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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교사가 무너지면 미래가 무너진다

 

교사들의 우울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023년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1,348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전교조가 공동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고3 담임은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설승은, 2017). 최근에는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2021:33-34)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우울증 수준도 일반 직장인들의 우울증 수준에 비해 다소 높다. 의사와 일반 직장인들을 비교해 보면 정상군은 의사 72.0%, 일반 72.5%로 유사하다. 주의군은 의사 12.0%, 일반 16.4%이고, 상담군은 의사 7.0%, 일반 5.1%이다. 우울증 의심군은 의사 9.0%, 일반 6.0%로 의사들이 상당히 더 높다. 즉 의사들도 다른 직종에 비해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의 우울증은 이보다 훨씬 높아 체계적인 조사와 대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한동안 실력으로는 의대에 가도 손색없이 뛰어난 학생들이 교대에 진학했다.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보람으로 지내던 제자들이 최근 들어 우울증을 겪고 있고, 휴직했거나 교단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현직 의사가 밝힌 소아과 폐과 이유 셋’이라는 기사(김소영, 2023)를 접하니 힘들어하는 제자들이 스친다. 그 의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며 대응책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소아과 의사와 교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2023년 3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한 현직 의사가 밝힌 이유가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밝힌 첫째 이유는 다른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이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벌지만,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

 

이들은 소득이 더 나은 타과로 전공을 변경하면 그만이지만, 내 제자들은 교직 내에 근무조건이나 소득이 더 나은 ‘타과’가 없어서 바꿀 수가 없다. 소아과 의사와 비교할 수 없이 소득이 낮지만, 자기가 선택한 길이기에 교직을 천직(天職)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보람을 찾고, 자긍심을 가지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버티기 어려워 의대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재진학하거나 유학을 택하는 제자도 늘고 있다. 

 

 

우리 교사들이 교직을 천직(天職)이 아니라 천직(賤職)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교육의 미래만이 아니라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잘 알기에 국가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교원보수의 우대) 제1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도 찾지 못하는, 권리 위에서 잠자는 사람은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2021년 3월에 첫 근무를 시작한 초등교사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급여 총액은 2,672,600원이고, 실수령액은 2,263,880원이다(https://bit.ly/3I6UfMO). 그 사이 공무원 임금인상분을 감안해 볼 때 아직 300만 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년을 공부한 대학병원 인턴의 급여도 초임교사 급여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레지던트를 마치고 페이닥터가 되는 순간 교사와 더 이상 연봉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 물론 7급 공무원과 비교하면 교사 초임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22년 7급 공무원 초봉 실수령액은 192만 9,500원이다(https://bit.ly/3O6tFqU). 이를 바탕으로 교원보수 우대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는 조항에서 의미하는 ‘특별히 우대’한다는 의미에 부합하는지는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인 교원들이 국가를 직무유기로 고소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일정 경력에 도달하고, 학위도 취득한 경우에는 폐과하고 있는 소아과 의사 수준으로라도 교사 보수 수준을 보장하라고 주장해 봄 직하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과 국가의 미래를 살리기 위함이다. 교사들은 ‘돈이 아니라 사명감으로 남아있다’고 하지만 교직단체가 힘을 모아 합리적인 급여 수준을 제시하고 국가와 협상에 나설 때가 되었다. 

 

소아가 의사가 든 두 번째 이유는 소아청소년 대상 진료의 어려움이다.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고 한다. 의사 앞에 선 아이들은 교사 앞에 선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유순하다.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교육권과 인권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거론되지만, 환자들로부터 소아과 의사의 진료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초등교사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도 없이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오로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사회와 학부모는 교직이 꽃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직도 핀란드에는 살아 있는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다. 교사가 지치지 않도록, 교사의 인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아과 의사가 든 세 번째 이유는 아이 보호자의 태도다.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로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이 빠진다고 한다. 그래도 그 보호자들이 교사 앞에서보다는 훨씬 더 다소곳할 것이다. 2억 슈퍼카 긁은 아이를 봐줬더니, 오히려 ‘차 기스 난 거 수리해 주면 될 거 아니냐’, ‘왜 귀한 자식한테 네가 뭔데’라고 소리지르고 욕을 했다는,  ‘봉변당한 엄마’ 이야기가 최근 회자되고 있다(김소연, 2023) 

 

많은 제자가 교직을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부모이다. 삶의 좌절과 분노를 학교 교사에게 배출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자녀 말만 믿고 교사에게 전화하여 따지고 폭언까지 하는 학부모, 그것도 모자라서 언론사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 일방적 제보를 하고 끝없이 민원을 제기하며 소송도 불사하는 극단적인 학부모, 자녀 과보호로 툭하면 감정을 폭발하는 학부모 한두 명이 열정적인 선생님을 좌절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교권침해로 징계하기 위한 학교차원의 절차가 시작되면, 역반하장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이용하여 교사와 학교장을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중에 자고 떠드는 학생들에 대한 일상적인 지도활동마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법이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교육의지가 꺾이고, 일반 학생 대상 생활지도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는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 제7조를 통해 교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법과 사뭇 다르다. 
학생생활지도권이 신설되었지만,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는 줄지 않고 있다. 2023년 4월 교사노조가 유·초·중·고 교원 1만1천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1순위(38.2%) 과제로 무고성 아동학대신고 처벌 대책을 지목했다(편집부, 2023). 학부모의 고소가 무고죄(「형법」 제156조)에 해당하더라도 교사가 그를 무고죄로 고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박남기(2022)가 제안하듯이 교원들이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할 경우에는 교사의 요청이 없더라도 교육청이 나서서 사태를 파악하고,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234조에 의거하여 직권으로 고발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맺는말
학부모의 작은 민원 하나에도 부질없이 무너지고, 교육활동마저도 아동학대로 몰리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교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는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의 취지가 살아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밝혀 제도를 보완하고,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아동학대 고소 건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다룸으로써 교사가 교육을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교사가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가 무너진다. 제천 간디학교 이병곤 교장의 말을 우리 사회가 새기길 기대한다. 


찬찬히 되짚어 보시라. 자녀가 학교생활에 매력을 가지며 눈빛 살아 있을 때가 언제였는지. 교과지도나 동아리활동, 학생 면담, 현장탐방에 열성을 보이는 교사가 등 푸른 활어처럼 아이들과 푸드덕거리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교직은 의료나 사회사업처럼 대표적인 ‘조력 전문직’이다.

 

교사의 몸과 마음이 다치면 다른 이를 도울 수 없다. 교사들이 소진됐을 경우 그들이 최후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애정 철회’밖에 없다. 교사가 그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는 순간 가르침은 멈추고, 학교는 위기를 맞는다(이병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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