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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의 조건, 점수냐 역량이냐

교원승진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규정이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다. 이 승진규정은 1964년 7월 8일에 제정되었으며, 지금까지 30여 차례 이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정과 보안을 반복하고 있다.

 

교원승진제도는 조직구성원으로서의 교사와 조직 간의 관계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한 교사가 교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상받게 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승진이다. 즉, 한 교사가 교직에 입문한 이후에 자신의 전문성이 축적됨에 따라 보다 많은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도입한 정책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충원의 수단으로 도입한 정책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승진정책은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우리의 경우, 교원승진이라 함은 교사에서 교감, 교감에서 교장으로 직위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터부시 되고 오히려 학교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매도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과 조직에서 승진하고 싶다는 바람이 비판의 대상이 될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교원승진제도가 교직사회의 전문성 향상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데는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원승진제도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될 수 있도록 긍정적 변혁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올 초부터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원승진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승진규정 개정부터 인사제도 전반에 걸쳐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이번 호는 교원승진제도가 최근 들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쟁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지식·기능·가치·태도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실제 생활과 같은 비구조화된 상황의 문제해결과정에서 드러나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해 핵심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변화해가는 학교를 경영할 경영자는 어떤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할까? 현재의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하 승진규정)에 의한 교원의 승진제도로는 학교변화를 견인할 역량을 갖춘 학교경영자를 선발하기가 어렵다. 현재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시행 규칙」(이하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원 승진을 위한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승진규정 제40조에 따른 승진후보자명부에 준하는 교감과정 또는 원감과정 응시 대상자 순위 명부를 작성한 후 그 명부의 선순위자 순으로 관할 교육감 또는 교육부장관이 실시하는 교직과 교양 등에 관한 면접시험을 거쳐 선발된 사람을 지명한다’고 되어 있다.

 

승진규정에 따른 승진후보자명부 작성을 위한 평정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경력평정(평정기간 20년, 70점), 근무성적평정(최근 5년 평정 합산점 중 유리한 3년간 평정 합산점, 100점), 연수성적평정(교육성적평정과 연구실적평정, 30점), 가산점(공통 가산점 4점 및 선택 가산점 10점 이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가지 영역 중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가산점 영역인데 대부분의 승진예정자들은 가산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영역(자격연수성적은 예외)에서는 만점을 받기 때문이다.

 

승진점수에 가장 큰 변별력을 가지는 가산점이 수업역량이나 학교 경영역량에 대한 평정이라기보다 교육정책 실현(근무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근무, 기피 업무수행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가된 평정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가산점 평정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학교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경영자의 역량과는 관련성이 높지 않은 평정항목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시·도교육청별로 시행하는 면접시험도 교직과 교양 등에 관한 구두시험으로 이루어지는데 평가 대상자 대부분이 통과하여 선발의 기능이 미약하고, 또한 평가내용이나 방법이 학교경영자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승진규정만으로는 미래학교를 경영할 역량 있는 경영자를 선발할 수 없으며, 교육감이 시행하는 현재의 면접시험도 학교경영자로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행 승진규정체계를 유지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는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을 위한 면접시험 강화와 역량평가 도입이다.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교(원)감 자격연수대상 선발을 위한 면접시험을 강화하고 역량평가를 도입한다면 학교경영역량을 평가하지 못하는 현행의 면접시험이 갖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역량(Competency)이란 해당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 특성으로 개인이 수행한 직무의 실제적 성과와 관련된 지식·기술·능력·태도·가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McClelland, 1973). 역량평가는 조직 내에서 높은 평가를 올리는 행위를 기준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핵심역량별 행동지표에 근거해 피평가자의 역량을 평가한다(학교장 역량평가 정책연구 보고서, 대구광역시교육청, 2015).

 

역량평가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및 문제점

역량평가 도입의 필요성과 내용 및 방법, 시행상의 과제 및 문제점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현상의 급격한 변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보다 혁신적인 교육환경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미래학교의 모습과 그에 따른 학교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학교에는 이미 미래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이 미래사회를 대비한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미래학교에는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강화되고 학교경영자의 권한 또한 대폭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경영자에게는 더 새롭고 발전된 리더십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역량 있는 경영자를 선발하고 교육하여 학교경영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은 미래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역량평가를 위해서는 역량모델링을 통해 학교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도출·규명하고, 평가지표와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역량의 제시와 그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도구의 개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평가시스템 운영은 학교경영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경영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필요한 역량을 갖추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일례로 모 교육청에서는 역량모델링을 통해 직무분석(학교경영, 교육행정, 장학지도, 인사관리, 시설예산, 관계조정, 기타 등)과 인적역량(태도·능력)에 기반을 두어 비전제시 및 공유, 문제해결 및 위기대응, 인사관리, 성과관리, 조정통합, 의사소통의 여섯 가지를 학교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 도출하고, 이에 합당한 평가도구와 시스템을 개발하여 역량평가를 실행한 바 있다.

 

역량평가의 적용 시점은 세 가지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둘째, 교장 자격연수와 병행, 셋째, 교장 임용(중임 포함) 발령 시 적용하는 것이다. 교장 임용(중임 포함) 발령 시 적용할 경우 이미 교장 자격을 받은 자에게 평가하여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면 학교현장의 저항이 클 것이다. 교장 자격연수와 병행 실시하여 자격 부여 여부를 결정할 경우도 연수과정 운영이 어렵고, 교장 자격연수 대상자로 지명되고 연수를 받은 후 교장 자격을 받지 못하면 만만찮은 반대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학교경영자로서 초입에 들어서는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역량평가를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관할 교육감 또는 교육부장관이 실시하는 교직과 교양 등에 관한 면접시험을 거쳐 선발된 사람을 지명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제4조 제④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앞서 밝힌 대로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매년 실시하는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발을 위한 면접시험에서는 역량보다 승진점수에 따른 순위에 의해 자격연수 대상자가 선발되고, 면접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규정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규정으로 바꾸고 평가내용과 방법 및 시기를 교육감에게 위임하면 각 시·도교육청에서 여건에 맞는 평가내용 및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승진후보자명부에 준하는 교(원)감 과정 응시대상자 순위 명부를 작성한 후 그 명부의 선순위자 중 선발 예정인원의 2배수 정도를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하면 역량 있는 학교경영자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역량평가 도구를 개발·운영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고위공무원단 승진을 위한 평가 시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평가한다는 점에서 시·도교육청도 이런 내용과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역량평가가 승진후보자를 선발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역량개발 연수와 병행하여 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역량과 인성을 갖춘 경영자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고 미래학교를 대비한 학교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역량평가를 시행할 경우 학교현장의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전체적인 취지에는 동의하겠지만 승진문제는 각 개개인에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 또한 현행 승진제도에 또 다른 평가가 도입되어 역량평가 참여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미래교육에 걸맞은 미래학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즈음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