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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교무수첩, 교권 지켜줄 ‘변호인’

정 선생님!
작년에 따돌림 문제를 처리하다가 아이들로부터도, 학부모님으로부터도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지요? 해당 학부모님이 교장실에 찾아와서는 큰소리로 따지고, 담임한테 삿대질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자 어쩔수 없이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선생님이 겪은 학부모와의 갈등은, 경력이 적은 선생님께 많은 상처를 안겨 주었지요. 교직 생활이 30년에 가까운 저라도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상심이 클 거예요.


일단 마음 자세를 새로 다잡을 필요가 있어요. 타인(학부모)이 나에게 상처 주는 언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요. 당시 그 사건은 선생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학부모의 잘못이 대부분이었지요. 이처럼 상대방과 나의 행동을 자세히 분석하여 누가 얼마만큼 잘못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 결과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한 점이 있다면 그만큼 반성·수정·보완하면 되는 것이고, 상대방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선생님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지요. 그리고 그 상대방에게는 측은지심을 갖고 응대하시면 됩니다. 이때 제삼자의 입장에서 함께 그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동료·친구·선배·멘토 등이 내 옆에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초년교사 시절엔 멘토가 중요
다음에 제가 제시하는 몇 가지 팁이 앞으로 건너가야 할 교직 생활과 담임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 봅니다.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일으킬 개연성이 높아질 경우, 미리미리 한두 마디씩이라도 교무수첩 등에 일지 형식으로 메모해 두면 교장선생님, 교육청 관계자 등에게 객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근거가 되지요. 이런 경우에 백 마디 말보다 몇 줄의 메모와 기록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요. 날짜별·시간대별로 교무수첩 등에 정리해 놓은 일지는 결재가 필요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나의 행동을 변호해 줄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자체가 나중에 법정에서 증거물 기능까지 할 수 있어요. 많은 교사가 글로 적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겨 그냥 넘어가는데, 그러다가 까다로운 학부모를 만나서 고생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어요. 세상에는 별별 학부모가 다 있지요.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 쓰기가 힘들다면 시간대별로 단어 한두 개라도 적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확대되었을 때 이를 키워드 삼아 그 당시 상황을 문장으로 복원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전략을 주로 사용하지요.


담임교사의 가이드라인 분명히 알려줘야
담임교사로서 제 신조는 ‘친절함과 단호함을 갖춘 교사’이지요.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하고 훈련하다 보면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김현수 교수가 분석한 ‘떠들지 않는 수업’의 세 번째 조건, ‘아이들과 친하다’는 항목도 결국은 ‘엄격함과 따뜻함(firm & warm)’을 겸비한 것을 의미하지요. ‘무작정 잘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죠. 관리자가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에게 무섭게 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하면, 많은 수의 교사가 이를 잘못 이해하고 규칙 적용을 느슨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복장 위반, 언어폭력 등 웬만한 행동을 모두 용인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친절’을 잘못 이해한 것이죠. 이것은 분명 엄격하지 못하여 아이들의 잘못을 용인한 것이며, 어찌 보면 추후에 벌어질 잘못을 유발한 셈이 될 수도 있어요. 제가 학부모님께 보낸 다음 문자를 참고해 주세요.


영철이는 머리를 깎으라고 수십 번 말했는데도 안 깎네요.
일단 벌점을 주었는데···.
오늘도 안 깎으면 또 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담임 드림>


저의 의사소통의 핵심은 ‘질서 속에서의 자유로움’입니다. 너무 경직되어도 안 되고, 너무 자유로워도 안 되지요. 교사 본인이 정한 자유로움의 경계선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상한선)을 수시로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즉, 어디까지는 허용되고, 어디부터는 허용이 안 되는지 자주 설명해 주어야 해요. 의외로 똘똘한 아이들도 그 경계선을 잘 모를 수 있으며, 어쩌다 알게 된다 하더라도 바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아이들의 본질적 특징이지요. 아이들은 원래 그래요.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ADHD일수록 특히 더 그렇지요. 아이들에게 수시로 설명해 주는 힘들고 귀찮은 작업이 짜증이 난다면, 우리의 마음 자세를 다시 고쳐먹을 시기가 온 것이라 보면 돼요. 연수와 치유가 필요한 때가 온 것이지요.


교사하기 힘든 세상 … 상처받지 않는 요령도 필요
요즘 세상은 담임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어요. 까다로운 요즘 아이 한 명은 20년 전의 학생 50명보다도 더 나를 힘들게 하곤 해요. 그러나 그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직시하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선생님이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정 선생님이 상처받거나, 스트레스에 휩싸이거나, 마음이 소진(burnout)되어 버리면, 교육은커녕 자기 몸 하나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빠져 버리니까요. 본인이 건강하게 존재한 이후에 아이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육도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이들에게 주는 관심·사랑·열정의 상한선은 본인이 상처받기 일보 직전까지만 해야 합니다.


너무 과한 사랑을 쏟다 보면 아이들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내 마음의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어요. 늘 그런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주의를 기울이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사랑을, 마음을, 조금씩 나누어 주다 보면 아이들과 공감하는 코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행복한 학급생활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학급운영을 해 나가야 해요. 그리하여 나만의 개성, 우리 학급만의 특징을 갖춘 학급을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적극적인 전략을 선택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늘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학교생활이 될 수밖에 없지요. 본인이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학급운영을 계획해 보세요. 이를테면 제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의 ‘돌봄치유교실’의 게시판 중 ‘꿈쑥쑥! 학급운영’에 가보면 수백 명의 교사가 제시한 수없이 많은 학급운영 팁들이 나열되어 있어요. 여기에 제시된 그 수백 가지 전략 중에 가장 본인과 코드가 맞는 것, 머리로 이해되는 것은 물론 가슴으로도 다가오는 팁을 한두 가지 골라 한 걸음씩 옮겨 보세요. 분명 정 선생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활기와 미소에 찬 학급을 창조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용기를 잃지 말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서 후배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베테랑 교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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