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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남겨주지 않은 이유

한나라의 소광은 황태자의 스승으로 막대한 부를 이뤘다. 그러나 그는 평생 번 돈을 마음껏 쓰며 여생을 즐겼고 자식들에겐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무슨 깊은 뜻이 있었을까? 이 행동을 이해하려면 삼대 뒤엔 망하는 부자들의 운명을 고려해야 한다. 소광의 결단 “賢而多財則損其志, 愚而多財則益其過.”를 살펴보자.


같은 이야기를 정반대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를테면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과 ‘아무리 큰 부자도 삼대를 못 넘긴다’는 말은 동일한 상황을 묘사한 속담이지만 시각은 정반대다. 전자는 부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측면을, 후자는 부의 단명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의 세습이 대충 삼대에 이르러 끊어지리란 점에선 동일한 전제를 달고 있다.
왜 하필 삼대일까? 우선 엄청난 노력파였을 창업자는 자신이 이룬 부를 모두 향유할 수 없다. 그는 부를 극한에까지 확장하는데 온 힘을 기우린다. 한편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계승자는 부의 일부를 누리지만 온전히 제 것이 아니기에 지키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삼대 째 인물이 등장한다. 그에게 창업자의 노고는 한 단계 건너 남의 일이며 계승자가 누렸던 향유의 몫만 크게 보인다. 마침내 그는 당연한 것처럼 주어진 집안의 부를 향락적으로 탕진해버리게 된다. 삼대는 아니더라도 부의 소멸 과정은 대개 이 세 단계를 거친다.

한나라 때 황태자의 사부로 활약해 큰 부를 이룬 소광(疏廣)은 아주 특이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자신이 이룩한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고 죽겠다 선언한 것이다. 주변에서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겨줘야 하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원문】
疏廣曰, “賢而多財則損其志, 愚而多財則益其過.” 『明心寶鑑』「省心篇 上」
【번역문】
소광이 말했다. “현명한데 재산이 많으면 그 뜻이 꺾일 것이요, 어리석은데 재산이 많으면 그 허물만 더하게 되리라.”

소광이 누구인가? 중국판 철종 임금인 한선제(漢宣帝) 시대를 헤쳐나간 인물이다. 한선제는 강화도령으로 살다 엉겁결에 왕이 된 조선의 철종처럼 한무제의 증손임에도 역적 후손으로 몰려 평민 사이에서 자란 임금이다. 그를 발탁해 황위에 앉혀준 당대의 실권자가 바로 곽광이었다. 한무제 시대 전쟁의 신으로 불린 명장 곽거병(?去病)의 후손인 곽광은 한선제를 허수아비 황제로 내세우고 스스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연하게도 곽씨 일파의 무도함에 치를 떨던 한선제는 곽광이 죽자마자 그의 집안의 구족을 멸해 버린다. 곽 씨 피붙이를 단 한명도 살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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