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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정상화특별법이 성공하려면?

1990년대 중반 고등학교 다닐 때다. 1~3학년의 학습 분량을 2년 안에 숨 가쁘게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들께서도 그렇게 해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며 우리를 다그쳤다. 힘겨운 나날을 보낸 후 사범대에 진학하고, 교편을 잡은 지도 벌써 13년이 되어간다. 최근 교육계는 다양한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교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학생인권,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무한한 관심 등 다양한 변수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아울러 사회가 급변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만큼 학교도 변화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가끔 지역 학부모들과 교육계 이슈에 관해 얘기를 나눌 때가 있다. 최근에 이들과 나눈 대화의 주제는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동네슈퍼 사장님은 개정된 공교육정상화특별법에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선행학습 때문에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필자의 아들딸도 사교육을 받고 있다. 물론 예체능 위주이지만 비용 측면에서 만만치 않기에 사장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란 부른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교육부는 2016년 5월 29일 개정·공포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령 안’을 입법 예고했다. 학교 재학생 중 교육급여 수급권자, 한부모가족 보호대상자, 북한이탈주민 자녀 등 사회배려자가 10% 이상이거나 70명을 넘을 경우 ‘저소득층 밀집학교’로 지정하고,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선행학습을 없애겠다고 한 교육부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이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특목고에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법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해서 선행학습을 근절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정 지역과 학교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중·고교생들은 영어나 수학 과목에 대해 이미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심지어 선행학습을 묵인하는 학교들도 간혹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생들의 선행학습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평일 방과후학교는 수요자 중심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수강신청)하고 주말프로그램인 개방형 교육과정을 통해 사교육경감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만족도 조사결과 약 90% 만족함을 나타냈다.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 등 이중으로 수업준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은 힘들지만 학교 이외에 별다른 사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선행학습 허용 기준 허점 많아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순기능이 있으면 그에 따른 역기능과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인식하고 있는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의 문제점을 몇 가지 기술해본다.

첫째,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농·산·어촌 지역과 도시 저소득 밀집 지역의 산정 방식이 다소 모호하다. 같은 군 단위 지역의 경우에도 입시 및 보습학원, 교습소 수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농·산·어촌 지역이라도 학원의 숫자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정부가 이들 지역에 어떻게 선행학습 허용 여부를 결정할지 의문이 든다.

둘째, 교육부 기준대로 10%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있어 허용 지역이 지정되면 나머지 90% 학생들까지 선행학습을 받을 수 있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10%와 70명이라는 기준이다. 이 기준대로 라면 서울시 일반계 고등학교의 약 43%가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로 지정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소재 외고의 16%, 자사고 24%가 선행학습이 허용된다. 특목고들이 기회균등전형, 다양성전형 등 사회통합전형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교육부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소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면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삼으면 특정 학교와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학생들 사이에 저소득층 밀집학교라는 낙인이 찍혀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이 시행되면 정작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개설되지 않을 수 있어 그에 따른 대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넷째, 저소득층 학생들이 가정형편으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는 반면, 그 학교에 다니는 나머지 학생들은 선행학습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작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할 저소득층 학생은 소외되고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만 혜택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판여론이 일자 교육부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선행학습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좀 더 신중하게 여론을 수렴해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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