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감들이 취임 한 달을 넘긴 지금, 하반기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서실과 별정직, 개방형 직위부터 본청과 직속기관의 주요 보직까지, 새 교육감의 국정 철학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교육청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첫 인사가 임기 4년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추가 된다. 교육청현실 녹록치 않아 교육감의 인사권은 생각보다 넓다. 일반 행정직은 물론 별정직과 개방형 직위, 각종 위원회 위촉직까지 교육감이 사실상 임의로 앉힐 수 있는 자리가 적지 않다. 선거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과 측근 챙기기의 유혹이 스며드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그러나 교육청 인사는 무게가 다르다. 그 결정의 끝에 교실이 있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인사가 정치 인사로 흐르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조직도가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다. 제주의 사례는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좋은 거울이 된다. 제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무부교육감이라는 직위가 있다. 2024년 전임 교육감과 도의회가 공론의 과정을 거쳐 조례로 신설했고, 임명에 앞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로 양 기관이 합의했다. 2년째 공석이던 이 자리의 임명 논의가 새 교육감 취임과 함께 다시 수
2026-08-17 09:10
“공포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스피노자의 이 통찰은 2026년 학교 현장에서 매일 증명되고 있다. 오늘날 교사들은 존경받는 스승도, 역량을 펼치는 전문가도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소·고발의 공포 속에서 감정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최근 대중은 사법 체계가 처벌하지 못하는 불량 학생과 악성 민원 학부모를 사적 제재로 징벌하는 드라마 ‘참교육’에 열광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 최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참교육과 시한폭탄’ 편 역시 무너진 교실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정당한 학생 지도가 보복성 아동학대 소송으로 돌아오는 현실 속에, 교육은 죽고 학교는 붕괴했다. 한 학부모는 신고 이유를 묻자 ‘단지 선생님을 괴롭히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교사를 향한 화풀이가 목적이라는 이 발언은 오늘날 악성 민원의 본질을 드러낸다. 담배 피우는 학생을 훈육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교사의 비극 역시 드라마 밖 진짜 현실의 공포를 뼈아프게 보여준다.이러한 공포는 교사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학교의 교육 기능 자체를 마비시킨다. 공포에…
2026-08-14 10:18
한 조직에서 업무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선정하는 평가에 동료평가를 일부 반영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업무 성과나 협업과는 무관하게 나타났다. 근무경력이 긴 직원들은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고, 근무경력이 짧거나 묵묵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은 하위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동료평가를 승진에 반영한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평소 직원들 간의 소통과 교류, 협업 등이 쉽지 않은 근무 여건은 그대로 두고, 평가 방식만 변경했기 때문이다. 최근 초·중·고교 내신과 수능시험에서 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반영해 창의성과 사고력을 겸비한 미래인재를 양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5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능시험과 내신에 서·논술형 평가 도입, 수능과 고교 내신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 수시·정시 시기 통합” 등 대학입학전형제도 개편 추진을 발표했다. AI 시대에는 획일적인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국교위가 검토 중이라고 제시한 대로 수능과 내신 평
2026-08-10 18:35
교직 생활 내내 교무실 문을 제일 먼저 여는 사람이었다.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복도를 지나열쇠를 돌리고, 어둑한 교무실에 첫 불을 켜는 일. 누가 시킨 것도,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고요한 아침의 몇 분이 좋았다. 오늘 만날 아이들의 얼굴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이었고, 수업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굴려보는 시간이었다. 36년을 뒤로 한 마지막 출근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침, 제일 먼저 문을 열던 사람이 이제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왔다. 36년 6개월. 훈장 하나가 돌아온다지만, 그것이 이 세월을 다 대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세월을 대변하는 것은 훈장이 아니라, 그 문 안쪽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들이다. 처음 부임하던 날의 초심은 ‘공부하는 교사가 되자’였다. 그 초심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 배웠다. 현장 경험만으로는 아이들의 상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얻었고, 교실에 늘어나는 이주배경 아이들을 보며 다문화 교육으로 두 번째 석사를 마쳤다. 그리고 퇴직을 앞둔 나이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누군가는 이제 무슨 공부냐고 웃었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첫날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교사는 학생
2026-08-10 09:10
지난달 학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코딩캠프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함께 숙박하며 생성형 AI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팀별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밤늦도록 쉽게 노트북을 덮지 않았다. 원하는 기능이 구현되지 않으면 다시 질문을 고쳐 입력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으며, 팀원들과 해결 방법을 논의했다. 발표를 앞두고 끝까지 결과물을 다듬는 모습을 보며 학교 AI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경험 쌓은 1박 2일 코딩캠프 최근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궁금한 내용을 묻고, 글을 정리하고, 이미지를 만들며, 코드를 생성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자주 사용한다고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곧바로 포기한다면 그것은 교육적 활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캠프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AI가 만들어주는 경험’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찾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이후 필요한 기능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생성형 AI에 요구사
2026-08-10 09:10정부는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한다면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 축소를 적극 추진하며 교원 수 마저줄이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소규모 학교는 교부금 의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방 교육재정이 축소된다면 교육 격차의 심화와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 교육 예산 삭감은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 여기에 최교진 장관은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5대 핵심과제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격차는 해소하고, 기본은 국가가 채우겠다고 하면서도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 책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수가 아니다. 학생 수와 무관한 필수 고정비가 존재하고, 기초학력 보장, 학생 맞춤형 교육, 정서·위기학생 지원, 특수교육 확대, 다문화교육 지원, 고교학점제, AI·디지털 교육 도입은 물론 학교안전과 교육복지 영역까지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추진
2026-08-10 09:10문해력은 모든 교과 학습의 출발점이다. 교과서를 읽고 개념을 이해하며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 갖춰져야 배움도 가능하다. AI 시대에도 정보를 읽고 분석하며 판단하는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최근 조사에서 교사의 98.5%는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사회와 국어, 과학처럼 개념 이해와 긴 글 읽기가 중요한 교과일수록 어려움은 더욱 컸다. 문해력 부족이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 수업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평가원은 학생 수준에 맞춘 교육용 어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맞춤형 지원체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문해력은 콘텐츠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꾸준히 읽고 토론하며 사고하는 교육활동이 교실에서 지속될 때 비로소 자란다. 문제는 학교의 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 공립 초·중·고의 사서교사 배치율은 16.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사서교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독서교육을 이끌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문해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천할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셈이다. 또 문해력 교육을 특정 직종의 역할로만
2026-08-10 09:10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구술시험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한 공학 수업은 과제 제출 후 교수와 20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나누는 구술시험을 추가했고, 펜실베이니아대는 '대면 평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완성해 오자, 대학들이 내놓은 답이 결국 "네가 직접 설명해 보라"였던 것이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AI로 완성한 매끄러운 과제를 내밀던 아이가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이니?"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기 글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면만 더듬는다. 답은 완성되었지만 이해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써 주는 시대, 정작 위기에 놓인 것은 글을 읽어 내고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이다. 도구가 역량 대신하지 않아 AI라는 도구 앞에서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도구를 부릴 힘이 있는 아이는 도구를 만나 배움이 몇 배로 커진다, 하지만 그 힘이 없는 아이는 좋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춘다. 이 갈림길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선명해진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만 오히려 배움의 격차를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것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은 결국 그…
2026-08-06 14:29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사회적으로 견해차를 보이는 사안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시민교육 원칙’ 시안을 공개하고 23일 부산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상당수 학생과 교사들은 시민교육을 위해서 수업 및 교과 증가보다 학교 밖 체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시안의 핵심 조항은 ‘학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을 교육활동 주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시행된다면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유명 아이돌 멤버의 사투리 일베 논란이 교실 내 토론주제가 될 날도 멀지 않다. 사회는 교실이다.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를 접해야 하고, 토론문화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또 국민과 교육계 논의를 거쳐 그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 목적과 취지를 구현하기 쉽지 않은 현실과 과제가 있다. 첫째, 학교시민교육 원칙은 선언적 한계가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2026-07-27 09:22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점점 진화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흉측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청소년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더 나아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피해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현 제도의 부작용 계속 커져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교권과 촉법소년 제도 개선 토론회’는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교사, 법조인, 학부모의 생각이 다들 비슷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보호처분과 보호관찰 제도는 부작용이 많고, 재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무법천지로 전락한 촉법소년을 이제는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부 촉법소년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에 한 번은 꼭 경험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한편으로는 청소년의 권리이자 특별 혜택이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학생도 있다. 학교폭력은 가벼운 사안이라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되면 대입에 아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촉법소년은 살인, 강간, 방화 등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전
2026-07-27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