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하면 교사는 학부모와 상황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때 다소 긴장도 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실제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애매한 데다가, 정식 사안 조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학부모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죠. 이럴 때 교사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공감과 존중 표현 사용 먼저 주의 깊게 듣고 짧게 공감합니다.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의 깊게 듣는 것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그에 맞는 대응도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엔 짧은 공감이나 존중 표현을 해줍니다. 간결하게 ‘많이 놀라셨겠네요’ ‘저도 이런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타깝네요’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당황하고 놀란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교사 자신의 판단이나 해석은 덧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긴 공감은 오히려 나중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2025-11-06 15:49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30일 교육부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로 진행된 가운데 교육위의 국정감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시절 극심한 정쟁으로 6년 연속 파행을 기록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교육 상임위답게 고성과 욕설, 비방이 난무했던 타 위원회의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개선,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제고, 교육자료로 격하된 AI 디지털교과서의 후속 처리방안, 학교폭력 대응, 교권 강화와 교원증원 등 다양한 현안이 있었음에도 심층 논의는 제한적이었다. 국정의 실책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해야 할 야당은 국감 초반 사실상 제2의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논문표절이나 교육감 시절 실책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여당 역시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는 수준에 머물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장면이 적었다. 교육 현장의 핵심 과제를 피하고 언론에 주목받을 민감한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민감한 정쟁 소재를 건드리거나 상대 진영의 자녀 문제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허투루 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지만…
2025-11-03 09:10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교원을 감축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논리 뒤에는 우리 교육의 질적 위기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학생 수 감소라는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체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육적 지원이 더 절실한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다문화 학생은 4.3배, 특수교육 대상자는 1.4배,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3배 가까이 치솟았다. 교원에게 부여되는 행정업무는 OECD 최고 수준이며,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라는 단일 잣대로 교사 수를 재단하는 것은, 교실의 질적 변화를 무시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과밀학급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초등학교의 16.1%, 중학교의 56%, 고등학교의 49.3%가 학급당 학생 수 26명 이상이다. 한편에서는 고교학점제, AI 교육 등 교원 증원이 필수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교원을 감축하는 모순은 정책적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개별 맞춤형 교
2025-11-03 09:10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태블릿 등 디지털 학습기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덩달아 학생들의 독서율이 급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학생들이 점점 독서를 멀리하고, 그 결과 학교 수업에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단어의 뜻도 몰라서 교사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시험 문제에 나오는 질문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고 모르고 문제를 푸는 학생도 종종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책 멀리하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 이런 문제점은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TV를 필두로 과도한 디지털기기에 노출돼 있다.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는 성인과 청소년이 많았지만,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즘은 책을 읽기보다는 대부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상태로 영화를 보고, 인터넷 검색 혹은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 가정의 독서에 대한 무관심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대부분 자녀에게 독서를 권장하지만, 책에 관한 대화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부모가 자녀 앞에서 먼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TV를 시청하면서 자녀에게
2025-11-03 09:10
인구 소멸이 한참 진행 중인 어느 시골 마을, 오래된 초등학교에 한 초임 교사가 부임했다. 학생 수는 매우 적었고, 그중 하나는 중증 자폐 아이였다. 그 아이는 처음엔 수업 시간 내내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교사는 교직 입문의 애정과 의지만큼 사명감에 불타 포기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고, 하루 5분 만이라도 교실에 앉아 있도록 어렵게 약속을 이끌었다. ‘사람’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 1년이 지나자, 아이는 수업시간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친구와 손을 잡고 뛰노는 날도 생겼다. 교사는 말했다. “아이는 무언가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리가 기다려주지 못할 뿐이죠.” 이 작은 기적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아이와 교사의 인생에 있어선 가장 큰 변화였다. 이처럼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진심이 담긴 교육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다른 일화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겨울 ‘연탄 나눔 봉사’를 실시한다. 원래는 동아리 학생 몇 명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해엔 전교생의 70%가 참여하기도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2025-11-03 09:10
학생이 하루에 접하는 미디어 메시지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유튜브 자막, SNS 밈, 광고 문구, 뉴스 제목, 댓글 속 은어까지 모두가 하나의 메시지로 작동하며 사고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메시지들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제작자의 의도, 선택적 정보, 시각적·언어적 장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를 비판적으로 읽지 못하면 학생들은 왜곡된 인식 속에서 판단하게 된다. 이제 교실은 ‘보이는 대로 믿지 않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뉴스에 나왔으니 사실이겠지”, “팔로워가 많으니 신뢰할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추론은 미디어 해석력을 약화시킨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힘’이다. 교사가 이 질문 루틴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 학생들은 점차 자동화된 비판적 독해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교실에서 길러지는 ‘질문하는 힘’ 교사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의미를 탐색하는 ‘해석의 동반자’다. 교사가 매주 ‘미디어 메시지 읽기’ 시간을 마련해 영상이나 광고 문구를 함께 보며 “이 장면이 왜 불편했을까?”, “다른 관점에서는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처음엔 머뭇거리던 학
2025-10-30 18:02처음 학교에 임용되었을 때만 해도 교권 침해 사건이 자주 보고되었고, 선생님들의 사기는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학술지에는 ‘교사 소진(burnout)’ 연구가 부쩍 늘었고, 학회에서 만나는 상담자들은 “요즘 내담자 중에 선생님이 많아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상담센터도 교육청과 MOU를 맺고 교사 마음돌봄과 소진을 주제로 워크숍, 집단상담, 개인상담을 진행했다. 사회적으로도 ‘자기돌봄’, ‘마음돌봄’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던 시기였다. 나 역시 그 일을 의미 있고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러던 중 2023년 여름,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학원에 다니던 선생님을 위한 지지집단 모임을 열었는데,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모인 분들 대부분이 “사실 나도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 고통의 깊이와 무게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동시에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고 모욕감을 느낄 때 옆에서 위로하고 함께 분노하기는 했지만, 정작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교사 소진과 교권 침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 교육공동체 문화의 문제를 상담에서 어
2025-10-30 18:01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은 더욱 떨어졌다.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단어의 뜻조차 몰라서 진도를 나갈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초학력은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학습 능력이자 인간으로서 학습과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학습 역량이다. 또한 기초학습 부진은 문해력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부진이 누적되면 국어뿐만 아니라 나머지 교과목에도 학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부진이 시작되면 학습에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해 결국 중도에 모두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삶의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기초학력 수준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원 증원이다. 학생 간 학습격차를 줄이고,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은 바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원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행정직원은 30% 이상 증원됐다. 교원 감축에 대한 주요 근거가 학생 수 감소에 의한 경제적 논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전국 중·고교 학급의 84% 이상이 학
2025-10-27 09:10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높은 도덕성으로 교육에만 매진하는 교원도 법 없이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실은 점차 교원도 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피소되거나 악성 민원으로 고생을 해 본 교원은 거의 다 재야 법조인이 된다. 학생 지도와 교과 전문성 연구에 매진해야 할 교사가, 교육과 학교 운영에 힘써야 할 교장이 법조문과 소송 절차를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정상인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은 교권변호사를 두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세종 교육청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 38명의 교권변호사가 있다. 그나마 일부 시·도에 집중돼 있어 대부분은 1~2명에 불과하다. 힘든 업무와 낮은 처우로 채용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교권변호사가 심지어 공석인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총 4234건이다. 또 3만 7829건의 상담이 접수됐고, 심리 치료 건수만도 3210건에 이르렀다. 올해 1학기 동안 집계된 상담 건수는 이미 2만 769
2025-10-27 09:10
2022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역량 중심의 교육을 강조한다. 성취평가는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통합적 사고, 문제 해결 과정 등을 중점으로 하며,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연계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교육은 암기식 지식 중심에 머루를 것인지, 창의적 고등 사고 능력 중심으로 전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수업·평가 연계하는 전문성 요구돼 현재 고교는 5등급 상대평가를 병행하고 있지만, 성취평가를 목표로 한다. 현재의 상대평가는 성취평가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에 불과하다. 학교 현장은 오지선다 객관식 기반 상대평가에 의존하는 교육 풍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취평가는 고등 사고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배운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서·논술형 평가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서·논술형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업–평가를 연계한 실천형 연수 체계와 교사의 평가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1회성의 이론 중심 연수만으로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교사의 수업–평가 연계 실천형 연수 확대’와 ‘교사
2025-10-27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