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학교 연극소품실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추억의 도시락을 발견했답니다. 노란 사각형의 양은 도시락으로 매일 아침 어머니께서 갖은 정성으로 싸주시던 바로 그 도시락이었습니다. 보리와 쌀이 5:5 정도로 섞인 밥에 달걀프라이, 꽈리고추를 넣고 볶은 멸치볶음과 신김치, 콩장, 소시지 등등 온갖 반찬이 가지런히 들어있던 양은 도시락. 요즘의 화려한 도시락에 견주어봐도 맛이나 정성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던 도시락이었습니다.
한겨울에는 조개탄이 활활 타오르던 난로 위에 양은 도시락을 켜켜이 쌓아놓고 데워 먹던 환상의 그 맛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잠금장치가 부실하여 책이며 책가방에 김칫국물이 흘러 노랗게 물들던 것만 빼고는 지금의 비싼 보온도시락보다 오히려 맛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책가방을 들고 뛰어갈 때마다 어머니가 아름답게 수놓은 분홍보자기에 싸인 양은 도시락에서 달그락거리던 수저와 젓가락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