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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중심·교실중심이 미래교육 희망

학령인구 감소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위기다. 학생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미래 한국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생산가능인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속속들이 파고들 전망이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고 곧이어 초·중·고교에도 여파가 몰아쳐 구조개혁과 같은 격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재정, 교육과정, 교원정책 등 전방위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지금 우리는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요구받고 있다. 초중등 교육체제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할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또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구감소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감소라는 위기를 긍정적인 기회로 전환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은 교육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시대,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에 대한 교육적 대응 전략을 탐색해 본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현실적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 지역 소규모학교의 자구노력은 어떻게 구사되고 있는지, 그리고 교육의 핵심인 교원정책은 어떻게 재편돼야 하는지 집중 조명해 본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변화에 맞춰 교육을 더욱 교육답게 하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모습도 그려보고자 한다.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 양극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과학기술적 거대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도 심상치 않다. 사람을 살리고 키워내야 할 우리 교육은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첨단의 스마트 기기로 무장한 채 가상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는데, 교실 속 수업 풍경은 20세기 초·중반 그대로다. 자부심과 보람으로 충만해야 할 교사들은 늘어나는 사무처리와 소위 ‘문제아’에 대한 생활지도로 바쁘고, 행정가들은 관료적 시스템 속에서 주어진 과업만을 충실히 실행하는데 골몰한다.

 

교육 연구를 업으로 삼는 전문가들마저도 전공(discipline) 영역이라는 좁은 시야에 갇힌 채 제각각 토막 쳐서 요리조리 재단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변해야 할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인재 육성 전략을 도출하자’라던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 또는 ‘전체 교육시스템을 재설계하자’ 등등 거친 주장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논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 교육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 개인의 흥미와 소질, 적성에 따른 교육보다 공급자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들은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정제영, 2016).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제로서 산업화 시대가 갖는 이른바 팩토리 모델(공장식 학교모형)의 특징들, 즉, 1)규격화된 학교 시설, 2)표준화된 교육과정 운영, 3)일방적 강의 위주의 수업, 4)엄격한 수업 시간 준수, 4)주어진 답지 중 정답을 고르는 형태의 총합적 평가 등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를 위해 학생의 다양성과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교육시스템, 학생들의 교육적 필요, 흥미, 동기, 수준, 속도를 반영하기 어려운 표준화된 교육과정,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며 실패자를 양산하는 상대평가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강태중 외, 2016).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이상의 문제들은 우리 교육체제가 여전히 산업화 시대 표준화 패러다임에 몰각되어 인구감소와 지식기반 시대 개별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데서 유래한다. 산업화 시대 우리 교육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였고, 그 성과도 훌륭했다. 그 결과, 다중에게 적절한 교육 기회 제공과 그 성과로서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국제적으로 칭송받는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화 패러다임은 여러 측면에서 실패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수위 자리를 경쟁국들에게 내주고 있으며, 학업 흥미도를 비롯한 정서심미적 성과는 하위권 수준으로 추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 교육전문가들이 더는 한국을 우수한 교육시스템의 나라로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한국은 ‘압력밥솥 속에서 아동들이 철인경기를 펼치는 형국’의 나라이거나(아만다 리플리, 2013),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의 나라'(르몽드지, 2013.12.4일자)로 비치고 있다.

 

미국 교육개혁 전문가인 Marc Turc(2019)는 핀란드,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교육시스템에 대한 광범위한 비교 검토를 거쳐 세계 수준의 교육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9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1)취학하기 이전에 아이와 가정에 강력한 지원을 제공한다. 2)위기를 겪고 있거나 그럴 징후가 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교육적 관심과 배려를 한다. 3)수준 높고, 하위 요소들(즉, 높은 성취기준,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평가)이 잘 조화된 교수-학습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4)학생이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이 글로벌 수준의 능력치가 될 수 있도록 개별화된 교육으로 학생들을 인도한다. 5)전문성 있는 교사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공급한다. 6)학교를 교사들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끊임없이 전문성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 만든다. 7)효과적인 진로 및 직업교육 시스템을 만든다. 8)교육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교육 리더(교장, 교감, 장학진 등) 양성제도를 구축한다. 9)일관되고 강력한 개혁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높은 권위와 정당성이 확보된 교육개혁 체제를 창출한다.

 

포퓰리즘과 이념에서 벗어난 근본적 교육개혁을

어쩌면 제대로 된 국가의 공교육체제라면 의당 갖추어야 할 필수요건이 아닌가? 우리 교육시스템의 새 출발은 산업화 패러다임에 경도된 국가 공교육체제를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근본 위에 다시 올려놓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좋은 교육개혁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거버넌스는 여러 용도로 쓰이지만 협치의 의미가 강하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를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부족한 바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협치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교육 당국이 공허한 이념 대결을 거두고 학생, 교사, 학교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교육문제의 상당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교육계가 힘을 합쳐 그 밖의 섹터들이 그려놓은 불합리하고 비교육적인 관행들에 맞서기에도 힘겨운 형국이다. 그럼에도 교육계의 사분오열은 과연 무엇을 위해 우리 교육계 리더들이 존재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묻게 한다. 학벌 위주의 고용관행, 대학의 서열화, 과도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급속한 다문화 사회 속에서 차별 등 교육의 본령을 위협하는 교육 외적 요인들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로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순서이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표와 인기를 의식한 채 언제까지 늘 공허한 몇 가지 지향 이념을 놓고 갈등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둘째는 협치의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1995년 5.31 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체제를 보다 선진화시키는 일대 조치였다. 우리는 다시금 5.31 교육개혁에 버금가는 근본적 교육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소수에 의한 단발적, 대증적 조치에만 몰두하다 보니, 교육은 제도 변화의 과정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세력들 간의 무한 경쟁의 장이 되었다. 선의와 공동체의 힘이 절실한 상황에서 각 주체들은 저급한 눈앞의 이익만 좇는 존재로 격하되고 말았다. 학벌사회, 사교육비, 위기학생, 지역/계층 간 불균형, 학교 간 격차 등의 문제는 어느 한두 개를 여기저기 땜질식으로 고쳐서 될 바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거대하고 담대한 결단, 치밀하고 전략적인 기획, 그리고 교육당사자들을 포함한 제 주체들을 설득하고 개혁의 과정에 동참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일차적으로 학교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그 시작은 교사들이 신명 나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해주는 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행정 수권형 교육과정 수권체계를 교사 중심, 교실 중심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현재 일반학교 교실수업을 보면 중앙정부-교육감-학교장 등 위계적 행정구조 속 최일선 작업계층(front-line worker)의 일원인 교사가 국가교육과정이 규정한 ‘진도’를 실행하는 수업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규격화,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사는 정해진 진도만 나가면 된다. 이제 개별화된 맞춤형 수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이제 그러한 여건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바로 그 교육과정체계가 집행되는 틀을 바꾸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교사들로 하여금 모든 아이들이 날마다 성장하도록 자극하여야 한다. 물론 자율성에 기반한 긍정적 자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시행하는 것처럼 교사에게 국가가 교육과정 문서를 직접 교부하고 그 교육과정 문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자료와 방법들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기 그리고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되다시피한 ‘개별화된 교육과정’ 또는 ‘개별화된 맞춤형 수업’도 바로 이러한 교육과정 수권체계의 근원적 전환 위에서 가능하다.

 

넷째, 교육제도는 우리 교육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관치 또는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교육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실질적 법치의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제2장에서 교육당사자의 법적 지위를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즉, 학습자(제12조), 보호자(제13조), 교원(제14조), 교원단체(제15조), 학교 등의 설립·경영자(제16조), 제17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법령이「교육기본법」의 취지를 받들어 얼마나 법적 지위의 보호와 인정을 위해 그 권리와 의무를 구체화 시켜 왔는지는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초·중등교육법」은 교육행정 제도와 체계를 앞세운 관료적 규제 위주로 편제되어 있고,「교육기본법」보다 더욱 진전되고 구체화된 형태로 학생, 교사, 학부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교육당사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이 법이 학생의 법적 지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자치활동(제17조), 징계(제18조)에 관한 사항뿐이라는 점도 놀랍다.

 

또한 이러한 규제와 제도 위주의 입법 관행은 각급 학교 운영의 기본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학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결국 우리 교육법규범에는 교육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권리 및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미비에 대한 대응으로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권을 비롯한 각종 조례들을 제정하고, 이로 인해 법률의 제·개정권을 가진 중앙행정부처와 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들 사이의 갈등도 자주 보아왔다. 이러한 미비된 입법체계와 관행 속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의 정신은 훼손되고 말았고, 교육당사자의 권한과 책임은 등한시되어 왔으며, 당국자들은 교육의 발전을 손쉽게 관료적 수단에 의존한 프로젝트의 남발로 치환해버리고 말았다. 이 미비된 틈새를 파고든 관치행정의 광범위한 확산은 어쩌면 우리 입법체계의 한계가 노정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교육위기 돌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부터

오늘날의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교육 위기 속에서 이를 돌파하는 지름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장 교육적이고 가장 기본에 충실한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전문가들로 채우는 일이다. 우리 교육에 깊숙이 들어와버린 관료적 형식주의, 사업성 성과만능주의, 얼치기 아마추어리즘은 철저히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상을 설정하고, 그 실천의 방법을 추구하는 길은 쉽지 않다. 그만큼 협치가 중요한 것이고,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교육의 중차대함을 생각할 때 변화를 위한 논의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고, 한시라도 서두를 수 있다면 그 혜택은 빨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