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렀던 날들의 우울한 기억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월이 데려간 일들이라 치부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날 순미가 불쑥 교무실로 찾아와 순미인줄 전혀 모르는 나에게 미움이나 원망의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반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수소문 끝에 여기 계신 줄 알아내서 찾아왔다고 담담히 말할 때까지 순미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 저 순미예요.” “저 서른이 넘어서 이제 철들어서 고입 검정 시험 치려고요. 중3 때, 몇 반 몇 번이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행정실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려는데 전산화 이전의 자료여서 입학연도와 학반, 번호 등이 필요하대요. 담임 선생님은 기억하실 것 같아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그랬다.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어 1987년에 이르면, 그 때 순미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유난히 희고 예쁜 얼굴의 순미는 조용한 성격으로 늘 교실 구석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었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학생이었지만 소위 말하는 ‘껌 좀 씹는 학생’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런 인상 때문에 내가 방심했는지도 모른다. 4월의 교정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봄 햇살은 화답하여 느릿느릿 교정에 내려앉은 어느 날, 그런 봄날에
- 강한균 경남 양산여고 교장
- 2019-01-03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