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새로 무거운 책임을 맡은 16명의 교육감에게 한 명의 교사로 진심 어린 축하와 기대를 전한다. 그리고 그 기대의 첫머리에, 부디 학교의 시간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고자 한다.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꾸 뒤집고 헤집으면 생선은 결국 부서지고 만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평가 없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것들을 급히 내려보내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교의 몫이 된다. 검증된 변화라면 누구보다 먼저 배우고 싶지만, 첫 원칙은 ‘새로움’보다 ‘검증’이 돼야 한다. 새로움보다 검증 원칙 필요 새 교육 사업과 정책을 시작하려면 기존 사업의 참여율과 만족도, 교사 업무량부터 공개하고, 모든 신규 사업에 학교업무 영향평가를 붙여 무엇을 줄일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시작한 사업에는 종료 기준을, 남길 사업에는 안정적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감의 리더십은 현장을 놀라게 하는 데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서 증명된다. 그 예측 가능성이 곧 학교의 시간을 지킬 수 있다. 현장은 절박하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5.4%로 2
2026-06-15 09:10계속되는 10대 청소년의 자살 증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비상 신호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자살 예방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학교 안의 상담이나 개별 교사의 관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적 대응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대책이든 그 성패는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청소년 자살은 학업 스트레스, 가정 불화, 또래 관계, 디지털 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학교가 중요한 안전망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들의 삶 전체를 붙들 수는 없다. 가정과 지역사회, 의료기관, 상담기관, 플랫폼 사업자까지 함께 움직이는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위기 학생을 발견하고 돕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많은 역할을 맡기면서도, 정작 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면 대책은 오래가기 어렵다. 위기 학생을 돕기 위한 정당한 개입이 민원과 신고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교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학생을 살리려면 교사도 지켜야 한다. 교원의 책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학교의 대응력도, 학생 보호도 강화될 수 없다. 상담 인력과 전문기관 확충도 시급하다. 위클래스와 위센터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 학교가…
2026-06-15 09:10
요즘 아이들은 두 개의 세계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하나는 현실 세계, 또 다른 하나는 스마트기기 속 디지털 공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 이상(42.6%)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청소년의 증가폭이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청소년의 42.7%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했으며, 이것 역시 전년보다 오른 수치다. 두 조사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하나다. 문제는 커지고 있고, 커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전장이 만들어졌다. '법' 생겼으나 여전히 혼란해 사이버폭력과 스마트기기 과의존이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만큼은 스마트기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올해 3월 1일부터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이 법으로 시행되었다. ‘스마트기기’에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이 포함되었고,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였다. 더불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에 대한 구체적 기준
2026-06-11 18:42
6·3 교육감 선거 결과는 범진보 후보 10곳 당선, 범보수 후보 6곳 당선으로 보도됐다. 지난 2022년 선거에 비해 진보 성향 당선인은 1명 늘었고, 보수 성향 당선인은 2명이 줄었다는 평가다. 이는 일반 시·도지사 선거 결과, 진보 정당 후보 12곳 당선, 보수 정당 후보 4곳 당선된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초반부터 후보자의 전반적인 준비 부족과 공약·정책의 차별성 부족,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 및 인지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진영이나 이념 등의 구도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당 배경 선거와 달리 지난 2022년 대비 진보 및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인 수의 증감 비율은 크지 않았다. 진영이나 이념 등의 정당 선거 구도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미쳤다는 의미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현직 교육감 프리미엄이 상당한 정도 작용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직 교육감이 당선된 곳은 7곳이다. 이에 비해 현직 시·도지사가 당선된 곳은 서울과 경북, 경남 등 3곳이다. 현직 교육감은 출마 단계에서부터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로 나서거나,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단일후보
2026-06-09 11:23교육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국 16개 시·도 중 10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되며 교육계는 다시 진보 우세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주요 지역에서 진보 진영이 약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진보 교육감 시대의 귀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승패로 해석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교육은 특정 진영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공공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철학과 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이 마주한 현실은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제들로 가득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체제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역 간 교육격차는 심화되고 기초학력 보장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학교 교육의 역할과 수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특수교육과 다문화교육 지원 확대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어느 하나 특정 진영의 의제로 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고교학점제 안착, AI 디지
2026-06-08 08:55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옛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인 만큼, 교육 현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행정은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성적 평가나 입시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 혹은 교육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 소식은 교육에 대한 신뢰를 흔들곤 한다. 교육에 대한 신뢰 상실 시대 촘촘한 감시나 제도 강화만으로는 온전한 신뢰 회복을 이루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답은 교단을 지키는 교사부터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교육 공무원까지,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양심’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120여 년 전, 한국 역사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던 한 인물의 결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윤성근의 ‘양심전(良心錢)’ 사건이다. 1903년, 윤성근은 깊은 내면의 각성을 경험한다. 그는 과거 인천 주전소(화폐 주조 관청)에서 일할 당시, 자신이 부당하게 챙겼던 정부의 돈이 떠올라 괴로워했다. 이미 20여 년이나 지난 일이었고, 그 누구도 그에게 죄를 묻거나 추궁하지 않았다. 그냥 침묵하면 평생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타협
2026-06-08 08:54
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해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지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 침해 등으로 스승의 날 자체에 대한 존폐 논란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지식을 담아 가르치는 존재다. 그 그릇의 깊이와 모양에 따라 지식의 내용과 질료는 달라진다. 교직 만족도 하락 위기 방증 무릇 교직의 본질 속에는 윤리성, 민주성, 공공성이 응축돼 있다.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 청소년은 교사의 영향권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현장의 지표는 위태롭다. 교사들의 교직 생활 만족도는 2025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2.9점에 머물렀다.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1.4%로, 2006년(67.8%)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하겠다’는 응답 역시 1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권 보호 5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79.3%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교육계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를 방증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북극성이며, 학생들에게는 ‘큰 바
2026-06-08 08:51
수업 시간, 질문의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 교사만이 아니라 배움의 주체인 학생도 마땅히 질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질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배움은 내면으로 깊숙이 확장된다. 특히 배움 중심 수업일수록 학생의 성공적인 배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사의 정교한 질문 설계가 필수적이다. 핵심질문, 구체성을 입다 수업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이 오가지만, 모두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배움을 촉발하는 질문은 성취기준을 기계적으로 변환한 무미건조한 문장이 아니라, 학생의 삶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배움의 방향타가 되는 '핵심질문'과 길을 안내하는 '이끎질문'은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까? 교사들이 수업을 설계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성취기준이나 학습 목표를 그대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 말하기'라는 학습 목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기계적으로 변환하여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해볼까?’ 또는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는 핵심질문이라 보기 어렵다.…
2026-06-04 18:30이달 중으로 교육부의 현장체험학습 지원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체험학습 축소·기피에 대한 우려 발언 이후 한 달 만이다. 대통령 발언 이후 사회적 후폭풍이 거셌다. 지난 한 달간 교총 등 교원단체는 현장체험학습에 따른 현장 어려움을 강하게 설파했다. 특히 교총은 19일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21일에는 교육부 장관과 교원단체장 간간담이 있었다. 이제 관심은 교육부가 내놓을 내용에 쏠리고 있다. 얼마나 실질적인 면책 방안이 마련되는지, 또 국가소송책임제와 같은 안전망이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현장의 평가가 갈리게 될 것이다. 교사가 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민·형사 책임, 행정과 민원부담 때문이다. 막아주고 덜어내야 한다. 선언적 면책이 아니라 교직 사회가 환영할만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소송에 휘말리면 국가가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라 행정체험학습이다’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처럼 준비부터 평가까지 교사에게 쏠리는 행정부담 해소도 중요 과제다. 행정·민원체험으로 전락 기피 대상 교육부 발표 선언에 그쳐선 안 돼 실제 막아주고 덜어내는…
2026-05-25 09:10
대학입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열과 의과대학 일부 모집단위에서 사회탐구(사탐) 영역을 반영하거나 응시를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사탐런’으로 불리는 선택 이동 현상은 더 이상 일부의 전략이 아니라,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 2027학년도 대입 요강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일부 주요 대학은 자연계열에서도 탐구 영역 선택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의예과를 포함한 모집단위에서도 과목 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교육의 대응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사탐 선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교과 지도와 학습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의예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학교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
2026-05-25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