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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전설’ 살아 숨쉬는 김해 구산초등학교

“3월엔 입학식만, 학교 행사 일체 없어요.”



학생과 交感이 우선… 보여주기 교육 안해



구산초등학교 조경철 교장은 “새로운 교육 이론이나 방법들이 학교에 소개되면서 형식적인 실적물을 요구하는 경향이 늘고있다”며 “무작정 새 것만을 찾기보다 기존의 정책들을 잘 살려가는 내실 있는 학교운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 참 재미있다. 조회시간에 만화영화 틀어 주고, 매월 수업 시간표가 다르다. 1년 중 가장 바쁘다는 3월엔 입학식만 할 뿐 학교 행사가 일체 없다. 환경미화도 학부모 총회도 흔한 학생 임원선거도 안한다. 두툼한 교육과정 계획서는 물론이고 학교 홍보용으로 내세울 만한 팜플렛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청이 실시하는 학교 평가 점수는 하위권이다. 그런데도 한 수 배우겠다는 선생님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전설의 제국’ 가야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경남 김해. 야트막한 언덕배기 자리 잡은 구산초등학교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우리 학교예, 선생님들이 서로 올라 캅니더. 몇해 전만 해도 비선호 학교로 낙인 찍혀 꽁무니를 빼곤 했었는데 학교가 좋아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죠.” 김완규 교무부장은 만나자마자 착착 감기는 경상도 사투리로 자랑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학생 중심 교육, 교사에게 학급운영의 전권을 맡기는 교육’을 하면서 학교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많이 바라볼수록 좋습니다. 학교의 모든 일은 아이들 교육에좋으냐 나쁘냐, 또는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만 따지면 됩니다. 본질적으로 아이들 중심의 교육이 돼야 하는 것이죠.” 이 학교 조경철 교장은 “새로운 이론이나 방법들이 학교에 소개되면서 형식적인 실적물들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소모적인 작업들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에 투입돼야 할 교사의 교육력이 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까. 구산초는 3월 한 달을 수업집중기간으로 정하고 일체의 행사를 없앴다. 아이들과 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래포를 형성, 돈독한 사제관계를 맺도록 하는 ‘허니문 시즌’을 둔 것이다.

어린이 임원 선출 2월, 학부모 총회는 4월로 변경

전교어린이회 임원선출을 2월에, 학부모 총회나 수업공개, 교과 설명회 등은 4월로 옮겼다. 환경 정리와 같은 보여주기 행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활동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 걸어 두면 되는 것이지 신혼 방 꾸미듯 경쟁적으로 교실을 단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불요불급한 학교행사를 기름기 빼듯 쫙 걸러내자 학급 운영의 혼란은 줄어들고 교실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면학분위기가 조성됐다.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모토로 한 구산초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은 학교 교육목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구체화 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학교 교육목표가 교육과정 책자나 교무실 액자에는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내용을 몰라 사문화 된 것이 사실. 고민 끝에 조교장과 교사들은 가야국 김수로왕 탄생의 육란(六卵) 설화와 연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 학교 교육목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묘안을 짜냈다. 발품을 팔아 애니메이션도 제작, 조회시간에 틀어 줌으로써 흥미를 이끌어 냈다.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우리가 만들어 갑니다’란 교육목표 아래 육란 설화를 응용한 6개의 미션형 교육목표를 선정하고 그 아래 ‘매일 10분 운동하기’와 같은 손쉽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54개의 실천과제를 선정하여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꼭 배워야 할 교과 집중 수업
학교 교육과정 편성도 학생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 체계화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년별 중점과제 운영과 월별시간표. 교육과정 편성은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으로 접근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년의 단계에서 가장 필요하고 또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교육내용을 우선해 지도할 수 있도록 학년별로 중점과제를 선정한 것. 예컨대 1학년은 국어, 2학년 수학, 3학년 영어, 4학년 과학, 5학년 사회, 6학년 진로 활동 등 모두 6개 과목을 중점과제로 정하고 이들 교과의 수업시수를 늘려 배치했다.
오관후 연구부장은 “인간의 발달이 가장 용이하게 이뤄지는 최적의 시기가 있는데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도 이 같은 결정적 시기가 있다고 보고 각 학년에서 반드시 학습 해야 할 내용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다.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통합 학습 주제에 따른 ‘구산특화학습’을 운영함으로써 밀도 높은 학습과 다양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 학교만의 강점이다. 독서교육, 환경교육, 독도교육, 한국문화사교육, 인성교육, 민주시민교육, 생명교육 등 실제 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학정 교감은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면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아요. 누군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 것이죠.” 그는 “문화사 교육을 받은 5학년 학생들은 가야 문화와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며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특화 학습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4학년생 김영은(11) 양은 “딱딱하고 지루한 공부가 아니라서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며 “선생님의 설명이 지겹지 않고 직접 만지고 체험하니까 더 재밌다”고 말했다. 구산초의 학생중심 교육과정 편성은 매월 달리지는 수업 시간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개방형 블록타임제나 학년별 중점 과제 교육과정 편성, 특화학습 운영을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식 시간표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월 단위로 수업 시간표를 짰다. 월간 시간표에는 그 달에 배울 교과목과 함께 자세한 학습내용을 안내하는 등 학습 준비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 학교를 방문 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화려한 겉치례 보다 교육의 기본에 충실한 창의적이고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돋보인다” 면서 “교사들이 똘똘 뭉쳐 이뤄낸 소프트웨어 개혁이 구산초등학교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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