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시작부터 마음이 무겁다. 교육재정 축소, 수능 서·논술형 등 대입 개편,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등 정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정책 추진 탓이다. 가뜩이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교권 침해로 힘든 교직 사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반발과 불만의 이유는 두 가지다. 사전 협의 없는 던지기식 정책 양산과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이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밀실야합으로 반세기 넘게 안정되게 유지된 교부금 연동제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사전 협의나 설명도 없이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교육예산 총액을 2조5000억을 더 주니 돈이 줄지 않는다 한다. 또 바뀐 산식으로 생긴 여윳돈은 미래 기금이라는 거창한 주머니에 넣어 잘 쓰겠다고 하지만 교직원 호봉 자연 인상분, 물가 인상을 생각하면 교육 살림살이 걱정이 앞선다. 여기에 2023년 말 발표된 고교학점제, 내신 5등급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대표되는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이 시행도 되기 전이지만 국교위는 2033년 대입 개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서·논술형 문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10월 중장기 대입제
2026-08-31 09:10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가 수업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본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보다 옆 친구의 물건을 바라보고, 때로는 빌려도 되는지 묻지 않은 채 손부터 뻗는다. 말없이 손부터 뻗는 이유 이 모습을 보면 준비물을 챙기지 않은 것부터 지적하기 쉽다. 그러나 잠시 살펴보면 준비하지 못한 사실보다 그것을 드러내는 일을 더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 혼날까 봐 두렵거나, 친구들 앞에서 준비물을 잊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부탁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말없이 친구의 물건을 가져다 쓰게 둘 수는 없다. 아이의 손을 멈추게 하고 먼저 물어보게 한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했으면 빌려달라고 말할 수 있어. 하지만 빌려주고 말고는 그 친구가 선택하는 거야.” 도움은 당연히 받아낼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평소 자신이 친구를 어떻게 대했는지, 필요한 순간에 어떤 말로 요청하는지도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연필 한 자루만이 아니다. 준비하지 못한 사실을 숨기려는 마음, 부탁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행동, 친구가 건넨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아이가
2026-08-31 09:10
학생이 줄면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그럴듯하다. 그러나 교육은 학생 수에 단가를 곱해 운영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줄어도 학교와 학급은 같은 비율로 줄지 않는다. 작은 학교는 학생이 적다고 금방 문을 닫을 수 없고, 냉난방비와 급식비, 통학 안전, 시설 유지와 교직원 인건비도 그대로 필요하다. 자치 기반 무엇으로 보장하나 오히려 교육의 책임은 넓어지고 있다.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육과 기초학력, 늘봄과 교육복지, 노후학교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학생 마음건강도 시급하지만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한 명을 두는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 학생 수 감소는 교육의 책임을 줄일 이유가 아니라 한 아이 한 아이를 더 세심하게 돌릴 기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한 새 산식을 도입하려 한다. 영유아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투자를 넓히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단순한 계산식 변경이 아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에 배분하는 연동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재정을 매년 예산 판단과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지켜온 안전판이다. 자체 과세권이 없는
2026-08-31 09:10
학부모와의 관계만큼 교사에게 까다로운 것이 있을까요. 너무 가까우면 사적인 영역이 흔들리고, 너무 멀면 아이 이야기를 나눌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습니다. 반갑게 인사만 나누고 지나치자니 왠지 아쉽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주고받자니 어느새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이 어중간한 자리에서 매년 새로 만나는 학부모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지, 고민하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겁니다. 아이 위해 나란히 걷는 관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너무 멀면 아이를 위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대할 때마다 서로 불편해집니다. 너무 가까우면 자칫 교사의 공적인 생활 이외의 것까지 침해받을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요즘처럼 소통 창구가 다양해지고 경계가 자꾸 흐려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거리를 지킨다는 것은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한 리듬입니다.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처음에는 좋아 보여도 결국 어느 순간 사소한 오해 하나에 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멀면 정작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
2026-08-27 18:14
교사는 학생의 작은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아챈다. 아이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면 무슨 일이 있는지 묻고 살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피곤해도 ‘괜찮다’ 버티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하며 다독인다. 그렇게 번아웃은 조용히 시작된다. 소진은 단순히 피곤해서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텼기 때문에 찾아온다. 교사들의 번아웃은 일반적인 직무 소진과는 조금 다르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감정노동자다.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갈등을 중재하는 동시에 학습과 생활지도를 책임진다. 여기에 행정업무와 예측 불가능한 각종 민원,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더해진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교직의 특성은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킨다. 감정노동‧교권침해가 소진 키워 신체적 피로 못지않게 감정노동은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정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나 돌보기 어렵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정서적 탈진이 커진다.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했다면 소진은 더욱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폭언이나 폭행, 위협을 당한 경험은 교실을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몸은 늘 경계 상태에…
2026-08-27 18:13
지난 10년 사이 학령인구 175만 명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학교는 더 분주해지고 선생님들은 더 힘들어졌다. 기초학력이 무너진 아이, 마음이 아픈 아이들, 특수교육과 다문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더 늘고 있다. 여기에 늘봄학교가 더해지고, 유보통합이 얹어지고, AI 교육이 더해졌다. 아이는 줄었지만 아이 한 명에게 국가가 약속한 것은 몇 배로 늘었다. 이것이 오늘의 학교다. 교육에 경제 논리 대입 부적절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학교의 현실과 다른 계산서를 제시했다. 기획예산처는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내국세 연동 원칙, 즉 내국세의 20.79%를 교육에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근간을 없애버리는 개편안을 보고했다. 학생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이자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 있다. 교육을 학생 수에 단가를 곱한 비용으로 본다는 전제다. 교육은 경제 논리를 따르는 사업이 아니다. 교육재정은 학생 수가 아니라 학교가 감당하는 책무의 총량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 국가는 학교에 과업을 더할 때마다 교부금을 근거로 삼았다. 일은 늘리면서 돈은 줄이겠다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모순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정성이
2026-08-24 09:10일반 국가공무원과 교육공무원 사이에 육아휴직을 둘러싼 불합리한 제도적 격차가 생겼다. 지난 6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일반직 공무원의 육아휴직 대상 자녀가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확대됐지만, 교원은 기존 범위(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 머물러 있다. 서로 다른 돌봄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육아휴직 대상을 확대한 취지는 분명하다. 고학년 자녀에게도 부모 역할이 필요한 현실을 제도에 반영한 것이다. 이런 필요가 교원에게는 인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가정 양립과 저출생 대응을 강조하면서 직종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입법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교육공무원의 육아휴직 대상을 확대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모든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하자는 내용인 만큼 처리를 늦출 이유가 없다. 법 개정이 늦어지면 불이익은 현장 교원에게 돌아간다. 육아와 교육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교원에게 일·가정 양립을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편의를 넘어 안정적인 교직 생활과 교육 활동을 뒷받침하는 일이기도 하다.…
2026-08-24 09:10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적 훈육마저 ‘아동학대’라는 무분별한 의심 앞에 무력화되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거나, 다른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훈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정서적 학대로 고소당하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는 교사의 교육적 열정을 꺾을 뿐만 아니라, 교실을 방임 상태로 몰고 가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까지 침해하는 심각한 교육적 재앙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타파하고자 교총 등 교원단체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법령 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또다시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선 것이다. 본래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현장 맥락을 무시한 채 교사를 억압하는 무기로 악용되는 실정이다. 단 한 건의 의심 신고만으로도 교사는 즉시 직위해제 처분의 기로에 서거나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무너진 교실에서 교사는 제대로 된 교육과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2026-08-24 09:10
드라마 ‘참교육’에 많은 사람이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단순히 강한 훈육이나 응징 장면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학교가 학생의 행동과 태도, 공동체 생활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담겨 있다. 학교 교육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은 학생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자신 행동에 책임을 지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를 익혀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참교육’이라는 말이 주는 통쾌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교육을 통해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묻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유아교육, 초·중등 의무교육, 고등학교 무상교육, 대학 재정지원, 청년층 취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성장 과정 전반에 대한 국가책임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는 개인의 배경과 여건에 따라 교육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노력이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 다만 교육의 국가책임이 확대될수록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국가는 교육의 기회를 넓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2026-08-24 09:10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날로 증가하며 우리 교육 현장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학교 현장에서는 주로 ‘다문화 이해 교육’(‘다문화 감수성 교육’, ‘다문화 수용성 교육’ 등으로도 불림)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2시간 이상 필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미묘하다. 이주배경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밀집학교’는 물론이고, 반대로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 모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해야 하지?”라며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밀집학교는 이미 학생들이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며 잘 어울려 지내고 있기에 인위적인 교육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느끼며,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는 당장 우리 반에 낯선 배경의 친구가 없으니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살펴보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점수는 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즉, 현장에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편견 없이 잘 지낸다’라고 느끼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2026-08-20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