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흐림동두천 19.2℃
  • 맑음강릉 24.5℃
  • 구름많음서울 19.8℃
  • 구름많음대전 21.3℃
  • 구름많음대구 23.2℃
  • 구름많음울산 21.2℃
  • 구름많음광주 22.3℃
  • 흐림부산 19.1℃
  • 흐림고창 21.3℃
  • 흐림제주 22.7℃
  • 구름많음강화 18.7℃
  • 구름많음보은 20.8℃
  • 흐림금산 20.8℃
  • 흐림강진군 22.2℃
  • 구름많음경주시 23.9℃
  • 흐림거제 19.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실크로드, 사막을 가르다 (6/6, 우루무치에서 천산천지까지)

여행지 : 우루무치, 국제대바라르, 천산천지
여행일 : 2011/07/26, 27, 28



카라쿠리 호수에서의 ‘양파티’ 이후 부쩍 잦아진 설사로 속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여행에 지장을 줄 만큼 이상스러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행에서 느꼈던 자유를 곧 반납해야 된다는 아쉬움이 더 큰 스트레스인지도 모르겠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지만 고생 뒤에 맛보게 되는 해방감 때문에 다시 짐을 꾸리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며칠 뒤에 돌아갈, 익숙하고 갑갑한 일상을 생각하자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물론 돌아갈 집이 있기에 여행이나 자유도 가치가 있는 것은 알지만 눈앞에 주어진 자유를 당장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닐까…




우루무치에 도착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도로 곳곳에서 고급 승용차들을 심심찮게 만났다. 벤츠, BMW는 물론이고 포르쉐에서 막 나온 4인용 세단, 파나메라까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차만 보더라도 도시의 규모가 짐작이 간다. 신장위구르 지역의 최대 도시이자 문화, 교통, 군사적 요충지, 거기다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는 도시가 바로 우루무치였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위구르족 민속품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국제대바자르(시장)에 갔다. 이제 며칠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선물도 좀 사고, 중국음식으로 니글거렸던 속도 한국 음식으로 달래볼 생각이었다.

이곳에는 칼, 카펫, 호박에서부터 먹을거리까지 없는 것이 없는 우루무치 최대의 상가였지만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기자기 하면서 조잡하지 않을 것, 신장 지역의 특화된 기념품 중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찾기는 힘들었다. 결국 저렴한 손거울을 몇 개 구입하는 것으로 오늘의 쇼핑을 대신했다.

사실 카스의 바자르(시장)에서부터 중국산 짝퉁시계에는 관심이 갔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로렉스, 구찌, 까르띠에, 아르마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차 볼 수 있을까 싶은 시계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단속 때문인지 옛날처럼 드러내놓고 파는 것을 보진 못했다. 중국산 짝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 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쇼핑을 마친 우리들은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했다. 물론 며칠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겠지만 멀리 이국땅에서 즐기는 삼겹살은 또 어떤 맛일까.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한 만찬 장소를 찾아 시내로 나왔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말이 조금씩 틀려 찾는데 고생을 했다. 우리는 한국식당은 ‘한성’에서 삼겹살과 된장찌개, 오리고기에 한국 소주를 곁들이며 거나하게 마셨다. 모처럼 먹어보는 한국음식이라 그런지 입에 착착 감겨왔다. 역시,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다음날(27일) 아침, 속이 쓰리다. 내 그럴 줄 알았다. 40% 이상의 독주에 이어 한국 소주를 그렇게 갖다 부었으니. 우리는 승합차를 빌려 타고 천산천지로 향했다. 우루무치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 남산목장도 있었지만 천산천지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백두산과 같은 ‘천지’라는 단어가 갖는 힘이랄까.

천산천지(100元)매표소에서 셔틀버스(45元)로 옮겨 탄 후 다시 한참을 들어갔다. 협곡을 좌로 끼고 지그재그로 이어진 도로를 오르자 천산천지를 오갔던 것으로 보이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몇 해 전에 와봤다는 선생님 말로는 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랐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케이블에서 곤돌라가 다 내려진 체 방치되어 있었다. 케이블카를 못 탄다는 아쉬움도 컸지만 물 떠난 고기처럼 방치되어 있던 곤돌라가 더 안쓰러웠다. 부상으로 은퇴하는 프로선수의 쓸쓸한 퇴장처럼 말이다.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서늘한 냉기가 확 밀려온다. 반팔 티셔츠 아래의 팔뚝에선 오돌토돌한 닭살이 돋아났다. 가이드북에서 기온이 낮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정도 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동안 햇볕이라면 지긋지긋했건만 오늘처럼 반가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조금 걸어 올라가자 드디어 천산천지가 보인다. '天池(천지)'라 적힌 거대한 표지석 주위로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잔잔한 호수 뒤로 푸른 숲이 보이고 그 뒤로는 만년설이 둘러싸고 있는 호수. 백두산처럼 화산에 의해 형성된 천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흡사 거대한 분화구를 연상시켰다. 어찌 보면 스위스의 인터라켄과 닮았다. 에메랄드 빛 호수에 비쳐진 설산의 모습이나 빙하에 의해 침식된 “U"자형의 계곡이 그러했다.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천산천지를 둘러봤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동력선의 엔진소리와 에어컨에서 불어오는 것 같은 상큼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품으로 돌진해가는 모습이랄까, 가슴속의 찌든 때를 확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우루무치로 돌아오는 길에는 원자력 발전소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차로 5분 거리마다 하나씩 뛸 정도니… 하긴 이 많은 인구를 덥히고 식혀줄 전기가 오죽 많이 필요하랴.

점심으로는 대판지를 먹기로 했다. 대판지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찜닭이나 닭도리탕 정도의 음식으로 중국 여행을 많이 다녔던 선생님이 일전에 먹어보고는 그 크기와 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우루무치에서도 꾀 유명한 곳인지 점심이 지난 시간(오후 3시)임에도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고추양념이 되지 않은, 덜 맵다는 대판지를 시켰는데 과연 그 접시가 ‘대판’이었다. 지름 50cm정도의 접시에 소복이 나온 닭요리는 달짝지근한 소스가 가미된 우리의 찜닭과 비슷했다. 간단한 인증샷 절차를 마치고 피곤에 지친 몸을 보신했다. ^^

우리는 한국으로 가져갈 선물을 사기 위해 다시 바자르에 들렀다. 어제 산 손거울 외에는 딱히 눈이 가는 것이 없어 시장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거나 다른 일행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잡화 코너에 팔고 있던 한국 화장품이 인상 깊었는데 중국 현지에서 우리 것을 급조해 만들었는지 문맥에 맞지 않는 이상한 설명이 가득했다. 택시에서 들려오는 한국 가요의 리듬도 그렇고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를 실감할 수는 있었지만 이런 엉터리 한국어를 써넣어가며 장사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다. 어쩌면 미국이나 영국 사람이 한국에서 보는 영어가 이런 식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되었다.

호텔 인근에서 산 햄버거로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했다. 그러니까 오늘이 우루무치, 아니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인 샘이다... 눈을 감으니 이주일 가량의 이번 여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좀 더 많이 겪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움튼다.

여행은 명승지나 유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삶도 함께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언어적인 한계 때문에 제한적인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함께 여행했던 선생님(가이드 역할을 했던 김대성 선생님 외 다른 선생님들)이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해주긴 했지만 말에서 오는 장벽은 나를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행 전에 읽은 책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신장위구르지역의 여행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공부하고 왔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또한 지금 쓰고 있는 여행기와 이를 쓰기 위해 틈틈이 쓴 메모와 여러 사진들도 실크로드 여행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매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28일), 우루무치를 출발한 비행기는 중국 광주를 거쳐 인천으로 입국했다. 일상의 갑갑함과 평범한 나날들이 기다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좋다. 가족이 좋고 집이 좋고 부산이 좋고 한국이 좋다. 가자 집으로, 사랑스런 마누라님(^^)과 세 아이들이 기다리는, 김치와 된장찌개 향 가득한 우리네 고향으로.

광주를 경유한 비행기는 밤 10시가 지난 지나서야 인천에 도착했다. 힘겹게 도착한 한국은 물과의 한판 전쟁 중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리무진의 텔레비전에서는 전국의 수해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매년 반복되는, 아니 더 심해져만 가는 수해를 보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말로만 선진국이라 외칠 뿐 별로 나아지는 것은 없어 보인다. ‘세계 속의 한국’은 더욱 작아지는 것 같다.

힘내라 코리아, 파이팅 코리아!

* <실크로드, 사막을 가르다 > 사진첩 : http://freeismnet.cafe24.com/xe/tour1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