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수명고(교장 김용호)는 지난 2009년 개교한 신생 일반고라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곳에는 학생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들로 늘 생기가 넘친다.
‘예·체능학급’, ‘과학과 부분개방 소인수학급’, ‘융·복합 수업을 위한 스마트교실’, ‘프렌드십 멘토링’ 등이 그 것.
3학년에 한해 1개 반 30명 내외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예·체능학급은 예술고가 아님에도 정규교과 시간에 예·체능 전문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는 월·화·목·금에 오전 보통교과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미술반 12명, 실용음악 4명, 체육 12명으로 나눠 전문 강사에게 전공실기 중심의 수업을 받는다. 평가도 수행평가 위주다.
대학 관련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중 담임교사와 해당 교과교사의 추천으로 선정해 학급을 편성·운영하는 방식이다. 4년 째 이어오고 있는 예·체능 학급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고 입시 실적도 나쁘지 않아 올해 한층 강화했다. 기존 미술·체육반의 영역에 디자인 분야, 생활체육 분야를 세분화해 강사를 2명 더 채용했다.
김용호 교장은 "학생 중심 맞춤형 수업을 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학급"이라며 "일반고 교육과정 상 3학년에 한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규교과 시간에 실습을 강화할 수 있고, 사교육비 경감 등에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술반의 경우 지난해 80%정도가 진학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새롭게 구성한 ‘과학과 부분개방 소인수학급’도 학생 중심 운영의 묘미를 살린 경우다. 자연계열 2개 반을 화학Ⅱ는 공통으로 묶고 생물Ⅱ, 지구과학Ⅱ, 물리Ⅱ 중 두 과목을 선택하게 해 2개 반을 3개 반으로 나눔으로써 ‘소인수학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시수 초과분은 강사 1명을 채용해 해결했다.
최미화 교감은 "생물, 지구과학, 물리 중 2개를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신청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올해 융·복합 스마트교실도 신설했다. 공용 태블릿을 활용해 국어·미술·과학 등을 결합한 수업이 가능하다. 이밖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또래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게 짝을 짓는 ‘프렌드십 멘토링’ 등 학생 중심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학생들에게 끌려가는 것도 아니다. 학생 인성만큼은 확실히 책임진다는 생각에 지각·흡연·학교폭력 만큼은 엄하게 다스려 ‘3無학교’를 일궈가는 중이다.
특히 지각할 경우 교사들이 자처해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독서지도 등 특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학생들과 충분히 교감을 나눈 부분으로, 학부모들에게 더욱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인근 학교에서 수명고를 떠올리면 ‘지각없는 학교’로 연결될 만큼 학교 특유의 문화로 정착했다.
그래서인지 수명고는 수업 중 잠 자는 학생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활기차다. 지난해에는 입시 성적도 좋아져 이전보다 명문대 진학도 늘어났다.
김 교장의 소통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매일 아침 등교맞이를 통해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교장실을 개방하고 학생회와도 정기 간담회를 갖는다. 이런 김 교장의 노력에 교사들도 스스로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이달 초 교원 학습 공동체 ‘신나는 수업만들기 연구회’를 조직했다.
김 교장은 "요즘 일반고에 잠 자는 학생들이 많아 이들을 깨우기 위해 최대한 흥미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며 "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더 이상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업혁신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