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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에서 인공지능교육을 한다고요?

에듀테크 시대를 연다 ⑤

지난해 11월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부제와 함께 ‘미래의 길을 비추는 인재, 신산업 성장 가속화에 기여할 인재, 그리고 절대다수의 평범한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도 첨언된 채 말이다. 보고서 앞 절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뭔가 두드러지는 성과지표를 앞세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토대로 인공지능시대에도 본질적으로 중요한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 자기주도적 태도 등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하는 교육철학을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본 필자 역시 학교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로서 한마음, 한 뜻을 가지고 어떤 교육적 물음과 비전이 이 속에 녹아있는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자 한다.

 

 

교육정책의 세 가지 키워드

본 보고서에서는 교육정책 방향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감성적 창조. 둘째, 초개인화 학습환경. 셋째, 따뜻한 지능화 정책이 그것이다.

 

첫째, 감성적 창조는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많은 전문가가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의 지적활동과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사회는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 즉, 인간과 인공지능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될 것이며, 인공지능이 바꿔 갈 미래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다양한 철학적 사유에 대해 고민해가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틀을 넘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창의력과 인간 감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오직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으므로 ‘인간’에 집중하는 교육,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교육은 당연한 것이라 보여진다.

 

둘째, 초개인화 학습환경은 ‘학습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는 학교라는 공간의 존재론적 의미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원격수업과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은 학습환경의 자유도를 더욱 높게 만들 것이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력이 학력격차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교육이 일어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목표를 찾고, 의지와 끈기로 학습문제 설정과 이를 해결해 가는 경험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즉, 자기주도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자기주도성은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소통과 협력 속에서 자신의 성장과 타인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따뜻한 지능화정책은 ‘미래교육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빅데이터 시대는 결과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정책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예측과 판단을 토대로 더욱 공정한 사회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착안해 볼 때 다방면의 교육데이터 축척과 연계는 다양한 포용정책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격차가 학생들의 인생격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연계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말 그대로의 ‘따뜻한 지능화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인공지능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발 디딜 틈이 있을까

이렇게 간단하게 살펴본 것처럼 이번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는 대한민국 미래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교육 혁신의 신호탄이 되어 새로운 교육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다만 몇 가지 구체적인 세부방안에서 현장의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유·초·중·고에 ‘인공지능교육’을 도입한다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시대를 잘 살아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공지능교육을 도입한다는 취지는 당연한 정책의 귀결이라 생각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에 기반한 인공지능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설정능력과 창의력을, AI의 기초원리 및 AI 활용과정에서 의사소통과 협업능력을, AI 윤리교육을 통해 비판적사고능력을 함양한다 하니 미래사회의 핵심인재를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역량을 두루 갖추도록 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다만 걱정이 된다면 이러한 훌륭한 취지로 도입되는 인공지능교육이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발 디딜 틈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초등의 경우 ‘정보’교과가 없다. 교과가 없다는 것은 해당과목을 혹은 해당교육을 배울 시간이 없다는 말과 같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되었지만, 의무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교육 시수는 6년 과정 내내 단 17시간이다. 국어는 5~6학년 2년 동안에만 무려 408시간을 배운다. 영어가 처음 시작되는 3학년, 그리고 4학년 2년 동안에 136시간을 배우고 5~6학년이 되면 그보다 많은 204시간을 배운다. 즉, 초등학교에서 영어만 4년 동안 340시간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되었다는 초등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소프트웨어 교육시간은 6년 내내 17시간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인재를 키운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이다. 이런 시점에 인공지능교육이 도입된다 한다. 역시나 ‘정보’교과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일까.

 

보통 이렇게 이야기한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거나 타 교과와 연계한 융합교육으로서 인공지능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실용성이 없는 말인지는 학교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은 크게 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으로 구성된다. 이 시간에 다뤄야 할 범교과 주제는 다시 안전/건강교육·인성교육·진로교육·민주시민교육·인권교육·다문화교육·통일교육·독도교육·경제금융교육·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범주화된다. 이 시간들이 다들 쪼개지고 또 쪼개져 학교교육과정에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상황에 따라 또는 교육철학에 따라 모든 교육활동내용과 시수가 결정되기에.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타 교과와 연계한 융합교육 역시 기존의 정해진 타 교과 시수에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따로 확보하여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말 그대로 이 경우는 교사의 의지에 따라 좌우가 된다는 의미이다.

 

얼마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보’교과를 마련하고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정확하게 확보하지 않은 이상 초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한다는 거창한 말 뒤로 6년 내내 17시간이라는 결과물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인공지능교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인공지능교육 보조교재를 백날 만든 들 무엇 하랴, 그것을 교육할 시간이 없는 것을.

 

학교현장에 온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내년부터 공교육 질 개선과 교육문제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능형 교육 3대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내용인즉슨 학습자 중심 환경을 위해 AI 기반 교과학습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4세대 나이스 구축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AI의 뛰어난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과제이고 해야 할 일이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제약 없이 개별화 수업 및 수준별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AI 기반 교과학습이나 4세대 나이스 구축과 같은 노력은 교사의 행정업무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측면과 학생들의 누적된 학습데이터를 토대로 이를 처리·분석하는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교사에게는 더욱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학생에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인공지능활용 초등수학 수업지원시스템인 ‘똑똑 수학탐험대’가 공개되었을 때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인공지능활용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서비스되고 있는 수많은 IT 기반 학습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타 사교육에서 제공하는 AI 플랫폼보다 우수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그에 따른 교육적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이는 EBSi 인공지능 단추에 큰 기대를 가지고 접근했다가 실망만 했다는 이야기처럼 플랫폼 사업에 드는 막대한 예산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미비하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그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였기 때문에 돈 먹는 하마인 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일이 비단 이번에만 있었던 일인지, 교육계 폴랫폼 사업에서 매번 보였던 고질적인 문제는 아닌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번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 낱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의 고민과 땀방울이 묻어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모두 담겨지진 않았지만, 행간에서 느껴지는 그분들의 노고와 고심의 흔적들이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들이 학교현장에 온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보인다. 꿈꾸는 이상이 이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세심하면서도 끊임없이 소통으로 한발씩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