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중학생,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대학에서 온 입학사정관….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 명의 시민정책참여단 얼굴에는 기대와 혼란이 교차했다.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자리에 선택되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여한다는 부담이 함께하고 있었다. 경기도 모처에서 지난 6월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학생부 개 선을 위한 정책숙려제 1차 숙의’가 진행됐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최근 교육정책 공론화 과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두고서는 긍정적 해석과 부정적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교육정책 문제를 일방적 결정이 아닌 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해 간다는 긍정적 해석과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부정적 비판이다. 이 글에서는 국민참여 정책숙 려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본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의 개념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는 ‘정부정책의 성공적 추진과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하여 정책 추진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예견, 예방하여 국민의 정책 수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로 정의된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대상은 통상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정책 발표 후
2018-08-01 09:002021년부터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 교사들이 교직을 은퇴하기 시작한다. 이를 기점으로 교직사회는 세대교체가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직사회 주류를 형성했던 7080학번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2002~2011학번의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s generation)가 차지하게 된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성장하면서 디지털 문화에 능란하게 적응하고, 높은 대학 진학률 속에 어느 세대보다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결혼과 육아, 취업 등에 취약성을 드러낸 ‘N포 세대’라고도 불린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교직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교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새로운 교직문화를 만들어갈 밀레니얼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정바울 교수(서울교대)는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밀레니얼 세대 초등교사 연구’ 발표를 통해 신세대의 등장과 이들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 했다. ‘워라밸’ 판타지에 근접한 세대···체제 순응적 성향도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교직 선택 동기는 무엇일까?…
2018-08-01 09:00나는 30대 초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하다가 살짝 바람이 들었다고 할까. 프로듀서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대학 시절 학점은 밑으로 깔면서, 방송국 동아리에 푹 빠져 활동했던 경험이 나를 충동질했던 탓도 있다. 경쟁률이 높았지만 운이 좋았는지 합격했다. 그러나 운이 좋은 것은 여기까지였다. 방송국 출근 첫날부터 나의 시련은 시작 됐다. 고참 PD들이 나를 다룬 방식은 혹 독했다. 1970년대 충무로 영화판에서 조 감독을 했던 나의 상사 PD는 막강한 현 실주의자였다. 그는 텔레비전 방송에 대 한 나의 무지를 한심하다는 듯이 나무랐 다. 혼잣말처럼 하는 불평이지만 늘 내게 들리도록 불평했다. “이 판에서 살아남으 려면 세상 물정에 빠삭해야 하는데, 너 같 은 순진덩어리는 답답하기 그지없다”라는 푸념이 빠지지 않았다. 나 또한 속으로 그의 빈곤한 독서와 썰렁한 교양, 그리고 이해(利害)에 민첩한 현실 본능을 마땅치 않게 여겼다. 당연히 일터가 재미있을 리 없었다. 방송국 동료나 후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개 신문방송학과나 연극영 화과를 졸업했다. 정통 방송인으로서 자 부심도 강했고, 그만큼 자기들끼리 단
2018-07-02 09:00교육현장의 든든한 받침목으로 우리 나라 교육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새교육 창간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발전 근간에 ‘교육’이 있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교육에 힘써왔기 때문에 한강의 기적도 가능했으며 짧은 기간 내 민주화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을 칭송하고, 이를 배우고 체험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과 학교선생님들 을 비롯한 교육 관계자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교육이 크게 발전해 왔지만 이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표준화된 산업 인재를 대규모로 양성하며, 경쟁을 통한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학교는 표준화된 교육과정, 경쟁적 상대평가 체제, 일방향 교수-학습방법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합 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머지않은 2030년 일자리 절반이 자동화기기로 대체된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사물이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지게 되는 시대에는 근본적인…
2018-07-02 09:00놀라고 신날 때 감탄하여 쓰는 말로, ‘대박’이란 말이 요즘 대세이다. ‘대박’이란 감탄사를 이길 말이 있을까. 온 국민이 만장일치라도 한 듯 ‘대박’을 사용한다. 한때 ‘국민 여배우’, ‘국민 여동생’ 이런 표현이 있었는데, ‘대박’이란 말이 ‘국민 감탄사’가 된 듯하다. ‘대박’이란 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이다. 원래 ‘대박’이란 ‘큰 박’이라는 뜻이다. 품사로 따지자면 명사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말이 쓰이는 구체적인 장면에서 보면 ‘대박’은 명사로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완전무결한 감탄사로서 쓰인다. 아니이미 감탄사로 고착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이 말을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을 제대로 문자언어로 나타내자면 “대박!”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놀라서 감탄하는 모습을 더 리얼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헐’ 이라는 또 다른 신생 감탄사 하나를 덧붙여 “대박! 헐!”하고 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박’은 새로 만들어진 말, 이른바 신조어(新造語)라 할 수 있다. 신조어의 운명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만들어져서 얼마간 유행되다가 뜬구름처럼 사라지는 신조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신조어로 등장했지만 널리 애호
2018-06-01 10:002018년 4월 27일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지역인 한반도에 아주 역사적인 날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지난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선언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또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 현재 국제적 지지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초당적 협력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모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한반도 평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지역이자 냉전체제가 존속하는 한반도에서 사실상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첫발을 내디뎠다는데 세계사적 큰 의의가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통일의 서광(曙光)이 비치는 것은 사실이다. 한반도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의 분수령이자 전환점 이번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출발점이자 남북한 평화통일의 전환점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은 올해 종
2018-06-01 10:00우리 헌법은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에게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을 비롯한 교육 주체 상호 간의 신뢰에 기반을 둔 소통과 상호존중을 전제로 할 때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교사 경시풍토로 인해 이른바 ‘교권’이 추락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방해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교육현장의 진단이다. 정부가 교원에 대한 예우 및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지만 교육활동 침해 유형과 특징에 알맞게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많은 조항이 선언적 의미를 갖는데 불과하거나 유명무실한 권리 규정에 불과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권 보호와 직결돼 있는 「아동복지법」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교육활동 보호 관련 법률의 정비를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복지법에 발목 잡힌 생활지도 현행 「아동복지법」
2018-06-01 10:002018년 3월에 완료된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효율성 평가 및 설치기준 연구에 근거하여 2018년 3월 27일부터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교육부령 제154호). 이에 따라 공기질 등의 유지·관리기준(제3조제1항제3호의2 관련)에 미세먼지 (PM2.5)가 오염물질 항목에 신설됐다. 또한 2018년 4월 5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에 따르면 ‘학교 실내공기질 관리기준 강화’,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 확대 설치방안’, ‘학교 실내 체육시설 설치 지원’, ‘어린이와 호흡기질환자 등 민감군 학생에 대한 보호 강화’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모든 교실에서 직경 2.5㎛ 이하 먼지를 35㎍/㎥ 이하로 유지 및 관리하게 되었고, 향후 3년간 모든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우선 설치 학교)에 학교 공기정 화장치를 설치하며,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학교(전국 617교)에 간이체육실, 소규모 옥외체육관, 정규체육관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2019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미세먼지 대응 협력체계, 민감군 학생에 대한 보호, 미세 먼지 교육·홍보 등이 강화될 것이다. 미세먼지 잡으러 공기정화기 틀었더니 이산화탄
2018-05-02 09:00작고한 소설가 이문구(李文求) 선생은 길고 구수한 만연체 문장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이다. 그의 성장 소설 관촌수필(冠村隨筆)은 그런 문체로 그의 성장 공간 안에 있는 시대와 역사를 응시하게 한다. 나는 이 작품에서 넝쿨처럼 엮여진 만연체 문장의 매력을 만끽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그가 구사하는 긴 호흡의 울퉁불퉁하고도 유장한 문장에 실려서 독특한 인간적 향기를 머금고 형상화된다. 나는 1980년대 초반, 이문구 선생을 직접 나의 일에 모시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이문구 선생이 40대 초반쯤이었을 게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에서 개최하는 전국 단위 문학 백일장 행사를 가졌는데, 그를 심사위원으로 두어 번 모실 수 있었다. 그 무렵 나는 30대 초반의 문학교육연구자였는데, 선생을 만나고 모시는 마음이 요즘으로 치면 마치 유명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의 마음 같았다. 선생에 대한 기대와 호감이 마음에 가득했다. 백일장이 진행되고, 다 쓴 글들이 제출되고, 심사가 끝나고, 시상 행사가 이어졌다. 이어서 심사위원의 심사 강평이 있어야 했다. 행사를 진행하던 나는 이문구 선생께 부탁드렸다. 그런데 웬일인가. 선생은 심사 강평의 역할을 사양하시는 것이
2018-04-02 09:00헌법개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교육과 교원 알려진 대로 현재 헌법 개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 간다면 6월 13일 지방선거 날 헌법개정안도 국민투표에 붙여질 것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개정된 이래 30년간 시행돼 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국민의 의식도 당시와 많이 달라진 만큼 헌법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어왔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2016.12 〜 2017.12)이며 이를 확대·개편하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다. 그러나 헌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교육과 교원에 관한 사항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는 특별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문위원단 구성에서부터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위원장 3명과 위원 46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1, 2소위원회로 나눠 각각의 업무영역을 구분했지만 교원과 교육에 관한 사항은 없었다. 물론 특별위원회가 대통령 권한의 분산 등 주로 권력관계 변화에 초점을 두고 출범 했지만 이번이 교육계로서도 교직사회의 염원을 헌법에 반영할 모처럼
2018-04-02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