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시작된 질문 수학 교실에서 매일 만나는 장면이 있다. 답을 알 것 같으면서도 손을 들지 못하는 학생, 풀이가 한 줄 어긋나는 순간 연필을 내려놓는 학생, “수학은 답을 맞히는 과목이잖아요”라며 탐구 과정보다 정답에 매달리는 학생. 아이들이 수학 앞에서 움츠러드는 마음의 바닥에는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의 오답이 곧 좌절로 이어지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수학적 원리를 이리저리 만져 보며 실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 설계해도 학생들의 질문 주도성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하면서, 모든 배움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기초 소양으로 언어 소양, 수리 소양, 디지털 소양을 꼽는다. 눈여겨볼 것은 이 셋이 서로 다른 교과에 나뉘어 담기는 별개의 목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딩은 기호와 문법으로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읽어 내는 언어이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 수학적 원리가 실려 있으며, 그 결과는 디지털 세계 위에서 작동한다. 말하자면 코딩은 세 기초 소양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드문 활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AI와 디지털 전
국제기구인 국제도서관협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IFLA)이 주최하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World Library and Information Congress, WLIC)는 전 세계 도서관·정보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요 현안과 새로운 동향을 공유하고, 국제적인 협력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제대회다. 미래 도서관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회의로 알려져 있다. 2026년 제90차 IFLA WLIC는 2006년 서울 대회 이후 20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에서 ‘Libraries Powering Transformation’을 주제로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는 총 111개 국가 및 지역에서 3,191명의 도서관·정보 분야 관계자들이 참가했으며, 205개의 세션과 회의에 305명의 발표자가 참여했다. 특히 전체 참가자의 절반이 WLIC에 처음 참가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 도서관계의 폭넓은 참여와 교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대회 기간 세계 도서관계의 최신 정책과 기술, 혁신
출근길, 무등산을 따라 청명한 가을빛의 새털구름이 펼쳐지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신호등 앞에서 잠시 하늘을 쳐다본다. 어젯밤에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산바람이 불어와 자다가 깨었다. 창문을 조금 닫고, 얇은 여름 이불 대신 포근한 이불을 꺼내어 덮었다. 그 무덥던 여름과도 어느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나 보다. 곧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에 서운해진다. 어쩌면 떠나는 그가 아니라 남은 내 시간 줄어듦이 아쉬운 것이리라. 여름아, 내년에 다시 보자. 그때는 조금만 더 성질 죽이고 오렴. 정 보고 싶으면 겨울에라도 널 찾아가마. 아름다운 가을날 산으로 가지 않고 연구실로 왔다. 어머니는 눈만 뜨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셨다. “엄니, 세상일 혼자 다할라고 그요? 저승사자가 문 앞에 와서 가자 해도 앞산 자갈밭 풀 마저 매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허겄네요. 따라가면서도 마치지 못한 일이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게 생겼네. 호미 내려놓고 가을 꽃구경 가십시다.” “누근들 일허고 싶어서 허것냐. 눈에 보인디 어떻게 안 허겄냐. 외갓집 식구들처럼 광주 아파트로 이사 가서 풀이 눈앞에 안 보이면 좋은디 그것이 맘대로 되냐. 일도 못하는 니 아버지는 싫단다.” 말은 그렇
느리고도 느린 교육개혁, 그럼에도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백약이 무효라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국민 다수가 16년간 초·중·고·대학 학생으로서 지낸 기간과 학부모로서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던 16년간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육에 관해서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전문가 이상으로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해 간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육만 느리게 변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교육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서, 교육이 잘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다. 유·초·중등 교육기간은 어린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우리 교육이 나라를 살리는 근간이 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교육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하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내 아이만을 위한 좀 더 특별한 교육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 새끼만 좋은 교육을 받아 제일 좋은 대학에 가고’, 졸업 후 돈 잘 버는 직업을 독차지하려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소위 ‘내 새끼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교육은 나날이 출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수업은 기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업목표를 세우고 학습내용을 조직하는 방법,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과 피드백, 다양한 교수·학습모형과 전략을 익힌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수업전문성의 중요한 바탕이다. 그렇다면 좋은 수업방법을 알고 능숙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 수업은 배운 방법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용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수업안으로 수업해도 교사마다 수업의 모습은 다르다. 학생이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을 때 그대로 지나갈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다시 물으며 새로운 탐구로 이어 갈 수도 있다. 준비한 활동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질문을 바꾸거나 설명의 순서를 조정하기도 한다. 수업은 계획에서 시작하지만 학생을 만나는 순간부터 계획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교사는 학생의 표정과 자세, 말과 침묵을 살피며 교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다. 질문을 바꾸고, 한 학생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주고,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을 다른 학생의 생각과 연결한다. 아이즈너(Elliot Eisner, 1983)는 이러
촉법소년의 휴대전화는 수사 과정에서도 좀처럼 손대기 어렵다. 형사상 피의자가 아니어서 강제수사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살인·강간 같은 중대한 범죄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남부지검 신혜진 부장검사는 새교육 인터뷰에서 첫 대목부터 이 지점을 꼬집었다. “촉법소년들의 잔혹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한계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핸드폰 포렌식도 못 해요. 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기에 재범률도 높습니다.” 소년·학교폭력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자격을 보유한 그는 “현행 제도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고 단언했다. “촉법소년들의 강력·흉악 범죄 등 중대 범죄는 이미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었지만, 형사처벌 대신 받는 사회봉사명령이나 보호관찰을 실질적 제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그가 꺼내 든 해법은 두 가지였다. 살인·강간·마약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을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하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인원은 2019년 8천615명에서 지난해 2만 1천95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소년원에 수감되
프롤로그 _ 사막으로 떠난 지리 교사 올해 1월, 두바이쫀득쿠키를 사려고 오픈런을 하던 시기에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가게 되었다. 지리를 가르치는 나에게 아라비아반도는 건조 기후 지역이자, 기술로 자연환경의 제약을 극복해 온 지역이며, 에너지 자원의 중심지로 교과서에서는 익숙하지만 실제 모습은 늘 궁금했던 곳이었다. 아랍에미리트의 1월은 반소매에 얇은 긴팔 외투를 걸치면 적당할 만큼 여행하기 좋은 시기였다. 역시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달랐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싶은 것도 있었고, ‘이렇게까지?’ 싶은 것도 있었다. 사막 위에 만들어진 이 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모래 위에 세운 도시 두바이는 건설에 진심이다. 화려하고 독특한 건물이 즐비한 한편 개발 중인 지역도 엄청나게 많다. 아니, 도시 전체가 건설 중인 느낌이었달까? 숙소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예약했더니 개발 중인 신도시였는데, 주변 공사 부지가 온통 모래였다. ‘아, 여기 사막이었지!’ 지금은 초고층 건물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두바이는 작은 해안 정착지에서 출발했다. 주민들은 어업과 진주 채취에 종사했고, 두바이 크리크(바닷물 수로)를 중심으로 해상무역도 이루어졌다. 이후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이사장 박광수)가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해운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다. 작년부터 경쟁 영화제로 전환해 올해는 14편의 영화가 ‘부산 어워드 대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며, 총 315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류승룡, 김고은, 신민아, 주지훈 등 국내 톱스타는 물론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 프랑스 국보 배우 이자벨 위페르 등 세계적인 배우를 비롯해 은하철도 999 극장판을 연출한 85세 린 타로 감독도 25년 만에 내한해 해운대의 밤을 밝힐 예정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의 특징으로 ▲글로벌 위상 강화 ▲관객 관람권 확장 ▲경쟁 부문 영향력 강화 ▲애니메이션의 약진 ▲성대한 게스트 참석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와 성취에 대한 헌사 등을 꼽았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쳐서는 안 될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칸·베니스 영화제와 어깨 나란히 … 달라진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 지난해 영화제 출범 30주년을 맞이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경쟁 체제로 전환했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은 지난 3월 부산국제영화제를 ‘A-List’ 영화제로 공식 선
아파트, 필수재에서 신분재로의 변화 사람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를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 부르며, 이러한 것들을 경제학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재’라고 한다. 의복과 음식이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것처럼, 비바람을 피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집 또한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재다. 그리고 집 중에서도 ‘아파트’는 현재 전체 주택의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표준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친 뒤 돌아와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며, 소중한 가족의 안녕과 평온을 지켜내는 쉼의 울타리. 이처럼 일상을 회복하고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물리적 안식처라는 점이야말로, 집이자 아파트가 지닌 가장 본질적이고 순수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아파트는 이러한 1차원적 거주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주거라는 필수적인 쓰임새 위에, 타인과 나를 구별 짓고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신분재’로서의 가치가 덧씌워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아파트를 고를 때 단순히 방의 개수나 내부 구조의 안락함만을 따지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의 경제적 체급을 어떻게 증명해 줄 수 있는지를 함께 고
일잘러를 꿈꾸는 삐끗교사의 오답노트 (좌충우돌성장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180쪽, 1만 7,000원) 현직 교사들이 마주한 실수의 순간과 상황별 대처법을 모아 엮은 학교 생존 전략 모음집. 경력과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교직생활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응한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찔했던 학교 안 에피소드를 통해교사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위기 상황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팁을 소개한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은 따로 있습니다 (홍순범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252쪽, 1만 8,500원)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뇌과학적 관점에서 10대 청소년과의 올바른 소통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춘기 특유의 반항과 예민함을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닌 뇌가 재정비되고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으로 분석한다.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3단계 대화법’과 감정 자극을 줄이는 ‘감정 대화법’, 아이의 말과 마음을 한 걸음씩 확인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 ‘잔걸음 대화법’ 등 실용적인 소통 기술을 소개한다. 교실 바깥의 마음 (최지혜·하고운 지음, 롤러코스터 펴냄, 224쪽, 1만 7,000원) 동갑내기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