 고졸자를 포용해야 하는 사회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안재영, 2018).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래지향적인 고졸 취업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졸 취업정책은 단계적으로 ‘고졸 인력양성(교육) → 고졸자 사회 진입(취업) → 고졸자 성장지원(정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의 고졸 취업정책은 고졸 인력양성(교육)과 고졸자 사회 진입(취업)에 집중한 반면 고졸자 성장지원(정착)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그럼 과연 고졸 취업자는 노동시장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 앞서 제시한 남재욱 외(2019)의 연구에서 검증한 바에 따르면 성장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특성화고의 도제학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도제교육에 참여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고급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안재영 외, 2019). 고급기술자로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경력·학력·자격증 중에서 ‘경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요구되는 경력을 조사한 결과, 미숙련자에서 고급기술자로 성장하는 데 약 13년(미숙련→초급기술자(평균 2.6년), 초급기술자→중급기술자(평균 4.0년), 중급기술자→고급기술자(평균 6.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성장경로가 모든 직군, 기업과 사회 안에서 공식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안재영 외, 2019).

 

고졸자의 성장경로를 만들기 위한 방안

이와 같이 고졸자가 노동시장에서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고졸자의 성장경로가 있는가? 성장경로가 있어도 작동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고졸 취업자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고졸 취업정책은 미숙련자가 노동시장에 정착하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고급기술자로 성장하고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의 내실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정책이 요구된다. 첫째, 고졸자의 실질적인 요구를 고려한 노동시장 정착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고졸자는 노동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연령과 경력이 낮기 때문에 직장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영세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기성세대와 달리 정주 요건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또한 후학습에 대한 요구가 높으면서도 남학생들의 경우 군 입대로 인한 경력단절의 위기에도 놓여 있다.

 

따라서 고졸자의 직장적응 지원, 고용환경 및 정주 요건 개선, 후학습 및 경력개발 지원, 경력단절 예방 및 정착 지원 정책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안재영, 2019a). 그러나 현재 청년고용지원정책을 운영하는 고용노동부(2019)의 ‘한눈에 보는 청년고용지원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정책이 장기근속에 따른 보조금 지원정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직장적응지원·고용환경 및 정주 여건 개선·후학습 및 경력개발 지원·경력단절 예방 및 정착 지원의 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안재영 외, 2019).

 

둘째, 산업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고졸자 성장경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고졸자를 채용하는 공공기관에서도 고졸자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승진이나 임금체계가 별도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고졸자가 고급 기술을 다루게 되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관리자로서의 역량도 갖게 된다면 고졸자의 성장경로는 대졸자의 성장경로와 교차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업의 성장경로(승진 시 영향요소)가 NCS 대분류별로 상이하기 때문에(안재영 외, 2019) 산업분야별 성장경로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 내 성장경로를 설정하고 고졸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고졸 일자리의 질을 분석하고 최소 일자리 질 기준을 설정하여 고졸 일자리의 질 관리를 제도화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의 개념에는 ‘임금’과 ‘고용 형태’ 이외에 ‘부가급여’, ‘일의 성격’, ‘자율과 독립성’, ‘승진가능성’, ‘기술향상가능성’등에 대한 판단과 평가가 포함될 것이다(Ritter and Anker, 2002: 방하남·이상호, 2006에서 재인용). 직업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이동성의 동시적 개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청·하청 관계 개선 및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한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개선, 노동시장 임금격차 완화,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기준 마련 및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통한 고용형태별 격차 완화, 최저임금 및 저임금노동자 지원 정책 등이 요구된다(남재욱 외, 2019).

 

넷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직업교육을 통해 고졸자가 실제적인 역량을 함양하고 이를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직업교육 모델로 평가받는 독일의 도제교육은 산업현장으로부터 검증된 도제자격을 기반으로 표준화되어 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독일역량체계를 통하여 노동시장에서의 보상과 성장경로가 구축되어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역량을 중심으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성장경로를 설계할 수 있으며 기업은 검증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안재영, 2019b). 이와 같이 독일은 학교-기업-사회 간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통해 직업교육의 질 관리와 평가·보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한다면 기존 제도 하에서 기득권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저항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사회 내에 공정하지 않음이 존재하고 이것이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여 다양한 사회 구성원 간의 논의와 숙고를 다지는 장을 마련하여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