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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강의법 무용론에 대한 재해부

 

이혜정(2014)의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한 내용인 ‘어느 하버드대 교수의 고백’은 기존의 강의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따라서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를 보여주는 하버드대 물리학과 에릭 마주르 교수의 강연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하고 있는 강연은 클리커라는 실시간 응답 버튼을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전통적인 강연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주르 교수는 강의법이 학생들을 전혀 자극하지 못함을 보여주기 위해 MIT 공대 미디어랩의 스웬손(2010)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텔레비전 시청과 일상의 허드렛일을 할 때, 그리고 수업을 들을 때는 교감신경이 주로 비활성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그는 일방적 강의를 들을 때 우리 뇌는 적극적으로 집중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다. 수업 중에 학생의 교감신경이 전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지적 스트레스나 흥분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몰입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그 해석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뇌파 측정 전문가들은 “안정되고 이완된 상태에 있을 때 기억력이 향상된다. 이완상태, 편안한 상태, 집중할 때나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뇌에서는 알파파가 발생한다. 따라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 않는 상태라고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마주르 교수는 강의법 무용론을 입증하기 위해 카펜터 연구팀의 연구도 소개한다. 이 연구는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시청하게 한 연구다. 한 집단은 아주 유창한 강의 비디오를, 다른 집단은 아주 어눌한 강의 비디오를 시청하게 한 후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비교했더니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이를 근거로 그는 “교수가 말을 잘 하면 학생들이 주의를 집중해서 많은 것을 배우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은 환상이요 착각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은 타당한가? 교감신경 활성화 실험에서 TV를 시청할 때에는 교감신경이 비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녹화된 강의를 시청하게 하는 것은 강의의 질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주의를 끌기 어렵다고 결론짓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비판하고자 할 때 그 대상의 약점에 초점을 맞춰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실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일방적 인터넷 강의와 별반 다름없는 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강의를 예로 들면서 그러한 것이 강의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가 든 예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대면 강의에서 학생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학생들이 많은 생각을 하도록 강의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터넷 강의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주르 교수가 기존 강의법을 탈피한 ‘전향 교수’로서 제시한 방법은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며 가르치게 하는 ‘동료티칭’이다. 이는 예습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강의 전에 먼저 시험을 보는 사전 인출, 강의 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는 사후 인출, 학생들끼리 하는 상호 토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해 학생들이 예습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강의를 여러 개의 연결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이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하고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면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 수준은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교수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또한 강의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기존의 교수법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자신에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 실행에 옮긴 마주르 교수의 노력이다. 교수법에 대한 책을 읽거나 남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교수법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그처럼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때 자기 스스로도 만족하는 수업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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