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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달러와 OPEC의 감산

OPEC은 왜 석유를 감산할까?
OPEC은 작년 말에 올해 원유소비가 일일 200만 배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3달 지나서 일일 160만 배럴 감산을 발표했다. 작년 말보다 지금이 경제전망이 더 어두운 걸까? 아니다. 그때보다 지금의 전망이 더 밝아졌다고 본다. 그러면 원유소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유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러시아가 각각 일일 50만 배럴씩 감산한다. 감산을 통해 유가상승을 주도하는 핵심국가라는 뜻이다. 원유감산은 석유의 가치를 더 높이는 일이고, 달러와 석유의 파워게임이 시작됐다는 뜻일 수 있다. 바이든이 빈 살만을 만나서 원유증산을 요청했지만, 거절한 이유가 달러와 석유의 파워게임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네옴시티를 짓기 위해서 사우디 재정이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유가가 90달러는 나와야 한다. 


그러면 감산을 통해 유가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중국이 리오프팅까지 했으니 작년 OPEC의 예상보다 원유소비가 늘어날 수도 있고, 유가는 90달러를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 유가시장은 이중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그림자선단을 이용해 음지에서 시세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이 원유를 사서 경제적인 이익을 보고 있는 중이고, 사우디와 이란도 러시아산 원유를 사서 둔갑시켜 다시 판매를 하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러시아는 전쟁자금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고, 사우디는 네옴시티 건설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가 다시 돋아 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 현재의 금리에서도 은행들의 파산사태가 발생할 정도니 금리를 더 올리면 미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원유 증산을 왜 못할까?
미국은 현재 일일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와 동급으로 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캐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늘리는 것은 어렵다. 1980년대 절정을 이루던 알래스카 원유생산량이 급감하고 있고, 셰일층이 몰려 있는 텍사스 퍼미안 분지지역에서도 신규 채굴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이든 정부가 환경오염 우려로 셰일업체들의 신규채굴을 규제했고,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가가 급락하면 셰일업체들은 큰 피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신규채굴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하고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새로운 셰일층을 찾아 원유를 생산하면 채굴비용이 기존 유정보다 비싸다. 셰일업체들의 최종 손익분기점은 약 80달러 수준으로 현재 80달러 수준의 유가로 볼 때 과거에 지은 유전지대에서는 수익이 나고, 새로 짓는 곳에서는 적자가 난다. 


기술적인 혁신이 일어나 채굴비용이 급감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에서 원유 생산이 더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이면에는 기축통화 싸움
중동의 국가들은 왕정국가이고, 쿠데타가 잦은 곳이라 사우디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달러의 일부를 미국 재무부에 예치하고, 안보를 보장받는 형태로 공생하고 있었다. 


미국은 사우디와의 페트로 달러 때문에 기축통화의 문제점인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트리핀의 딜레마란 기축통화국은 국제유동성을 위해 경상수지적자를 계속 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달러의 신뢰도 하락으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가 무기를 사거나 미국에 투자해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줌으로써 달러의 회전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OPEC의 감산 뒤에는 위안화 결제라는 중국의 노림수도 있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로 사우디의 원유 최대 고객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중동국가들의 가장 큰 손님인 중국의 입김이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셰일 생산이 계속 늘어나면서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줬다. OPEC이 감산하면 시장점유율만 빼앗길 뿐 유가상승에 도움이 안 됐다. 미국은 이를 활용해 힘의 외교를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미국은 친환경에 신경을 쓰면서 셰일업체들의 생산이 늘지 못했다. 그러자 힘으로 중동을 누르는 외교가 통하지 않게 되고, 최근에는 LNG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석유결제가 달러가 아닌 위안화 비중이 늘어난다면 이제 달러의 회전은 막히게 되고, 트리핀의 딜레마로 달러의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OPEC의 감산이 유가상승을 위한 것을 넘어 사우디와 러시아·중국·미국의 힘 싸움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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