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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세상 속에 감춰진 또다른 나를 발견하다!

도플갱어 :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분신·생령·분신복제' 등 여러 용어로 쓰인다. (네이버 백과사전)



친구에서게 건내받은 비디오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발견한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인 그는 같은 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체크해가며 다니엘 산타클라라는 이름을 찾아낸다. 그리고 애인의 이름으로 영화사에 편지를 보내 그의 본명이 안토니오 클라로인 것을 확인한다.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안토니오 클라로에게 전화를 걸어 쌍둥이와 같은 자신들의 외모를 이야기하며 만날것을 제안한다. 안토니오 클라로는 의미없는 일이라 여기며 거절하지만 몇일 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수천년을 날아온 해성이 만나는듯한 긴강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금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승부욕으로 새로운 존재를 찾아나선다. 그렇게 둘은 만났다.

하지만 둘의 삶은 이미 전과 같지 않았다. 분신의 등장으로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더 행복해진 반면 안토니오 클라로는 삶은 뒤틀어져 버린 것. 이에 안토니오 클라로는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에게 복수를 감행하는데…

소설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찾아나서는 중심 사건에 비해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의 사적인 생각과 일상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또한 화자는 주인공(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이 겪게되는 이야기 속에 적극 개입한다.

사실 이런 전개가 익숙하지 않아 소설을 읽기 어려웠다. 특히 문단 구분없이 길게 써내려간 글이 소설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마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테르툴리아노 막시오 아폰소의 삶처럼 말이다.

작가(주제 사라마구)는 빠른 탬포로 써내려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사건을 왜 이렇게 지루하리만치 섬세하게 끌고갔을까. 어쩌면 이런 막막한 구성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왜곡되는 이상과 불안한 직장, 책임으로 묶여버린 가정, 그 어디에도 안식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은 현대인의 마음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급기야 자신의 존재사실은 물론 의미조차도 망각하게 되었다.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랫듯,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존재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 것 같다. 그의 눈에는 우리들이 세상을 구별하고 인식하는 외형의 허상, 겉모습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게 느껴졌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두고 싶은 자존심마져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으로 <도플갱어>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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