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서울에서만 178명의 교감이 교장 승진을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는 통계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27명, 2022년 44명, 2023년 42명, 2024년 41명 등으로 몇 년 새 명퇴 규모가 커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만 전국 교감 2581명이 정년 전에 퇴직했다. 권한과 처우 턱없이 부족 이는 우리 교육 현장의 깊은 문제를 드러낸다. 교장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둔 이들이 중도 하차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교감에게 과중하게 몰린 행정업무, 각종 위원회 참여, 학교폭력·민원 처리 등 ‘잡무’에 가까운 일들이 쌓이면서 결국 탈진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교육청이 배포한 ‘교감 업무추진 길라잡이’에 따르면, 교감은 15개 분야의 업무를 책임져야 하며, 인사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0여 개 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은 월 10만 원 남짓한 수당에 불과하다. 막중한 책임과 부담에 비해 권한과 처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과거 교감은 ‘실세’로 불리며 교사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도전하던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교사들은 부장 보직조차 꺼리고
2025-10-13 09:10
교실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것이 학교폭력 문제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늘 긴장되는데, 막상 사안이 터지면 해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폭 사안에서 교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되 안일하게 대처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학폭 상황을 ‘단순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거나 ‘아이들끼리 흔히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피해 학생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칫 학부모와 교사, 또는 학교 사이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 행동 관찰하기 교사는 무엇보다 이런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예방에 초점을 두고 꾸준히 지도해야 합니다. 피해 학생이 보이는 특유의 징후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 학생들은 평상시와 달리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교과서나 필기구 같은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교복이 젖어 있거나 찢겨 있어도 별일 아니라고 대답하고, 코피가 나거나 얼굴에 생채기가 있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교무실로 와서 선생님과 어울리려 하고, 자기
2025-10-01 19:04지난 16일, 교육부의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피해 학생 2.5%로 역대 최대’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가 넘쳐났다. 2013년부터 시작된 전수조사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의 학교폭력 민감도가 높아진 점을 이유로 꼽았지만, 320만 명이나 되는 학생의 인지도가 단지 교육이나 언론 등을 통해서만 높아졌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증가에는 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은 5만8502건에 달한다. 2023년 6만1445건, 2022년 5만7981건과 비교하면 다소간의 증감이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 바로 학교장 종결제의 변화추세다. 학교장 종결제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 2에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 및 보호자가 심의위 개최를 원하지 아니할 경우 학교의 장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물론 경미한 사건의 요건도 엄격하다. ▲피해 학생이 2주 이상의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시 복구 또는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2025-09-29 09:10
얼마전대통령실 교육비서관 내정설로 교육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학종 폐지’와 ‘정시 강화’를 주장해온 인사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했지만, 이번 해프닝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성과를 ‘명문대 진학 실적’으로만 환원하는 사회적 통념을 국가가 공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씁쓸한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교육비서관 내정설이 남긴 씁쓸함 “그 학교, 서울대나 의대 몇 명 보냈습니까?” 학교 현장에서 흔히 오가는 이 질문은 악의라기보다 무신경에 가깝다. 하지만 여기엔 교육 철학이 무너진 현실이 압축돼 있다. 학생의 인간적 성숙이 아닌, 오직 숫자로 교육의 성패를 가늠하는 풍토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그 왜곡된 상식이 현장을 넘어 국가 정책 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코로나19 원격수업은 공교육이 여전히 지식 전달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냈다. 교사의 역할을 촉진자·설계자로 규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이상과는 정반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립학원단체의 단체장이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경쟁력 있다”고 공언했다. 학생들이 내신 초기화를 위해 자퇴 후 재입학을…
2025-09-29 09:10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입법과정에서부터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법적 위상, 구성 등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그동안 나타난 문제의 대부분은 예견됐던 것들이다. 1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완화시키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진정한 기관이 되도록 법을 개정할 때가 됐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난제를 해결하며 교육의 미래를 밝히게 된다면, 대한민국 교육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정상화 위한 뒷받침 필요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공감의 원리 때문에 이기적 행위를 제한하는 정의의 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가 믿었던 ‘위대한 파수꾼’이 정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시민사회는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마음의 공정한 관찰자인 ‘중립적 제3자’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드러내놓고 세 싸움을 하는 사회에서 중립적 제3자는 양쪽으로부터 매도당하기 때문에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결국 어느 한쪽에 속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개인 차원의 중립적 제3자가 줄어들 때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조직(기구) 차원의 중립적 제3자를 만드는 것이다. 정당과 정부로부터 중립적인 국교
2025-09-29 09:10본지는 한국상담학회와 함께 교사의 마음 건강을 위한 전문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선생님의 심리적 안정과 학생 상담 능력 배양을 위한 글로 채워집니다. 편집자주 우리는 12년간의 공교육을 통해 인류세(人類世) 중심의 세계관을 배워왔습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정해진 진리처럼 교육받았고, 시험 제도를 통해 인간이 만든 기준에 따라 능력을 구분해 왔습니다. 능력의 기준은 다양할 수 있음에도 특정 시대와 문화적 맥락에서만 의미를 부여하며, 무엇은 지향해야 하고 무엇은 지향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해놓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가치를 부여한 대상―예컨대 SKY 대학, 서울 아파트, 명품 브랜드―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가지면 성공이라 여기고, 가지지 못하면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의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곧 성공이라 착각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의 교육이었습니다. 공교육에 도입 필요 미국과 영국은 이미 공교육 과정에 마음 챙김 명상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은 우리 선조들이 유·불교 사상에 기초해 실천했던 마음 교육의 전통을 계승한 현대적 형태의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의 발전이 시작된…
2025-09-25 16:42
디지털 환경은 학생에게 무한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참여·성찰을 아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현명한 사용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각의 미디어 교육이 요구된다. 교사의 모범적 실천이 먼저 학생은 교사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교사가 수업 자료를 준비할 때 출처를 명확히 밝히거나, 저작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 된다. 또한 교사가 수업 중 특정 기사나 영상을 소개할 때, 단순히 내용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 자료를 선택한 이유’와 ‘다른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 모범적인 미디어 접근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더불어 검색에 대한 책임 의식도 보여줘야 한다. 학생이 보는 앞에서 검색하며 신뢰할 만한 사이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생의 거울이기 때문에 검색한 사이트를 무한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학생이 신뢰할만한 사이트를 기록해 장·단점을 안내해야 한다. 생활 속 ‘미디어 다이어트’ 교육 학생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은 매우 방대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
2025-09-25 16:42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100일만인 11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임명됐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이 이뤄진 것은 산적한 교육 현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권 보호는 장관 스스로 취임사에서 “선생님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만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정책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교원 보호 제도는 단순히 교권 침해 사건으로부터의 보호가 아닌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 체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과제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첫째,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 교원을 옥죄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현행 ‘아동복지법’ 상 정서적 학대 규정의 모호함이다. 이로 인해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악의적 해석에 따라 학대로 둔갑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교사 대상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안 중 70%가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교육감 의견이 제출되고, 이중 85.6%가 불기소 및 불입건으로 종결된다.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대부분 무고성 신고임을 보여준다. 또…
2025-09-22 09:10
긍정적인 인정욕구는 자기 성장과 동기 부여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그런 면에서 인정욕구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심리적 욕구다. 특히 교육은 아이들의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데서 출발한다. 인생 바꾸는 한마디의 말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에게 어느 날 한 노인이 자신의 그림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다. 로제티는 그림을 살펴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노인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어느 정도 각오한 듯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노인은 다시 낡은 스케치북 하나를 꺼내더니 거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도 봐주기를 요청했다. 자기가 잘 아는 젊은 화가 지망생이 그린 그림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그림들은 아주 훌륭했다. 흥분한 로제티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지망생은 탁월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노인은 “사실은 이 그림들도 제 것입니다. 학창 시절에 제가 그린 것들이지요. 만약 그때 당신 같은 화가가 나에게 칭찬을 해줬더라면.…
2025-09-22 09:10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 하반기 5세 무상교육·보육 실현을 위한 일반회계 목적예비비 지출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5세에 대한 무상교육·보육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장의 숙원 중 하나였던 유아 무상교육·보육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 내디뎌진 것이다. 신속 준비로 지원 조기 시행 정부는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에 무상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3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통의 유아교육·보육 과정(누리과정)을 도입해 유아교육비와 보육료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럼에도 3~5세 자녀를 보내는 가정은 적지 않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 유아 무상교육과 보육에 대한 요구는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급기야,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유아 무상교육·보육 즉각 시행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유아교육·보육비 지원을 5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관계기관과 신속한 협의·준비로 5세 지원이 조기에 시행될 수 있었다. 지원액은 가정에서 각 기관에 납부하고 있던…
2025-09-22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