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은 모든 교과 학습의 출발점이다. 교과서를 읽고 개념을 이해하며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 갖춰져야 배움도 가능하다. AI 시대에도 정보를 읽고 분석하며 판단하는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최근 조사에서 교사의 98.5%는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사회와 국어, 과학처럼 개념 이해와 긴 글 읽기가 중요한 교과일수록 어려움은 더욱 컸다. 문해력 부족이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 수업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평가원은 학생 수준에 맞춘 교육용 어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맞춤형 지원체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문해력은 콘텐츠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꾸준히 읽고 토론하며 사고하는 교육활동이 교실에서 지속될 때 비로소 자란다. 문제는 학교의 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 공립 초·중·고의 사서교사 배치율은 16.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사서교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독서교육을 이끌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문해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천할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셈이다. 또 문해력 교육을 특정 직종의 역할로만
2026-08-10 09:10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구술시험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한 공학 수업은 과제 제출 후 교수와 20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나누는 구술시험을 추가했고, 펜실베이니아대는 '대면 평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완성해 오자, 대학들이 내놓은 답이 결국 "네가 직접 설명해 보라"였던 것이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AI로 완성한 매끄러운 과제를 내밀던 아이가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이니?"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기 글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면만 더듬는다. 답은 완성되었지만 이해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써 주는 시대, 정작 위기에 놓인 것은 글을 읽어 내고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이다. 도구가 역량 대신하지 않아 AI라는 도구 앞에서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도구를 부릴 힘이 있는 아이는 도구를 만나 배움이 몇 배로 커진다, 하지만 그 힘이 없는 아이는 좋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춘다. 이 갈림길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선명해진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만 오히려 배움의 격차를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것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은 결국 그…
2026-08-06 14:29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사회적으로 견해차를 보이는 사안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시민교육 원칙’ 시안을 공개하고 23일 부산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상당수 학생과 교사들은 시민교육을 위해서 수업 및 교과 증가보다 학교 밖 체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시안의 핵심 조항은 ‘학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을 교육활동 주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시행된다면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유명 아이돌 멤버의 사투리 일베 논란이 교실 내 토론주제가 될 날도 멀지 않다. 사회는 교실이다.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를 접해야 하고, 토론문화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또 국민과 교육계 논의를 거쳐 그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 목적과 취지를 구현하기 쉽지 않은 현실과 과제가 있다. 첫째, 학교시민교육 원칙은 선언적 한계가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2026-07-27 09:22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점점 진화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흉측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청소년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더 나아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피해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현 제도의 부작용 계속 커져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교권과 촉법소년 제도 개선 토론회’는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교사, 법조인, 학부모의 생각이 다들 비슷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보호처분과 보호관찰 제도는 부작용이 많고, 재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무법천지로 전락한 촉법소년을 이제는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부 촉법소년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에 한 번은 꼭 경험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한편으로는 청소년의 권리이자 특별 혜택이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학생도 있다. 학교폭력은 가벼운 사안이라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되면 대입에 아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촉법소년은 살인, 강간, 방화 등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전
2026-07-27 09:21
인공지능(AI)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다. 수업 자료를 만들고, 학습 수준을 분석하며, 맞춤형 문제를 제시하고, 행정 업무까지 도와준다. 하지만 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AI가 아니다. 학생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어떤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울 것인지는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갈수록 교사 역할 중요해져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전전두엽은 목표를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 변연계는 감정을 이해하고, 해마는 경험을 의미 있는 기억으로 연결한다. 교육 역시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학생의 경험을 성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실제 AI는 ‘배려’라는 단어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를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 준 경험, 실패한 학생에게 다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순간의 따뜻함까지 가르칠 수는 없다. 이렇듯 AI가 발전할수록 교사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교사는 어떤 사람일까? 바로 AI를 통해 질문을 잘하는 교사다. 좋은 질문은 좋은 수업을 만든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AI가 아니라 교사
2026-07-27 09:21
“그 일 이후 학교 가는 게 두려워요.” 교권침해 상담 과정에서 교사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말 중 하나다. 학부모의 거친 항의와 반복된 민원, 학생의 폭언과 위협. 사건은 끝났고 행정적으로도 마무리됐지만, 교사의 일상은 그 자리에서 멈춰 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온다. 전화벨만 울려도 ‘또 민원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도 많아진다. 그동안 우리는 교권침해를 ‘법적 문제’로 다루는 데 익숙했다.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고,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제도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지금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교권침해는 단순한 갈등이나 불쾌한 경험을 넘어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지와는 달리 반복적으로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거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 이유 없는 긴장과 불안이 나타난다면 이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외상 방치하면 소진으로 이어져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
2026-07-23 15:00
퇴근 이후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학부모가 보낸 문자입니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내일 준비물이 원고지가 맞나요.” 짧고 정중한 문장 앞에서 교사는 잠깐 멈춥니다. 지금 답해야 할까, 아침에 답해야 할까, 그런데 아침이 되면 또 아침대로 바쁠 텐데. 이 짧은 문자 하나가 남긴 무게가 하루의 끝자락에서 오래 남습니다. 늦은 시각의 연락이 무거운 것은 응대 그 자체보다 응대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답하지 않으면 다음 날 학부모에게 또 연락이 올 것이 신경 쓰이고, 답하면 하루 종일 이어져 온 나의 시간이 문득 잘려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교사도 퇴근하면 한 사람의 부모이고, 자식이고,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를 재우는 사람입니다.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다음 날 교실에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담을 근본에서 덜어주는 새로운 지침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학교 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에 따라, 이제 교사 개인 연락처나 개인 SNS를 통한 학부모 민원 접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교 대표번호와 온라인 소통 시스템인 이
2026-07-23 15:00"교실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KSL)을 몇 년째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 학급 담임으로서 매일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새삼 체감하는 말이다. 학교는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비추는 거울이다.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고, 전체 학생 대비 비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제 한 학급에 한두 명 있는 것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 특히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교실에 앉게 되는 중도입국학생과 외국인 가정 학생이 급증하면서, 교실 안의 다양성은 질적으로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높은 밀집학교도 빠르게 늘어, 언어 장벽으로 인한 학습 부진과 또래 관계 단절, 나아가 학업 중단까지 심각한 교육적 위기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다문화 교육 역량 강화 선행돼야 교사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어가 서툰 학생 앞에 앉아 교재를 함께 펼칠 때마다 매번 같은 질문을 되뇌곤 한다. ‘이 학생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분명하다. 학생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개별화 교육 지원을 설계할 수 있는 교사
2026-07-21 18:30
많은 학교가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학교의 자율적 결정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교육부 지침이 각급 학교로 전달됐고, 그에 따라 학교들은 평가기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 우려돼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교사의 수업, 생활지도, 상담, 진로교육, 방과후 활동은 학생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교육적 소명보다 성과급과 연결해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교직이 교육보다는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교육의 토대인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육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신뢰 관계 위에서 이뤄진다. 교육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교육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다. 학생의 인성 성장, 생활 습관 형성, 정서적 안정, 위기학생 지원, 학부모 상담과 같은 중요한 교육활동은 수치로 평가하
2026-07-20 09:10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으로 아이가 줄어들수록 학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 학교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학생 안전, 심리·정서 지원, 인성교육, 디지털 시민교육, 인공지능(AI) 교육, 환경교육, 진로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은 계속 더해지는데, 무엇을 줄이거나 정리할 것인지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정책운영 방식 함께 변해야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분야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 속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정책의 필요성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새로운 정책은 빠르게 더해지지만 기존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 일몰제가 운영돼도 기존 사업이 다른 사업으로 통합되거나 우수사례, 필수 운영 요소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를 현장에서는 자주 경험한다. 결국 교사가 체감하는 것은 학교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계속 쌓여 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업무가 늘어나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수업의 경계가 넓어
2026-07-20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