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플랫폼 거대 IT기업, 이른바 ‘GAFA’는 엑스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엑스포는 과거 전례 없는 공간과 체험 같은 ‘비일상적인 것’을 제공해 인기를 누렸지만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엑스포 전시 기술이 GAFA의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종 체험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엑스포의 세대교체가 절실한 이유다. ‘명목상 교류’ 빠지는 선진국 엑스포를 혁신하지 않으면 쇠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명목상의 교류’를 지속하는 선진국이 철수하고, 콘텐츠 강도가 떨어져 유치 신청을 하는 국가가 점차 사라진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올림픽은 비용 대비 효과의 관점에서 유치 신청을 하는 국가가 줄어들고 있다. 엑스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제3세대 세계박람회로의 전환을 통한 세대교체. 일찍이 엑스포는 제1세대 엑스포에서 제2세대 엑스포로 구조 혁신에 성공해 세대교체를 경험했다. 1세대 엑스포는 전시물이 ‘꿈같은 미래의 삶’을 유사 체험하게 해주었고, 2세대 엑스포로 전환되면서 공간을 활용해 ‘빛나는 미
우리나라와 엑스포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1893년 ‘대조선(Korea)’이라는 국호로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배경에는 근현대사의 굴곡이 있다. 일본의 압박과 청나라의 속방론, 러시아의 남하로 어지럽던 19세기 말 조선은 나라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통로로 미국에 눈을 돌렸다. 외세 압박 속 독립성 확보 고종의 칙지를 받은 정삼품 참의내무부사 정경원은 사무원, 통역원, 장악원 악공 등 12명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개막식 날 장악원 악공들은 스티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선 아악을 연주했다. 우리 가락이 이역만리 미국 땅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코리아 전시실은 박람회장에서 가장 큰 공산품전시관 안에 마련됐다. 43.3㎡ 개방형 직사각 전시실 전면과 측면에 한옥 형태로 현지에서 직접 구운 기와를 올렸다. 정면에 가마와 유리 진열장을 놓고 관복, 갓, 짚신 등 의복류와 생활용품, 군용품을 전시했다. 동양에서 온 이국적 풍모의 생활용품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물에 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이름과 용도를 영어로 써 붙였다. 이어 1900년 파리박람회에 참가했다. 명성황후의 척신 민영찬이 참가단장으로 파
우리나라가 유치하려는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핵심전략 중 하나가 ‘물고기 잡는 법’을 인류와 공유하는 방안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171개 회원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개발도상국 표심을 잡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무기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에 ‘물고기 선물’을 제시하며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략과 차별화된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발전은 물론 민주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더 나아가 BTS, 영화 ‘기생충’,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K-컬처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ODA를 받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 유일 ‘한국 사례’ 공유 우리나라가 경험한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겠다는 ODA 카드는 유치전략은 물론 인프라 사후 활용방안에도 두루 사용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4월 5일 부산을 찾은 BIE 실사단에 3차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면서 부산항 북항 양곡부두 사일로(Silo·저장소)에 ‘ODA
1970년 일본 오사카엑스포는 세계 경제의 기운이 마침내 아시아로 넘어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일본은 이 대회 포함 총 4회를 열었고, 한국은 2회(인정대회), 중국이 1회 등 최근 반세기 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개최 했다. 문화적 다양성의 자양분을 흡수한 현대 엑스포는 더는 서방의 전유물이 아닌 공생의 문명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서방 전유물 탈피 ‘새 흐름’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엑스포는 각각 아시아 최초의 기록이다. 이는 일본이 패전국에서 선진국으로 부활했음을 세계만방에 알린 드라마틱한 무대가 됐다. 반세기 넘어 일본은 다시 한번 그 성공 공식을 들고나왔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5년 개최 예정인 오사카·간사이엑스포가 그것. 일본에선 1970년 오사카엑스포 당시 청소년층을 ‘반바쿠(万博) 세대’라 한다. 반바쿠는 엑스포의 일본식 번역어 ‘만국박람회’의 줄임말. 올림픽과 엑스포를 통해 청운의 꿈을 품었던 세대가 이제 장노년층이 됐다. 그 새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를 겪었다. 21세기 들어 다시 시도하는 올림픽-엑스포 연계는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재도약을 외치는 함성이다. 일본은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