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또 체험학습을 가야 할지, 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가 나면 개정 학교안전법이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13일, 국회에서 학교안전법이 개정됐다. 14일엔 속초체험학습 2심 재판 결과 인솔 교사는 선고유예(금고 6개월), 보조인솔교사는 무죄 판결이 있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냉정하게 분석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재판 결과를 보자. 지난 2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인솔 교사는 이번 판결로 교단 복귀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유죄판결이 걸린다. 유사한 사고 발생 시 교사에 대해 언제든 형사적 책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2년 사고 발생 후 인솔 교사가 재판정에 선 것이 알려지면서 체험학습은 교직 사회에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기나긴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언젠가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체험학습 기피와 축소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번 2심 판결 결과만으로는 체험학습을 가야 한다거나 가자고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13일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두려움을 씻을 수 있을까? 신·구법을 비교해보면 현행법은 ‘학교
2025-11-17 09:10
OECD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교사학습조사(TALIS) 2024’ 결과는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현주소를 명확히 드러냈다. 조사에 따르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10%를 넘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비율은 2%. OECD 평균(46%)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반학교 현장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학생이 가능한 비장애학생과 같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제한환경’ 원리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소제한환경’ 원리 정착 필요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여전히 ‘물리적 통합’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건물 안에 있다고 해서 진정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통합은 단순한 공간의 공유가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과정적 통합’으로 나아갈 때 가능하다. 현재는 통합교육이 일반교사 주도가 아닌 특수교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통합학급 수업은 일반교사가 담당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수교사가 수업 지원과 조정 역할까지 함께 맡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사가 모든 학급의 교육과정적 수정이나 교수 전략까지 세밀하게 지원하기에는 업무 범위와 시간의 한계가 크다. 실제…
2025-11-17 09:10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디지털 시민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디지털 시민성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감 있고 안전하며 윤리적인 태도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AI시대 더 중요해진 능력 디지털 시민성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우선 사이버 폭력이나 허위 정보 유출, 개인 정보 침해, 저작권 위반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최근 3개년 동안 사이버 폭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둘째,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를 분별하며, 타인과 더불어 협력적으로 소통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낼 필요가 있어서다. 2024년 정보통신부 설문조사에서 국민 39%가 가짜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 중 42%가 가짜뉴스를 판별하지 못한다. 민주시민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바르고 정확한 뉴스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 셋째, 책임감 있는 정보 생산자를 육성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되지 않
2025-11-17 09:10
“질문 있나요?”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두렵다. 엉뚱한 걸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거나 선생님이 “그건 이미 배웠잖아” 하실까 봐 망설인다. 질문은 탐구의 시작이자 생각을 여는 열쇠지만 두려움이 앞서면 아무리 좋은 수업도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놀이 기반 질문 수업, ‘까바놀이’와 ‘까만놀이’다. 놀이라는 형식을 통해 질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까’로 바꾸는 놀이 놀이 기반 질문 수업의 첫 단계는 까바놀이다.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바꾸는, 말 그대로 ‘까’로 바꾸는 놀이다. 예를 들어 A학생이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B학생은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까?”로 바꾼다. 이번에는 B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다”라고 하면, A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까?”로 바꾼다. 이처럼 서로 번갈아 문장을 바꾸는 간단한 놀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까바놀이는 상대의 말이 틀렸더라도 그대로 받아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규칙이다.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고, 그
2025-11-13 11:27지난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교총을 방문한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대한민국 교사 권익위원장이 되어달라”는 교총의 제안에 “무겁게 받아드린다”고 화답했다. 또 “대한민국 발전은 교육의 힘이 컸다”며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 선생님이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사 출신 3선 교육감답게 힘든 학교 현실과 무너진 교권을 제대로 알고, 교권 보호 의지를 천명해 교총 참석자 모두가 크게 호응했다. 교육 수장이 의지를 갖고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지키겠다는 다짐은 50만 교원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과 구체화다. 이날 교총은 이재명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에 반영해야 할 ‘4대 과제 30대 세부 과제’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은 첫째, 교권사건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이다. 수업과 학생 지도에 매진해야 할 교원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등 각종 교권사건에 휘말리면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여야 할 교사가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소송대리를 교육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장관이 보여준 의지에 위안되지만 실제 변화 위한 실천과 구
2025-11-10 09:10
11월 아침이면 하얀 입김이 퍼지고 교정의 나무들은 잎을 떨구며 겨울을 준비한다.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도 교실의 불빛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조용히 문제집을 넘기는 손끝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수능의 무게를 안고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올해 학생들의 얼굴은 유난히 진지해 보인다. 누군가는 마지막 모의고사를 마주하고 누군가는 불안을 다독이며 자신을 다잡고 있을 것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 보내 교사로서 이 시기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라는 말을 건네면서도 그 말이 혹시 학생들에게 무겁게 들릴지 걱정이 된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학생들이 교실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면 그동안 보여준 노력과 인내를 알고 있기에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진다.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자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것이라 오랜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러한 수능을 준비하고, 수많은 날을 버텨온 아이들은 이미 그 자체로 대단하다. 성적은 결과일 뿐이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 그 준비 과정 속에서 얻은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을
2025-11-10 09:10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권보호 5법이 제정됐지만, 현직 교사들은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교권 추락은 단순히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다. 이에 현직 교사로서 그 원인을 살피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교권 회복’이 출발점 먼저 교권 추락 원인은 교사-학생 간 신뢰 약화, 과도한 사교육 및 선행학습 과열,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남용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제의 공통점은 ‘상호 존중과 신뢰의 부재’다. 교권 회복은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전체가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하는 문화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가 먼저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지도방식에서 탈피해야만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과거에는 과밀학급에 교사 중심의 지식 전달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수직적인 분위기의 지도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학습자 중심의 수평적인 분위기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더 이상 통제와 명령의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배우는 동반자로서 다가가야 한다. 교사들
2025-11-10 09:10
교실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하면 교사는 학부모와 상황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때 다소 긴장도 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실제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애매한 데다가, 정식 사안 조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학부모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죠. 이럴 때 교사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공감과 존중 표현 사용 먼저 주의 깊게 듣고 짧게 공감합니다.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의 깊게 듣는 것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그에 맞는 대응도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엔 짧은 공감이나 존중 표현을 해줍니다. 간결하게 ‘많이 놀라셨겠네요’ ‘저도 이런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타깝네요’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당황하고 놀란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교사 자신의 판단이나 해석은 덧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긴 공감은 오히려 나중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2025-11-06 15:49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30일 교육부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로 진행된 가운데 교육위의 국정감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시절 극심한 정쟁으로 6년 연속 파행을 기록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교육 상임위답게 고성과 욕설, 비방이 난무했던 타 위원회의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개선,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제고, 교육자료로 격하된 AI 디지털교과서의 후속 처리방안, 학교폭력 대응, 교권 강화와 교원증원 등 다양한 현안이 있었음에도 심층 논의는 제한적이었다. 국정의 실책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해야 할 야당은 국감 초반 사실상 제2의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논문표절이나 교육감 시절 실책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여당 역시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는 수준에 머물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장면이 적었다. 교육 현장의 핵심 과제를 피하고 언론에 주목받을 민감한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민감한 정쟁 소재를 건드리거나 상대 진영의 자녀 문제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허투루 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지만…
2025-11-03 09:10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교원을 감축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논리 뒤에는 우리 교육의 질적 위기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학생 수 감소라는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체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육적 지원이 더 절실한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다문화 학생은 4.3배, 특수교육 대상자는 1.4배,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3배 가까이 치솟았다. 교원에게 부여되는 행정업무는 OECD 최고 수준이며,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라는 단일 잣대로 교사 수를 재단하는 것은, 교실의 질적 변화를 무시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과밀학급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초등학교의 16.1%, 중학교의 56%, 고등학교의 49.3%가 학급당 학생 수 26명 이상이다. 한편에서는 고교학점제, AI 교육 등 교원 증원이 필수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교원을 감축하는 모순은 정책적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개별 맞춤형 교
2025-11-03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