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들어 하늘은 회색빛으로 탁하기만 합니다.
덩달아 교정도 어두운 빛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잠시 주춤거리던 추위는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교정 군데군데에 패여 있던 물웅덩이에 다시 살얼음이 끼기 시작하고,
매서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듭니다.
등나무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콩꼬투리는
"탁, 탁" 요란한 지명을 지르며 터지는
한겨울의 오후. 등나무는 지금
잔인한 추위와 혹독한 일상과
현란한 봄을 그리워하며 아프게 싸우고 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