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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실크로드, 사막을 가르다 (4/6, 쿠처, 천산대협곡을 가다)

여행지 : 천산신비대협곡, 쑤바스 불교사원유적, 봉화대
여행일 : 2011/07/22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천산신비대협곡으로 향했다. 우리가 탄 택시가 기름과 가스를 보충하는 동안 인근 가게에서 낭(위구르 인이 주식으로 먹는 빵)을 굽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밀가루를 피자 빵처럼 둥글고 납작하게 반죽한 후 둥근 틀 위에 얇게 발라 구워내고 있었다. 특히 낭을 화덕에 집어넣고 빼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m 깊이의 화덕을 두 개의 긴 꼬챙이로 정리했는데 화덕 속에 머리를 박고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낭을 하나씩 꺼내어 가판대에 올려놓았다. 어제 낭을 먹어봤기에 살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갓 구워낸 빵을 먹어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충전을 마친 택시는 이내 쿠처 시내를 빠져나와 바쿠국도(신장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도라고 한다.)로 접어든다. 얼마를 달려가자 겹겹이 쌓아놓은 찰흙을 양 옆에서 힘껏 눌러버린 것 같은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힘은 점점 더 강해지며 산을 주물렀고 급기야 수직과 S자 형으로 휘어 놓았다. 거기다 오랜 비바람의 오랜 풍화작용이 더해져 시멘트를 채칼로 긁어놓은 듯한 거친 모습이었다. 예각으로 튀어나온 쥐라기 공룡의 등뼈나 용솟음치며 승천하는 이무기의 비늘처럼 억세 보였다. 지구가 생겨난 태초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길가에 널려있는 이름 없는 산이 이런데 정작 우리가 가는 천산신비대협곡은 어떤 모습일까. 머릿속의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 것은 정작 따로 있었다. 택시는 영화 속의 추격신을 연상케 하는 곡예운전으로 대형 트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었다. 중앙선을 넘으며 140Km의 속도로 트럭을 추월하는데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다리에는 절로 힘이 들어간다. 중국식 운전은 너무 아찔해…



쿠처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목숨 걸고’ 달려 천산신비대협곡(40元)에 도착한다. 깊은 골짜기를 사이에 놓고 양쪽으로 솟은 붉은 협곡은 청룡언월도를 손에 쥔 관운장처럼 우람해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수공으로 다듬어진 섬세한 조각품처럼 아기자기까지 했다. 웅장한 스케일과 세밀하게 조각된 듯한 모습은 강열하게 내리쬐는 푸른 태양빛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깎아지고 휘어진 골짜기를 따라 협곡 깊숙히 걸어간다. 마치 거대한 육식공룡의 연분홍빛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순간, 눈앞에 탁 트이더니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광장이 나타난다. 바람에 펄럭이는 황토색 비단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은 주름은 공룡의 위를 상상케 했다. 잘게 부수어진 음식물처럼 형형색색의 관광객들이 협곡 사이를 부유했다. 그러다 다시 좁은 창자를 만나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한쪽 방향으로 결이 난 융털처럼 거친 무늬가 벽면을 수놓는다. 소장의 연동운동은 우리를 더욱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주변의 경관에 감탄하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협곡의 기암들도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관광객을 맞이했다. 대협곡을 찾은 우리는 거대한 자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소품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런 장관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간대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였다.

거대한 석림을 거슬러 공원 밖으로 나오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중천에 뜬 해도, 여행의 고단함도, 귀국 후의 가정생활도 발밑을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소소해 보였다. 웅장한 자연의 기운으로 내 키가 조금 더 커진 듯 했다.



그리고 쑤바스 불교사원유적(25元)을 둘러봤다. 투루판에서 옛 고창국 터였던 고창고성을 본데다 장대한 신비대협곡을 둘러본 후라 어떤 강열한 인상보다는 맛난 음식 뒤에 나오는 디저트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봤다. 클라이밍센터의 암릉장을 연상케하는 석축과 승방터, 불탑유적(사실 잘 구분이 안 된다.)을 둘러보고는 조금 전에 구입한 수박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땡볕의 길거리에서 아무런 도구 없이 부셔먹는 수박이지만 그 시원함만큼은 잊을 수가 없었다. 입가에 묻은 달콤한 수박 즙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는 길에는 쿠처 인근의 봉화대를 둘러봤다. 봉화대라면 보통 산 위에 있는 것을 생각했는데 여기 봉화대는 허허벌판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하긴 사방이 사막지대이다 보니 이런 곳에서 불이나 연기를 올려도 멀리서 확인할 수 있었겠다.

봉화대는 황량한 벌판을 지키는 파수꾼 같았지만 흙으로 지어진 탓에 손끝만 닿아도 흙뭉치가 떨어져 나왔다. 비바람이나 관람객들로부터 보호할 아무런 시설도 없었다. 어쩌면 수십 년 뒤에는 사그라져 버릴 지도 모르는 문화유산이라 생각하니 조금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

저녁 9시쯤 호텔에 도착했지만 카스까지 가는 기차는 내일 새벽이라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는 호텔 앞에서, 쿠처 역 앞에서 저녁을 해결하며 시간을 보냈고 새벽 두시쯤에서야 카스 행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쿠처에서의 긴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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