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어떤 소리나 행동을 낱낱이 포착할 수 있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개인을 감시하고,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익숙해 버린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1949년 발표된 미래 예언 소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본다. 범죄 예방과 사건·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는 문명의 이기지만 그러한 긍정적인 면에는 초상권과 음성권이라는 기본권 침해가 숨겨져 있다. 교실 내 ‘몰래 녹음 허용법’, ‘CCTV 설치법’이 논란이 되고 절대다수의 교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교육의 존재 이유와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교실은 교사가 학생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치고 잘 자라도록 돌보는 소도(蘇塗) 같은 공간이다. 믿음과 사랑의 장소다. 신뢰가 깨진 사제관계, 학부모와 교사 관계에서 신뢰의 교육이 있을 수 없다. 또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제3자가 몰래 엿듣고, 교육적 목적과 과정은 생략한 채 특정의 표현만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남이 녹음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2025-12-15 09:10역대 최연소 회장이라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한 한국교총 40대 회장단이 취임 1년을 맞았다.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주호 교총회장은 ‘젊은 교총’ ‘행동하는 교총’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또 안타깝게 숨진 교사 유족들과의 만남, 6·14 추모 집회, 제자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입원했던 교장 병문안 등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올 한 해도 학교 현장에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각종 갈등과 혐오, 불신이 학교에 스며들었다. 그 속에서 강 회장은 역대 어떤 교총 회장보다도 많은 현장을 다니며, 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타 교원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통합의 길을 걸었다. 이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교원들을 대변하는 일이다.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안전사고와 몰래 녹음에 두려워하는 교사들,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무너진 교육계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더욱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낡은 리더십을 단호히 거부하고, ‘통합의 리더십’,…
2025-12-15 09:10
최근 등장한 에이전틱(Agentic)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작업을 기획·조정하며 인간 업무를 협업 형태로 수행하는 새로운 차원의 지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유아 교육 현장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에 맞는 교사 능력 요구돼 교원의 역할과 전문성 또한 ‘AI 활용 능력’을 넘어 ‘AI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판단 역량’이 요구되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즉, 이제 영유아 교사의 전문성은 AI 시대에 적합한 교수학습 환경을 설계하고 아이들의 건강한 디지털 경험을 안내하는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 교사의 AI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교원 교육체계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사용법’이 아니라 ‘AI 리터러시’다. 이는 AI의 작동 원리 이해, 데이터 편향과 윤리 문제의 인식,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등을 포괄한다. 교사 양성과정과 현직 연수 프로그램은 이러한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모듈화되고, 실제 보육 및 교육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사례 기반 학습을…
2025-12-15 09:10
최근 교육계의 안타까운 징후는 젊은 교사들의 대규모 이직 현상이다. 미래를 담당할 주역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의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또 우리 사회가 교육에 부여했던 신뢰와 사명감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교사 대상 사회적 신뢰 붕괴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무방비 상태의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 스트레스다. 교사는 마땅히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전문가로 활동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분별한 민원과 법적 다툼의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방어자가 됐다. 이는 교사를 교육 주체가 아닌 책임 추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불신의 투영이다. 제도 위에 있어야 할 학교 공동체의 상호 존중이라는 신뢰의 기반이 붕괴했음을 방증한다. 또 오직 학생과의 교감과 수업 연구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교사들이, 복잡다단한 행정 잡무와 학교 운영 전반의 만능 해결사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 철학자들은 교육의 본질을 인간과 사회를 잇는 성장의 과정으로 정의했지만, 현재 교실은 성장이 아닌, 잡무의 회오리 속에 갇혀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박탈당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이 느끼는 또다른압박감은 ‘민원과 안전사고의 모든…
2025-12-15 09:10
수업 중 나누는 대화가 일상적인 ‘수다’처럼 즐겁다면 배움 또한 즐거워진다. 물론 학습대화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다. 학습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나누고 지식을 공동으로 구성해가는 치열한 과정이다. 인간은 정서적 교류 속에서 배움의 욕구가 싹튼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메타인지가 작동해 비로소 진정한 ‘의미 구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침묵하는 교실을 와글와글한 배움터로 바꾸는 열쇠, 그것은 바로 ‘안전한 대화 환경’과 ‘구조화된 기술’이다. 학습대화는 자신의 지식뿐만 아니라 감정과 삶을 꺼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내 말이 비웃음 사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막연히 “서로 존중해라”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존중의 리액션’을 가르쳐야 한다.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라 몸을 친구 쪽으로 돌리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가 곧 존중임을 몸으로 익히게 해야 한다. 존중의 리액션은 단순한 예절교육이 아니다. 이 동작들은 “나는 네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어”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리액션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그 감정이 다시 학습대화…
2025-12-11 17:02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교실 내 CCTV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2월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 직면할 심각한 혼란과 갈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추진돼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학교내 CCTV 설치관련, ‘교실은 제외하되,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하여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포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엄격한 요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실 내 CCTV 설치를 손쉽게 열어두는 구조다. ‘학교장의 제안’이라는 기준은 법적·행정적 명확성이 없고, ‘학생·교사 보호’라는 추상적 용어는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크게 만든다. 결국 학교장은 일부 학부모의 압박, 지역 간·학교 간 설치 사례 비교, 악성 민원 등 외부 요인에 휘둘려 사실상 교실 내 CCTV 설치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학교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교실 내 CCTV 설치 여부가 학교 단위 의사결정에 맡겨진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 이는 학
2025-12-08 09:10
11월 중순, 한국교총에서 ‘학교파업피해방지법 조속 심의·통과’ 등을 위한 1인 시위를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는 순간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중학교 3학년 입시 기간이라 밤새 학생들의 면접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시위에 참여한다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새벽 6시 지하철을 타야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교실 안에서 수업만 할 수는 없었다. 교육 위기 신호 결코 가볍지 않아 주변 교사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들을 때마다 교육 현장이 점점 무너져 내린다는 위기감과 자괴감에 쌓여 있었다. 결국 연차를 내고 국회로 향했다. 집에서 국회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지만, 그 길은 나만의 길이 아니었다. 학교 업무로 함께하지 못하는 많은 선생님이 함께 서 있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위를 갔다온 후, 제자가 임용 경쟁시험 1차가 끝나고 2차 준비를 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을 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교권 몰락, 학생을 위해 노력한 교사가 되레 소송에 휘말리는 현실, 심지어 생을 포기하는 비극적 선택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선뜻 “교사가 되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꼭 이 길을 택해야겠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2025-12-08 09:10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64%, 교사의 76%가 고교학점제와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최성보)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하루 전날 교총 등 교원 3단체가 실시한 조사 결과는 크게 달랐다. 전국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9%가 ‘최성보가 책임교육과 학생의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에 동의하지 않았다.교육부 발표와 학교 현장의 체감에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교육부 발표 체감과 달라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과목 개설, 교원 배치, 시간표 구성, 행정 지원 등 복합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교, 특히 지방이나 소규모 학교는 인력 및 교실 부족, 시간표 편성 제약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갖고 있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있어도 담당 교원이 부족하거나 수강 인원이 적어 폐강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공동 교육과정이 있으나 이 역시 수업 시간 운영의 조율, 학생 안전 및 감독 문제 등 운영이 쉽지 않다. 최성보도 마찬가지다. 제도의 취지는 명확하다.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 모든 학생이 기본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책임교육을 강
2025-12-08 09:10
2010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운천이를 만났다. 운천이는 키가 컸으며 말수가 무척 많은 아이였다. 성적은 거의 바닥권이었고, 지난해 말에 전학을 와서 외곽 지역에 살고 있었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에는 대부분 시내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좀 의외였다. 노선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난 날, 난 이런 농담을 했었다. “최운천. 거기 살면 가까운 청풍중학교로 가지 왜 여길 왔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멋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이의 눈꼬리가 살짝 흐려지는 것을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추궁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우리 애한테 전학 가라고 했어요?” 순간 당황했다. 처음 만난 후 친해지려고 그냥 농담 한 거라고, 정색을 하고 등 떠밀 듯이 아이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학교 생활이 싫은 아이가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나온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였겠지만‘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운천이를 더…
2025-12-04 16:07
교사가 학부모와 대화할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상대가 이미 마음을 굳히고 온 경우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선생님이 제대로 보지 못하신 거예요"라며 단단히 벽을 세운 학부모 앞에서 교사는 난감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듣는 사람의 자세를 바꾸는 말의 기술입니다. 어떤 대화에서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입니다. 학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일단 끊지 않고 끝까지 듣습니다. 이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공감과 존중의 표현을 합니다. "어머님께서 정말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셨군요" 정도여도 충분합니다. 이 짧은 공감 표현이 상대에겐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는 학부모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지, "부모님 말씀이 맞습니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해야 나중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2025-12-04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