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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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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으로서 교사의 현주소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선호직업으로 수년 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교원’, 그러나 최근 한국 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의 업무 만족도는 50위권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현장의 교원이 본연의 학생지도 업무를 벗어나 실적 위주의 행정업무에 시달림으로써 사기가 떨어지고 학생지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오는 어려움일 것이다.

소규모 학교 한 달 시달 공문 1035건
교원은 학년 초 상위기관들의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학생,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학교별 특성에 맞는 200여 쪽 이상의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각 업무별로 세부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또한 교무업무시스템에 접속하여 교원별 권한관리, 교육과정 편성, 신입생 업무처리 등의 일을 처리한다. 이 시기에 각종 공모계획서에 시달리고 상담 및 가정방문을 통한 학생 파악,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시스템, 독서교육 종합지원시스템, 학교 홈페이지 이용, 교원능력개발평가, 사이버 가정학습, 봉사활동 등에 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학교 업무 중 어려움을 느끼는 정보업무는 업무포털의 시스템관리에서부터 학교 네트워크 관리, 교육·교원용 컴퓨터 구입에서부터 관리까지, 그 외에도 홈페이지 관리, 개인정보 관리, 저소득층 컴퓨터 지원 관리, 요즈음에는 화상회의나 화상수업을 위한 준비에 이르기까지 관련 업무가 너무 많다. 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업무 특성상 교원이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벅찬 일이다. 또 학교에는 싸우는 학생, 다치는 학생, 고민하는 학생, 반항하는 학생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과 씨름하며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마치 전쟁이라도 치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 신문에서 ‘6학급 11명의 교원이 근무하는 학교에 한 달간 내려온 공문만 1035건’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실제로 엄청난 양의 공문이 매일 장마철 굵은 빗방울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이를 처리하느라 허덕인다. 공문 중에는 각 영역에 필요한 계획을 요구하고 실천 후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각종 연수 공문, 대회 및 학부모 참여를 요구하는 공문, 몇 년 전 실적까지 들춰내라는 국정감사나 교육위원의 자료요청 공문, 본교와는 관련이 없는 공문 등 마주 대하고 있으면 저절로 두통이 생길 지경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한 학교
교원은 학교정책과 관련된 각종 회의 참석을 위해 수시로 출장도 다녀야 한다. 교내에는 15여 개의 위원회가 있어 위원회 개최를 위한 계획, 안건 수립, 회의, 결과 처리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2011학년도부터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창의성 신장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효율적인 체험활동을 운영하기 위한 계획에서부터 장소·인적·물적 자원 섭외, 지도자료 개발, 학생 지도, 에듀팟 입력자료 지도, 예산 운영과 결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교원의 몫이다. 집중이수제에 따른 전입생 몇 명을 대상으로 방학 중에 미이수 과목을 개설하여 지도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 외에도 교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는 지면으로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산재해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 실린 ‘학교 폭력과 싸우는 교원이 아니라 학교폭력 공문과 싸우는 교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교원의 업무 경감을 말하는 것은 업무를 기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원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교육활동의 핵심적 주체인 교원들이 교육의 성과에 대한 책무성을 인식하고 전문적인 역량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매진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살펴 성장하게 하는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히도 이를 인지한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교원업무 경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제는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실적위주의 정책이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개선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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