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위원회. 줄여서 ‘교보위’라는 이 한마디는 학교 현장에서 무겁게 들리는 단어입니다. 누군가에게 닥치기 전에는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정확한 절차를 잘 몰라서 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알고 가면 한결 덜 두렵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자기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피해 회복에 집중하기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지원청 단위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사안을 심의합니다. 학교에서 위원은 교원, 학부모, 변호사, 경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교사가 반드시 위원에 포함되도록 되어 있어, 그 자리에는 분명 교사의 심정을 헤아려줄 사람이 있습니다. 처리 절차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장이 즉시 보호조치를 시행합니다. 이때 가해자와 피해교원의 분리, 특별휴가, 응급조치, 심리상담 안내 등이 이루어집니다. 그다음 학교가 교육지원청에 사안을 신고하고, 교육지원청이 조사와 사안 조사보고서 작성을 진행합니다. 그 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되어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장은 의결 결
2026-06-25 18:59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가르치고, 책임지며 살아간다. 교사라는 직업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볼 시간은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한국교총에서 마련한 설악산 신흥사 템플스테이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평소 여행을 다니며 지역의 유명한 사찰이나 성당, 교회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정 종교를 깊이 믿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시설이 주는 고요함과 평온함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곤 했다. 이번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그러한 마음과 맞닿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곧 태어날 우리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태교의 일환으로 자연과 평화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흥사에 도착하자마자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찰의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도시의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와 바람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차담회 시간에 스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삶의 방향과 행복
2026-06-25 15:18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교육활동보호국’ 설치를 제안했고,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교권보호국’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동학대 무고와 상습 악성 민원으로 초토화된 교단의 절박함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이 실질적인 교권 보호 방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가 보여준 모습은 현장 교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발표한 교권보호대책들이 담당 ‘과’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과거 대책은 형식적으로나마 교육부 내 부처별 업무를 망라한 종합대책 성격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아쉬움은 더 컸다. 교총이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단 12%만이 교육부 방안에 실효성이 있다고 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장 교원들은 정부 방안이 법과 제도적 장치 없이는 현장 적용이나 살제 효과를 거두기에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출발은 법과 제도라는 틀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장에서 교원들이 바라는 것은 초인적 영웅이 아니다. 소신껏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법적…
2026-06-22 09:10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물으면 0.3초 만에 매끄러운 답이 나온다. 학생은 과제를 끝냈고, 설명도 읽었으며, 이해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이해’는 AI의 이해일 뿐, 학습자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 상태를 ‘가짜 학습(Fake Learning)’이라 부른다. 과제 성과는 완성됐으나 학습은 내면화되지 않았고, 더 심각한 것은 학습자 스스로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AI 쓰는 순서가 결과 바꿔 이것은 우려가 아니라 입증된 사실이다. 튀르키예 고교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범용 AI를 자유롭게 쓴 집단은 연습 중 성적이 38% 올랐지만, AI를 못 쓰게 한 시험에서는 오히려 17% 낮았다. AI가 사고를 대신하는 ‘목발’이 되는 순간, 사고의 근육은 자라지 못한다. 이것이 ‘목발 효과(Crutch Effect)’다. MIT의 뇌과학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ChatGPT로 글을 쓴 집단은 방금 쓴 자기 글의 88%를 기억하지 못했고,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AI가 사고하는 동안, 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AI를 교실에서 금지시켜야 하는가? 결코 아니다. 같
2026-06-22 09:10정부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재정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재정 효율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다. 학생 수와 교육 수요 감소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 수는 줄지만 학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오히려 늘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 특수교육 확대, 다문화교육 지원, 늘봄학교 운영,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등 학교에 요구되는 책임은 과거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맞춤형 지원 요구가 커지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농산어촌과 원도심의 작은 학교를 유지하는 일 역시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교육을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기업의 투자라면 수익을 계산할 수 있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 오늘 교실에 투입한 예산은 수십 년 뒤 사회 경쟁력과 시민 역량으로 돌아온다. 교육재정은 지출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교육재정 역시 성역일 수
2026-06-22 09:10
2026년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교직 인생에 가장 다사다난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뉴스 기사로만 접하던 일들이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점점 시들어가는 교사가 됐다. 그 와중에 13~14일 한국교총이 주관한 ‘교원 힐링 템플스테이’(경기 대광사)에 참여했다. 지친 일상에서 만난템플스테이 첫날 오후 2시 대광사에 입소한 후 문화해설사님의 안내에 따라 사찰을 둘러보며 타종을 하고 소원을 발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광사 대웅전에는 동양 최대의 미륵부처님이 자리하고 계신다. 대웅전 바깥은 3층 규모의 건물로 보이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3층 높이의 층고를 가진 단층 구조다. 일정에 대해 간단히 안내받은 후 스님과 차담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으며 지혜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스님은 인류의 4대 스승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재 많은 선생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참스승은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의 마음속에 큰 가르침으로 남을 것이라고 하셨다. 이후 108배를 하기 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했다. 108배는 참회와 감사, 발원과 다짐의 참회문을 들으며 이뤄졌다. 바르게 절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108배가 시작됐지만 모든 순
2026-06-22 09:10
“친구 요청을 했는데 거절 당했어요, 학교에서 그 애하고 말도 안할 거에요.” 최근 교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학생들의 하소연이다. 요즘 아이들은 등교 전 친구의 SNS 스토리부터 확인하고, 하교 후 단체 채팅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수업 중 인상 깊은 발표 자료가 있으면 찍어서 공유하고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SNS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여가 공간을 넘어 학습과 관계 형성의 거대한 플랫폼이자, ‘두 번째 교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소외감, 과잉 노출, 사생활 침해, 과장된 비교 문화라는 짙은 그림자가 숨어 있다. 학생마다 SNS를 대하는 태도와 목적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요약된 학습 정보를 찾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처럼 SNS는 학습의 매개체인 동시에 심리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이중적 공간이다. 이제 교육 현장은 SNS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방치하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학생들이 건강하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실천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자존감·소통·비판적 사고 키우기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교실 속 ‘디지털 자존감 프
2026-06-18 11:287년간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학생이 아닌 보호자를 만날 때였다. 아이들은 언어가 서툴러도 교실에서 웃고 울며 자란다. 그러나 보호자가 학교와 단절되어 있을 때, 그 성장은 교문 안에서만 맴돌다 가정에 이르면 힘을 잃고 만다. 다문화 언어 강사가 없는 곳에서 담임 교사는 번역 앱과 몸짓만으로 이주배경 보호자 상담을 홀로 감당하거나 보호자의 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밀집 지역 교사에게는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라도 있지만, 비밀집 지역 교사는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진다. 이주배경 보호자가 학교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관심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생업에 빠듯한 일상, 한국어 가정통신문의 언어 장벽, 낯선 학교 문화에서 오는 막막함이 그 배경을 이룬다. 학사 일정, 수행평가 제도, 체험학습 신청 같은 사안들은 이주배경 보호자에게 전혀 다른 세계의 언어나 다름없다. 다누리콜센터(1577-1366)의 3자 통역 서비스가 있지만, 교사가 상담마다 이 절차를 밟기란 쉽지 않다. 결국 번역 앱에 의존하거나, 학생을 통역자로 세우거나, 소통 자체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로 귀결된다. 보호자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서울교육청은 2026년
2026-06-18 11:28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새로 무거운 책임을 맡은 16명의 교육감에게 한 명의 교사로 진심 어린 축하와 기대를 전한다. 그리고 그 기대의 첫머리에, 부디 학교의 시간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고자 한다.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꾸 뒤집고 헤집으면 생선은 결국 부서지고 만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평가 없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것들을 급히 내려보내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교의 몫이 된다. 검증된 변화라면 누구보다 먼저 배우고 싶지만, 첫 원칙은 ‘새로움’보다 ‘검증’이 돼야 한다. 새로움보다 검증 원칙 필요 새 교육 사업과 정책을 시작하려면 기존 사업의 참여율과 만족도, 교사 업무량부터 공개하고, 모든 신규 사업에 학교업무 영향평가를 붙여 무엇을 줄일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시작한 사업에는 종료 기준을, 남길 사업에는 안정적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감의 리더십은 현장을 놀라게 하는 데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서 증명된다. 그 예측 가능성이 곧 학교의 시간을 지킬 수 있다. 현장은 절박하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5.4%로 2
2026-06-15 09:10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 조직의 이야기를 담은 OTT 드라마 ‘참교육’이 방영되면서 ‘교권 보호’라는 단어가 다시금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사라지고 있는 교권 현실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학교의 교권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교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교육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교원들은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닌 자신의 교실과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 담당 부서를 만들고 시스템화하는 모습이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슬픔과 안타까움이 공존하고 있다. 현장 교원이 바라는 것은 교권을 무시하는 학생, 학부모에 대한 징벌보다는 무엇보다 ‘법적 보호장치’다.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의 한계 상황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들은 현실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장체험학습 문제가 대표적이다.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2026-06-15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