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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하루10분 발표’가 가져온 특별한 변화

김영진 인천금마초 교사
‘무알시’로 학급운영 ‘업’

학생 모두 자유주제 발표…요리, 게임 등 취향 ‘톡톡’
발표력·자존감·공감능력 높아지고 수업 집중도도 향상



19일 인천금마초 6학년3반 교실,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점심식사 이동까지 10분이 남은 상황에서 명지윤 양이 교단에 섰다. 김진영(36) 담임교사에게 발표 자료를 담은 USB메모리를 건넨 명 양은 화면이 뜨자마자 입을 열었다.
 
“요즘 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 ‘구해줘’야. 사이비 종교 집단에 관한 내용이야.”

명 양은 TV드라마 ‘구해줘’의 등장인물, 캡처화면 , 예고영상 등을 차례로 설명해나갔다. 아이들은 그 어떤 수업시간보다 집중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설명 후에는 ‘상미(드라마 등장인물)의 가족은 몇 명인가?’ ‘드라마 주요 4인방의 이름은 뭐지?’ 등 퀴즈를 냈다. 아이들은 서로 맞추겠다며 앞 다퉈 손을 들었다. 결국 가위 바위 보로 답변권’을 획득한 최후의 1인이 질문에 답했다. 마지막 질문은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굴까?”였다. 다소 엉뚱한 질문에 교실은 웃음이 넘쳤다.
 
점심시간, 아이들은 발표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며 한층 가까워졌다.
 
이는 김 교사가 4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무알시(무엇이든 알려주는 시간)’의 모습이다. 식사시간 전후 예비시간 10분을 활용해 시행하고 있다. 
 
2013년 인천마장초 5학년 담임 시절, 수학여행 때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보유한 지식이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수업에 녹이긴 힘들겠고, 그냥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김 교사는 “스승의 날 기념으로 아이들에게 수업을 직접 하게 했더니 게임, 요리, 영화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잘 하더라”고 회상했다.
 
‘무알시’를 꾸준히 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났다. 발표능력은 물론 무엇보다 자존감이 향상됐다. 반에서 존재감 없던 아이가 유명 게임에 대한 팁을 제시하자 일약 인기스타가 되는가 하면, 요리사가 꿈인 학생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직접 나눠주며 발표하자 서로 맛있다고 칭찬해 용기를 얻었다.
 
이전에는 서로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던 아이들이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듣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상대의 관심사를 알게 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다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업 집중도 역시 높아졌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 학기 정도 진행하면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생 간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상담만으로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세세한 취향이 ‘무알시’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발표를 주저하는 아이에게는 ‘틀려도 괜찮다’며 자신감을 높여주는데 신경 쓴다. 준비를 못 해와도 순서를 뒤로 돌린 뒤 아무 일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칠판에 ‘틀려도 괜찮아, 소중한 너니까’라는 메시지를 붙여놓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정답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사고하게끔 이끌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저학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정도로 큰 틀을 정해주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유도를 높여주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교사는 이 외에도 팟캐스트 만들기, 방학 때 가정으로 손 편지 보내기, 일기장 편지쓰기 등을 통해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한다. 아이들 마음이 열리는 만큼 학급운영도 잘 돼서다.
 
그는 “팟캐스트는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송이므로 학생에게 경어를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게 된다”며 “손 편지를 받은 학부모님들은 내가 학기 중 다소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먼저 이해해줘 학급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