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날의 낙서
달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거든
바람처럼 떠나는 날이 오거든
아무도 날 호출하지 않는 날이 오거든
글자 몇 개 속에 나를 심어두고
허망하게 보낸 시간들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거든
가슴에 일렁이는 파도 잠들고
셀렘도 번득임도 기다리지 않는
나른한 일상이 그래도 좋았다고
말하는 날이 오거든
하릴없이 한숨 자도 좋은
가을 하오의 햇볕에 기대어 편지를 쓰게 하소서.
-졸시
(짧은 가을 날, 아이들이 돌아간 빈 자리에서
내가 지은 일년 농사를 돌아보며 쓴 졸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