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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을 아시나요?”

아이들 마음 가꾸는 행복한 수의사


지난 9월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단체가 시상금 전액을 노인 돕기 후원금으로 기탁했다. 사단법인 ‘꿈빛소금’ 성기창 대표, 그가 운영하고 있는 울산학성동물병원은 ‘사람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중독 검사에서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던 A(15)양은 3개월 만에 ‘정상’판정을 받았고,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은 동물원 명예사육사이자 동물전문 화가가 됐다. 제대로 걷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던 B(13·지적장애 1급)양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으며, 상황에 맞는 말도 곧잘 하게 돼 가족에게 웃음을 되찾아 줬다.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성기창 원장에게 나눔과 배려, 인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최우수상, 대한민국인성교육대상 등을 수상했다. 인성교육, 나눔과 배려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울산에서 1992년 동물병원을 개업하고 지역봉사단체에 가입했어요. 처음에는 경제적 지원을 주로 했지만, 2005년 지역의 유치원 어린이가 도사견에 물려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을 뉴스를 통해 듣고서 ‘수의사인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지요. 마침 유기동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해서, 동물관련 사회봉사를 하는 것이 재능기부까지 할 수 있어 더 보람 있겠다 싶어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동물사랑 생명사랑’ 교육과 함께 동물매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제가 생각하는 인성교육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전인적 교육이에요. 우리 인간은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올바른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결국은 본능에 의존하게 되어 동물이나 다를 바 없지요.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매개교육’은 어릴수록 효과가 있나? 학교폭력 근절에도 활용된다던데.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동물에 관심이 많아요. 수의사가 직접 동물을 데려가 수업을 하면 평소 궁금했던 관심사에 적극적 반응을 보이니까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청진기를 이용해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어보고, 자신보다 약한 강아지의 심장소리를 들어보면서 ‘살아있음’을 깨닫는 거죠. 약한 존재에 대한 돌봄을 통해 나눔과 배려를 배우며, 타인을 인정하고, 동물과의 산책을 통해 규칙과 질서를 함양할 수 있기에 학교폭력 근절에 효과적이죠. 가해자의 경우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욱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폭력을 행사하잖아요. 하지만 동물을 목욕시키는 행위를 통해 나약한 존재에 대해 힘 조절하는 방법에서 배려를 배우고, 목욕 후 자신이 해 내었다는 뿌듯함을 통해 상대를 인정하게 되면서 스스로 폭력의 잘못됨을 알게 된답니다. 동물과의 상호교감활동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꿈빛소금’ 이라는 단체도 설립했다.
사단법인 ‘꿈빛소금’은 꿈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모인 비영리단체입니다. 자원봉사만으로는 동물매개교육과 치료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는 제한이 따르죠. 혼자 다할 수는 없으니까요. 동물매개활동, 교육 및 치료의 수혜기관과 장애를 가진 학부형들과 논의한 결과,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꿈빛소금’이라는 비영리사단법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함께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갖게 하는데 목표를 둡니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적적 마인드와 자신감이 심어지면 마음과 생활에도 변화가 온다고 믿습니다. 기억에 남는 친구는 많지만, 특히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가 도우미동물과 자원봉사자와 함께 5km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이 강아지가 젖을 먹고 자라고 서로 돌보는 교육을 통하여 “어머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스스로 말한 경우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반려동물이 도우미가 된 사례도 있다던데?
우선 동물도 행복해야 합니다. 치료도우미 동물은 ‘제2의 선생님’이니까요.(웃음) 선생도 함께 즐기면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꾸미’라는 도우미견과 ‘발삼’이라는 고양이는 처음에 유기동물로 병원에 왔는데요. ‘펫 에티켓교육’을 통해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어요. 도우미들은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낯선 사람을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의연하게 반응하며, 위협한다든지 기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질병에 안전해야 하고 위생관리가 잘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센터에는 ‘제2의 선생님’인 도우미동물로 개, 고양이, 앵무새, 팬더마우스, 고슴도치 등이 있습니다. 후보 도우미 동물까지 포함해 총 20마리 정도 됩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으로 이번 학기부터 교실에서의 인성교육이 필수화되었는데.
인성교육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들에게 동물과의 교감활동을 통한 ‘동물사랑 생명사랑’ 교육을 재량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연 4시간 정도만이라도 실행한다면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병원운영, 동물매개치료,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를 하다 보니, 수의사란 직업의 의미(동물의 질병과 상해를 예방, 진단, 치료하고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문직업)를 되새기게 됐습니다. 진정한 직업의 뜻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반드시 사회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한때 병원을 확장해 윤택한 삶을 살아가며 그저 흉내나 내는 봉사를 할 것인지,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웃음)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교육센터 선생님들의 인건비와 센터운영, 사무실 관리비 및 부대경비 등 몇 천 만원을 순수하게 병원 수입에서 충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 동반자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동료가 있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꿈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 모여 사회에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저는 지금도 꿈이 있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꿈은 나와 우리, 즉 지역사회의 소외계층과 동물매개활동, 교육 및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돈만 잘 벌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많지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사회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에 임한다면, 어떤 일을 하던 더 행복하고 즐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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