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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밑에 핀 수선화의 아름다운 자태>

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 가슴검은 도요새도 /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 앉아 있는 것도 / 외로움 때문이고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 하루에 한번씩 /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 울려퍼진다

정호승 님의 -'수선화' 중에서





<모진 겨울을 이겨낸 매화>

매화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 매화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서정주 님의 - '매화' 중에서



<봄을 화사하게 수놓는 벚꽃>

깊은 땅 속 / 마그마의 온기를 / 새 생명의 희망으로 / 품어온 침묵의 계절 / 무진한 고통과 / 불면의 밤을 인내한 /너의 몸짓이 /한갓 미풍 앞에서 / 한줄기 꽃비 되어 / 흩어지고 있구나//
찰나의 환희와 설레임을 접고 / 작별하는 너의 여로 / 숨가쁜 마지막 이별의 순간마저도 / 연분홍 비늘을 반짝이며 / 아름답게 춤추는 / 허심한 자태

이상률 님의 -' 벚꽃 흩날리는 오후'       



<소탐산의 진달래꽃>

나보기가 엮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 진달래꽃 /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님의 - '진달래꽃'



<소탐산의 산수유>

아직은 이른 봄, 바람 사나운데 / 찬비 내린 날 아침 노란 산수유꽃들/ 새앙쥐 같은 눈 뜨고 세상을 본다//
연하고 여린 것들 마음 설레게 하여 / 메마른 가지에 바글바글 붙어 있는 / 산수유꽃들 시리게 바라본다//
세 이레 강아지들 눈 처음 뜨고 / 마루 밑에서 오글오글 기어나오듯 / 산수유꽃들도 망울 터뜨리고 / 새 세상 냄새 맡으로 기어나온다 //
산수유 마른 가지에 노란 꽃들이 / 은행나무에 은행 열리듯 / 다닥다닥 맺쳐 눈 뜨는 것을 보면

조창환 님의 - '산수유꽃을 보며'



<삼동을 이겨낸 인동초>

노주인의 장벽(腸壁)에 / 무시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서리다가 /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冊曆)도 없이 /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찔레순>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 삼동을 참아온 나는 /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 즐거운 종달새야 /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 푸르른 하늘은 /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 님의 '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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