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교단수기 금상] 바라만 봐도 그저 좋은 사이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자 영어 선생님으로 처음 만난 선생님은 운산이란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서산 읍내까지 하루 두 시간씩 통학하는 촌놈의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 주셨습니다. 제 인생 타임라인을 따라 스승님으로, 직장 동료로, 삶의 멘토로, 때로는 인생 후원자로 많은 값진 경험을 선물로 주신 소중한 선생님이십니다. 1991년 3월, 3학년 1학기를 시작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는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던 시절이라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셨고, 늦겨울 찬 바람에 나부끼던 우리 집의 허름함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어머니가 홀로 키우게 된 어린 제자의 사정을 마음에 두시고 학교로 오는 장학금을 열심히 챙겨주셨습니다. 매달 노란 봉투에 직접 전해 주셨던 그 돈이 없었더라면, 당시 56만 원 남짓으로 기억하는 대학교의 첫 등록금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학력고사를 보러 가던 아들에게, "집안이 어려우니 대학에 갈 생각은 하지 말고, 공부는 잘했으니 가서 시험만 보고 오렴!"하고 미안함 가득 담아 당부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뒤
- 이한영 충남 서령고 교사
- 2022-04-18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