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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내일 향해” 다문화 교육의 베이스캠프 경기 보산초등학교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운동장을 달려 나간다. 다른 주자와 꽤 격차를 벌리며 힘차게 질주

한 한 아이는 끝내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아이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초콜릿 빛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아이의 꿈은 우사인 볼트처럼 육상선수가 되는 것. 경

기 보산초등학교에서 참된 다문화 교육 비법을 들어봤다.



사진 | 이맹호 객원기자





“딕슨, 너 달리기 1등 했어? 대단하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서는 딕슨 군(3학년)을 향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딕슨 군은 중간 놀이시간에 진행되는 교내 달리기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해 반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이 한 교실에 섞여 위화감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낯선 광경이다. “달리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흑인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외부 체육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꺼려한다. 대회에 참가한 타 학교 학생들이 피부색이 검다고 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안에서만큼은 모두가 똑같은 학생일 뿐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다”고 허일범 교장은 말했다.

다문화 교육, 공교육이 끌어안아야

보산초가 다문화 교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2012년부터. 당시 22명이던 다문화 학생 수는 2013년 30명, 2014년 현재 59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전교생이 267명임을 감안하면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2%로 높은 편이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홍보 팸플릿을 제작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치하는 등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다. 보산초 다문화 학생들은 중도입국학생, 국제결혼가정자녀, 외국인가정자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적도 파키스탄부터 러시아, 중국, 나이지리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와 함께 보산초는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관련 자료는 물론 다문화 관련 행사를 알려 다문화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포항에서 전학 온 황예지 양(3학년)은 “같은 반에 외국인 아이가 있어서 처음엔 놀랐지만 반 친구들이 아무렇지 않아 해서 이젠 함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다름’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갖는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체계적 커리큘럼 제공하는 교실적응 훈련소, ‘꿈두레반’
보산초 다문화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 맞춤형 교육이다.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베이스캠프’를 따로 마련, 적응을 돕고 있다. 다문화 특별학급인 ‘꿈두레반’이 바로 그것.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들이 일반학급에 적응하고 교과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기초 한국어 및 기초 교과를 교육한다. 이태윤 꿈두레반 담당교사는 “아이들이 저마다 한국어 활용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학년과 상관없이 개별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 부모님의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아이들을 제외한 24명의 아이들이 소속되어 있다”고 말했다.
 

꿈두레반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체육·미술 등의 교과는 자신이 소속된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고 국어, 사회, 도덕 등 언어장벽으로 수강이 버거운 교과시간에는 꿈두레반에서 개별 커리큘럼을 소화하는 식이다. 이들은 기초 한국어 능력을 배양하는 예비과정(6개월)부터 수학, 사회, 과학 등 정규 교과과정에 적응력을 키우는 특별학급과정(최대 2년), 일반학급으로의 안정적 환급까지 커리큘럼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간다.
한국 문화를 몸으로 익히는 ‘주제중심 통합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생활에 적응력을 높이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태권도, 국악, 연극 등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돼 꿈두레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악 시간에는 북, 장구 등 전통악기를 익혀 사물놀이를 하고, 연극 시간에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전래 동화를 토대로 대본을 만들고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한글 공부방 도입으로 다문화 교육과 균형 맞출 것”
이 교사는 “다문화 특별학급 교육과정을 밟은 아이들 여섯 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문화 교육에 힘써온 보산초가 올해 결실을 보게 된 셈. 예비과정부터 특별학급과정까지 다문화 교육 커리큘럼 전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정규수업 참여도 문제없어 큰 어려움 없이 중학교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보산초는 다문화 교육에 따른 역차별 문제의 해결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동두천이라는 지역 특성상 일반 학생들도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지는 않다. 다문화 학생들이 받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며 조형진 담임교사(5학년)는 역차별에 따른 위화감 조성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보산초는 이번 겨울방학부터 예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공부방’을 도입할 계획이다. 허 교장은 “다문화 학생이 아니더라도 여건이 안 돼 한글을 전혀 모르는 채로 입학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이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한글 공부방으로 교육 서비스 제공에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인생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들에게 보산초는 비를 피할 지붕과 쉬어가는 그늘을 제공하는 베이스캠프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음을 알려 다시 길을 떠나도록 독려하는 것. 그것이 보산초의 다문화 교육 비법이자,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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