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물보다 포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는 선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있다’는 말처럼 핵심인 내용은 사라지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는 개인의 취향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신경을 쓴다. 자동차 역시 탑승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는 과시용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배우형 삶은 대인관계에서 오해와 편견을 낳는다 우리 속담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말이 있다. 내용의 핵심보다는 겉치레가 큰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연기자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연기하는 것을 예민하게 의식하지 않고 사는 이들은, 어쩌면 이미 병적인 배우형 삶에 젖어 있는지도 모른다. 배우는 무대에 설 때만 배우다. 그들은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배역에만 충실한다. 몰입하지 않으면 그 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몸이 아픈 날에는 연기를 한다. 하루를 쉬기 위해 병세를 부풀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강단에 섰을 때 아프지 않은 척 연기한다는 뜻이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
2016-12-01 00:00승마선수 출신 한 여대생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특혜 시비 속에 해당 대학 총장이 옷을 벗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체육특기자 입시비리인 셈이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체육특기자 입학전형, 이참에 불법과 부정이 발을 못 붙이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특기자의 대학입학전형은 대학이 정원 내에서 자율적으로 체육에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말한다. 이에 대한 법적근거는 ‘고등교육법’ 제34조(학생의 선발방법) 및 동법 시행령 제34조(입학전형의 구분)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2년 신설되어 학교 현장에 도입 된 이래 지금까지 제도의 근간이 변화되지 않은 채 적용되어 오고 있다. 체육특기자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국체육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선수에게 운동에만 몰두하도록 하여 학습권보장 미비, 진학 및 스카우트 관련 비리 등의 근본원인이 되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기도 하다. 체육특기자의 입학비리와 근절대책 사실 체육특기자들의 대학입학 관련 개선방안은 오래전부터 강구되어 왔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3
2016-12-01 00:00선거 때마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서로 다른 주장으로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교육계 역시 보수성향 혹은 진보성향의 교육감이라고 칭하며 사분오열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교육,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과 가치관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 등을 행함에 있어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차근차근 실행하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사교육의 피해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성적이 좋은 일부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 졸업장을 위해 의미 없는 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존재하는 이러한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선하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영 논리보다 미래교육 위한 방향 설정 중요 서지오바니(Sergiovanni)는 학교의 본질적 기능은 배움과 돌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만들어서 학생들의 삶이 행복하고 미래사회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해
2016-12-01 00:00창의성 교육의 첫 등장 '체육 및 보건' 창의성은 21세기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능력이자 태도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을 통한 창의성 신장이 국가 교육 개혁의 중대한 목표가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 문서상으로만 보면 창의성 교육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제1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체육 및 보건’과 같은 교과의 목표로 ‘창의성 함양’이 언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도 창의성은 지속적으로 교육목표 및 방법 원리로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창의성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핵심적인 원리이자 지향점으로 부각된 것은 1995년에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교육개혁위원회, 1995)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 교육은 이 때 처음으로 정부의 독립적인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창의성 교육정책은 급격히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창의성과 관련된 교육정책은 여러 갈등하는 담론에 기반을 둠으로써 다소간 모순적이고 혼합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체로 볼 때, 5·31 교육개혁 이후 여러 정부들의 창의성…
2016-12-01 00:00‘인성’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상식적 언행을 뜻한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위기 순간에 직면하면 ‘이렇게 또는 저렇게 행동하라’는 사전적인 교육이나 규범이 없어도, 무의식으로 즉각적인 구조 행동을 펼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해 전, 인상 깊게 본 동물 다큐멘터리 장면이 떠오른다. 사냥을 마친 표범이 어미의 죽음을 목격한 새끼를 보고, 나무 위로 옮겨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면이었다. 약육강식의 법칙 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 세계 역시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제 갈 길만 바쁜 사람들 지난 8월 대전에서 급성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진 택시기사를 승객 2명이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다른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들은 심장이 멎은 택시기사 옆으로 팔을 쭉 뻗어 차 열쇠를 뽑아 트렁크에 실려있던 골프 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택시에 탔던 승객은 사고 2시간 후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공항버스 탑승시간 때문에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를 방치하고 자신의 물건만 챙겨 떠나버리는 행위는
2016-10-01 09:00‘작년 결혼식 청첩장이 있으면 내일 가지고 오세요. 서류에 철해야 해서…’ 지난 6월 어느날, 밤 늦게 교감선생님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작년 9월에 치러진 결혼식 청첩장은 남아있는 것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없었다. 곤란한 마음과 함께 의문점이 생겼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해묵은 청첩장이 왜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종합감사’라는 네 글자가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갔다. ‘복무 기강 철저라는 말은 늘 들어왔지만, 종합감사 때문에 교감선생님께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으신가보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이 시간에....’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여름방학 독서캠프는 지역 구청에서 주는 보조금 400만 원으로 운영한다. 때문에 작년 담당자가 신청해놓은 예산을 변경하는 절차도, 집행하는 절차도 상당히 번거롭다. 구청의 회계는 1월 기준으로 시작되고, 학교의 회계는 3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구청에 예산을 신청하는 사람은 학교의 작년 담당자였다. 따라서 매년 사업변경 계획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종합감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교무실과 교장실을 몇 번씩 찾아가서 사전 협의를 마쳐야 전자문서 제출이 가능하다. [PART VIEW]아니나 다를까, 여름방학 독서
2016-09-01 09:00뇌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공지능의 발달에도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딥러닝(deep learning)은 향후 인재채용은 물론 금융·의료·예술·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딥러닝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보다 개인별 맞춤 커리큘럼으로 학습 성취도를 높이고, 각 나라의 문화 차이를 초월하여 지식과 정보가 유통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딥러닝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인공 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 기반’의 기계학습 기술이다.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즉, 딥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인공지능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는 다르다. 따라서 딥러닝은 더욱 복잡하고 추상적인, 비선형 관계에서도 특징을 요약·추출·분류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
2016-08-01 09:00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모순 행정’ 13 대 4. 지난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는 소위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에게 화려한(?) 시대를 열어줬다.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된 그들의 교육혁신 공약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틀 안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半信半疑)의 심정으로 지켜본 지 2년이 흘렀다. “학교자율성을 확대하고, 학교 내 갈등을 해소하며,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교육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처음엔 환영받았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정한 교원정책과 학교자율성에 대한 이중성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에서 투명한 교원인사와 교육비리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비리에 불관용 원칙을 세우고 인사제도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지난 3월 1일 자 서울·경기 등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준 교원인사는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진보 교육감들이 비서, 보좌관을 공모교장에 임명하고 승진시키는 등 측근 중심 파격 인사를 단행해 교육공무원임용령 및 교육청 인사 관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무원칙한 보은 인사는 또 있
2016-07-01 09:00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최대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나온다. 햇빛이 없으면 식물과 동물 모두 살아갈 수 없다. 이처럼 생명의 주 에너지원인 햇빛이 구름 등에 의해 가려지지 않고 지상에 비치는 것을 ‘일조’라 한다. 일조권은 햇빛을 받아 쬘 수 있도록 법률상 보호되어 있는 권리이다. 헌법 제35조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조권은 보장된 환경기본권으로 모든 국민이 가지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건축법에서는 일조권 사선제한(日照權 斜線制限) 규정이 적용된다. 정북 또는 정남 방향으로 건축물 높이 9m까지는 1.5m, 그 이상은 건축물 높이의 1/2 이상을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이격하도록 하여, 일조·채광·통풍·미관 등의 도시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일본은 남측 방향 건물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 영향 시간을 규제하는 일영(日影)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즉, 실질적으로 보이는 그림자 길이를 규제함으로써 남측 방향의 건물이 북측 건물에 끼치는 일조 침해를 억제하는 것이다. 비교적 충분한 일조시간 확보가 가능한 한국과 일본은 직사광 유입을 기준으로 일조
2016-06-01 09:00나는 내가 선생인 것이 행복하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선생 노릇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어휴, 더 늙고 힘 빠지기 전에 관둬야지’, ‘더 힘들어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좋겠어’라는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는 건지, 여러 가지 교육적 변화 때문에 힘들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것은 매 한 가지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게 뭐가 힘드냐?” 나 자신도 때로는 수업에 지치고, 일에 치여서 파김치가 될 때가 있다. 그런 푸념으로 ‘아휴, 힘들어’라고 하면 학교가 뭐가 힘드냐고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힘들다고 하면, “아이들 가르치는 게 뭐가 힘드냐?”라는 반문을 받게 된다. 교육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어찌 교과지식뿐이랴. 그런데 사회가 너무 경쟁 위주로 치우치다 보니 학교마저도 지식충전소인 양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잘못 생각하면 선생을 지식전달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학교는 단순히 지적 충전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정의적 영역과 심동적 영역까지도 골고루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됨’의 공간이다. 선생의 발걸음 하나라도 교육이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교실
2016-06-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