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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빛으로 물든 선운사에서 꽃무릇에 취해 가을을 만나다

무더운 여름 끝에 불기 시작한 시원한 바람. 쉬는 시간 창밖으로 만나는 높고 푸른 하늘과 퇴근길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붉은 노을. 출근이고 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객기(客氣)’가 든다. 가을 초입, 번식을 위해 화려하게 후다닥 피고 지는 봄꽃이 아닌 오롯이 꽃을 피우기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가을꽃에 취해보고 싶어 선운사를 찾았다. 동백만큼이나 붉은빛을 토해내는 꽃무릇을 만나기 위해.



새색시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닮은 선홍빛 꽃무릇
숲속 곳곳마다 유난히 짙은 선홍빛 꽃이 피었다. 꽃무릇. 잎사귀 한 장 없이 가녀린 연초록 꽃대 위에 붉은 꽃송이만 달랑 피워낸 모습이 마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고 서있는 새색시같다.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무릇도 황홀하지만, 홀로 바위틈에 피어있는 모습 또한 매혹적이다. 꽃이 말라죽은 뒤에야 비로소 잎이 돋아나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 한다는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젊은 스님이 불공드리러 절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를 본 후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꽃무릇의 전설 역시 애틋하다.

선운사 숲길 곳곳 어김없이 피어오른 꽃무릇
선운사에서 꽃무릇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앞, 개울 건너편이다. 산불이라도 난 듯 주변이 온통 꽃무릇으로 넘실거린다. 선운사 가는 길옆으로 흐르는 도솔천 주변에도, 선운사 절집 앞에 펼쳐진 녹차밭 사이에서도,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 곳곳에도 어김없이 꽃무릇은 툭툭 피어있다. 그 중 절정의 아름다움은 그림자를 드리워 물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워낸, 도솔천 물길을 따라 핀 꽃무릇이다. 울창한 나뭇가지를 뚫고 스며든 뜨거운 가을 햇살까지 물에 부셔지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선운사 꽃무릇은 사찰 곳곳에 온통 자연스레 피어있어 야생에 가까운 반면, 불갑사 꽃무릇은 정성들여 잘 가꾼 정원 같다. 서울 도심에서 꽃무릇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 길상사로 가보자. 위의 세 곳보다 규모는 작지만, 법정 스님의 유골을 모셔 둔 곳에서 만나는 꽃무릇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꽃무릇의 개화시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까지. 꽃무릇의 생명력은 일주일 정도로 짧기 때문에 절정을 맛보려면 9월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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