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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년 간 ‘방과 후’ 더 빛난 선생님 열정

김해경 부산 용초소 교사
‘방과후학교 대상’ 최우수상

초창기 체계화 전문성 인정 개교위원 두 차례나 참여해
"보람되지만 교사 기피업무 아쉬워…교육당국 지원 필요"


방과후학교 시행 이후 20년 가까이 헌신해온 김해경(54) 부산 용소초 교사가 18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8회 방과후학교 대상’ 교사부문(현직교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개인부문 최고의 영예다.

김 교사는 지난 2000년 양성초에서 방과후학교 업무를 담당한 이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방과후학교 전신인 ‘특기적성교육’ 때 저소득층 아이들 대상 공부방에서 강사를 했던 경험까지 합치면 거의 20년이다. 사실 그가 처음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은 이유도 공부방 경험 때문이다.

김 교사는 수상소감으로 “묵묵히 하다 보니 이렇게 알아주기도 하네요”라며 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방과후학교는 말 그대로 방과 후 새로운 교실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일인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초창기, 체계가 없다할 만큼 맨 바닥인 가운데 설계부터 완공까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김 교사는 강사 섭외를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 각종 전시·연주회, 협회 등을 발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과후학교 강사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상황에서 섭외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안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도 없어 그 영역까지 해결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 탓에 지금도 교양·예체능 강좌가 있는 곳을 지나치면 강사이름을 확인한 뒤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김 교사는 “오늘도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데 차내 광고에서 ‘꿈과 끼’ 이런 문구의 선전을 보고 눈을 밝혔다”며 “내 눈엔 이런 것만 보인다”고 털어놨다.

2002년 전보 때 주변 학교에서는 전문성,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결국 김 교사는 그 해 문을 연 남문초 개교위원으로 참여, 방과후학교의 A부터 Z까지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였다. 남문초는 이를 바탕으로 2008년 ‘평생교육연구학교’, 2010년 ‘사교육 없는 연구학교’ 등 성장의 토대를 이뤘다.

그는 이번 대상 시상식에서 유일한 ‘2관왕’이나 다름없다. 2006년부터 4년 간 기틀을 마련한 연지초가 더욱 성장해 이번에 장려상을 받은 것이다. 연지초 입상내용인 ‘학생, 학부모와 함께하는 맞춤 서비스’, ‘기초교과·문화예술을 통한 꿈과 끼 키우기’ 등이 김 교사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후 당감초로 초빙되고 한국교육개발원 컨설팅 지원까지 맡는 등 명실상부한 이 부문 전문가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당시 학교는 돌봄교실, 교육복지 역할까지 강조하는 상황이라 이 부분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김 교사는 “주말도 내놓고 방학 때 연수는 절반만 참여하고…”라면서 “힘들었지만 성취감은 물론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게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제자 중 한 명은 중학교를 진학한 뒤 학업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그가 운영한 대금반에서 익힌 실력을 뽐내 친구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더니, 그 기세를 몰아 대금으로 대학 진학까지 성공했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워 문화체험이 전무한 제자들을 교육복지 차원에서 해운대에 데려가 연을 날리는가 하면, 캠프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공연을 관람하는 등 체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줬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제자들로부터 감사인사를 전해 듣는다. 이런 부분이 그를 20년 가까이 붙들어 매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가르치는 일 외에 또 다른 일을 한다는 자체는 쉽지 않다.

그는 “초창기 이 업무를 맡은 교사들 중 현재 몇 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만뒀다”며 “그동안 나 한명의 희생으로 여러 명이 편하면 족하다는 봉사정신으로 임해왔으나 최근에는 나도 업무과다 여파로 몸이 불편해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 업무는 여전히 교사에게 기피대상인 ‘뜨거운 감자’다. 이를 두고 그는 교육청이 강사섭외, 관리, 민원 등 인사업무를 담당해주면 상당부분 일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교육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일인 만큼 누구 혼자가 담당하기보다 함께 해야 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학교에서 왜 기피대상이 되는지 기관들이 잘 살펴보고 지혜를 모아 선생님도 학생들도 즐겁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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