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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학급당 학생수부터 낮춰라

21세기 지식정보시대로의 대전환과 더불어 교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인 초연결성과 데이터 혁신을 감안하면 학교교육체제도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화두는 학생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이냐에 맞춰질수 밖에 없다. 학생에게 필요로 하는 역량을 교육자들이 길러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교원양성체제개편방안을 들고 나왔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새로운 양성임용체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공론화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결과를 미래 교원 양성 체제 개편 방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범대/교대 학과 통폐합과 개편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원 양성체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교육부는 교원수급계획 조정을 통해 초등교원 채용규모를 줄인다고 밝혔다. 신규임용 규모도 줄어들면서 임용적체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서는 미래 교육에 발맞춰 학과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하고 교육전문대학원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교대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호에서는 교직환경의 변화와 교원 양성 및 채용정책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학생수 만을 잣대로 단순히 교원 숫자만 줄이는 개편이 아닌 미래교육에 대비한 양성과 임용정책을 촉구하는 의미에서다. 정부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과밀학급 해소 등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현행 임용시험제도의 문제점도 함께 짚어본다.

 

 

지난 7월 교육부가 교원 수급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교육청, 교직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오유신, 2020.07.28.). 청와대 민원까지 제기된 상태이다. 그동안 충분한 기초 연구와 논의가 이뤄졌을 텐데 왜 현장은 반발하는 것일까? 교육부가 내세운 것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교육’이 되도록 하기 위해, 나아가 자녀교육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는 교육이 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교육부 정책 수립 배경을 간단히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미래교육 환경 변화 전제에 대한 분석

교육부가 교원수급정책을 새로이 마련하는 이유로 든 것은 1)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 2) 인구구조 변화, 3)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교육으로 전환 등이다. 이러한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1) 상시적인 학교방역을 위한 학급당 적정 학생 수 산정 및 과밀학급 해소, 2) 초등학교 안심학년제, 고교학점제, 기초학력보장 등 교육격차 해소, 3)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교원수급체계(가칭, K-교육 선도형)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정책은 더 많은 교사를 필요로 하는데 핵심 정책 수단은 교원 정원 감축과 신규채용 감축이다.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이라는 정책 목표와 교원 정원 축소라는 정책 수단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정책목표를 설정한 바탕인 환경 변화에 대한 기본 전제, 그리고 정책 내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만일 그 전제나 정책이 타당하지 않다면 정책 목표의 세부 내용과 수단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교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교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자연변인과 정책변인으로 나뉜다. 자연변인이란 단기적인 정책을 통해 직접 변화시킬 수 없는 변인을 말하고 정책변인은 국가의 정책에 결정되는 변인을 말한다. 자연변인도 정책에 의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정책을 통해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 자연변인으로는 취학연령 아동 수, 사회의 거대한 변화 흐름, 정년퇴직자 수 등을 들 수 있다(박남기, 2004).

 

가. 자연변인 – 인구 감소

이번 수요정책에서 주로 감안한 자연변인은 인구구조변화(학생수 급감)와 디지털 전환 및 4차산업혁명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2020.7.23.)에 따르면 2030년 초등학생 수 추계가 226만 명(2018.4월 추계)에서 172만 명(2019.3월 추계)으로 크게 줄었다. 지금계획대로 줄여가도 “공립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경우, 중등은 2018년부터 OECD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초등은 2023년에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 근거에 따르면 교사수를 줄이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별도로 언급할 추가 수요변인 즉, 정책변인에 대한 것이다.

 

나. 자연변인 – 시대 흐름

교육부는 자연변인의 하나인 디지털 전환 및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교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를 비롯한 하이테크 활용과 원격교육 활성화로 교사 수요가줄 것이라는 가정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원격 온라인교육 대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온라인 학습약자에 대한 방치 문제를 완화시키려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인터넷 강의 형태로 동영상을 제공하고 학생에게 학습 책임을 맡기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학생 모두가 제대로 된 원격교육을 받게 하려면 실시간 쌍방향 교육이 되어야 하고, 그 경우에는 중·고등학교라고 하더라도 학급당 20명을 넘기면 안 된다.

 

실제로 미네르바 스쿨도 강좌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 이처럼 초중등교육에서 에듀테크 기반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앞으로 한동안은 인간교사 수요 감축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교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성, 학습격차 심화 문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다. 정책변인 - 학부모 안심학년제, 고교학점제, 기초학력보장 등 교육격차 해소

교사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인으로 정책변인을 들 수 있다. 정부가 예로 들고 있는 세 가지 정책변인은 모두 교사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다. 이외에도 교육 질 제고를 위한 과밀학급 기준 하향 및 명시, 교사 의무책임시수, 교사연구년제, 수습교사제 등등 교사 수요 증가와 관련된 정책은 아주 많다.

 

교육부가 거론한 첫 번째 정책인 ‘학부모 안심학년제’란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학습-안전-돌봄 전 영역에서 책임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제도이다(교육부, 2020.03: 5). 1학년 교실에서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 교육부는 이 방안 대신 예산이 적게 드는 교원자격을 가진 임시 보조교사, 교·사대생 활용 등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전이나 돌봄의 경우에는 임시 보조 인력을 통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본령인 학습(기본 학습 습관 지도, 생활습관지도, 건강 훈련 포함)은 그렇지 않다. 대학교수들에게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임시직 조교가 주어지듯이 초등 1학년 담임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1년 단위로 조교급의 보조교사를 채용할 수 있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추가 예산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대생과 사대생을 활용하거나 학교가 일방적으로 배정한 보조교사를 사용해본 초등교사들에 따르면 이는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임들의 심적·시간적 부담만 늘린다고 한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일반론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교사 수와 더불어 교사의 질과 전문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학부모 안심학년제가 본래의 성과를 내게 하려면 초등 1학년 담임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조사하고, 정책 수단별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추가 예산과 보조 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만 커질 것이다. 교육부의 접근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기르겠다며 홍보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과 서로 충돌한다. 고교학점제, 기초학력보장을 비롯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 개인맞춤형 학습지도·생활지도·진로지도 등을 위한 제반 정책들은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기 전까지는 모두 교사 증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애써 수요 증가 요인을 외면하고 감축요인만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부모가 만족할만한 미래형 공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들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 숙려제를 넘어서는 교육 국민대토론회 필요

교육부는 한편으로는 학생수가 줄었으니 교사수를 줄여야 한다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압력을,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 질 제고를 위해 교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교육청과 교직단체의 강한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나름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 임시 교사와 교대 사대생 활용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추진한다면 자칫 이 정책은 ‘학부모 안심학년제’가 아니라 역으로 ‘학부모 불안학년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기재부와 행안부가 단순논리로 내세우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사수 감축은 세금 부담 국민들의 세금 효율적 사용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도 지역 주민이 크게 줄었지만 복지사업을 위해 공무원은 크게 늘리고 있다.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질 높은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려면 교사 증원이 필요함에도 왜 교육에 대해서만 교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일까?

 

교육부를 제외한 타 부처는 교육 예산 증가를 가져올 교육 질 제고에 대해서는 극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이미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담세자들이 고비용 개인 맞춤형 초중등교육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타 부처의 인식만이 아니라 교육비 부담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바로 프랑스형 국민대토론회이다.

집단 간의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의 권력, 전문가의 권위, 혹은 다수결에 의존하여 정책을 강행할 경우 갈등은 더욱 커지고, 갈등 비용 증가로 사회의 추진 동력은 크게 약화된다. 집단 간의 시각차나 갈등이 문제의 뿌리인 경우에는 1차적으로 교육대토론회를 실시하여 사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국민들 간의 시각 차이와 그 뿌리를 드러내도록 돕는 작업을 해야 한다.

토론회 과정에서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상대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사회 전체의 분별심(分別心)을 줄이게 하는 교육적 과정, 결과의 차이를 극복하는 수준 높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이 바로 국민대토론회이다(박남기, 2017: 259).

 

프랑스는 2003년에서 2004년까지 1년여 동안 “학교의 사명, 학생의 학습 지원, 교육행정체제 개선을 주제로 한 13,000여 회의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여기에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하였다.”(이현, 2018) 디지털 생중계가 활성화된 오늘날에는 이보다 적은 노력으로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다. 교육부 혼자서 타 부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전 국민의 교육문제 인식 제고와 생각 공유를 통해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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