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세상에! 수원에서 열리는 참가 마라톤 인구가 이렇게 많다니? 내가 신비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참가 선수나 응원단이나 발걸음에 활기, 활력, 기운이 넘친다. 벌써 참가자 여러 명이 주위 시설물 주위를 가볍게 뛰면서 몸풀기 워밍업을 한다.
지난 4월 20일 아침, 풀코스 참가자 출발을 보려고 수원종합운동장으로 바삐 향한다. 이곳에서 제23회 경기마라톤대회(주최 경기일보, 경기도육상연맹)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위 도로는 교통통제 상태이고 운동장으로 모이는 인파가 예사롭지 않다. 인파를 관찰하니 선수 한 명에 가족 두 명이 동행한다. 예컨대 아빠가 선수로 출전하면 아내, 자식 한 명이 보인다. 오늘 대회 참가 선수가 1만2000명이니 응원단까지 합하면 총 집결인원이 3만 명이 넘는다. 벌써 운동장은 참가자와 응원가족으로 꽉 찼다.
대회를 앞두고 고교 친구인 강신오(69)의 초대를 받았다. 그는 수원마라톤 클럽(약칭 수마클) 회원인데 이번 대회를 풀코스(42.195km) 500회 완주 기록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회원 중 풀코스 200회 여성 도전자도 있고, SUB-3(풀코스 3시간 이내) 100회 도전자도 있다는 것이다. 26년 된 동호회의 기록 풍년이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수마클 회원 기록이 나왔을까? 나왔다. 수마클 회원 331명 중 150명이 선수로 참가했다. 강신오 풀코스 500회 4시간 30분 6초, 이명희(여) 풀코스 200회 4시간 49분 5초, 이용근 풀코스(SUB-3) 100회 2시간 59분 3초, 김은아(여) 풀코스 3등 3시간 8분 5초, 김태권 남자 5km 2등 17분 4초.
오후 1시경 클럽 회원과 지인들의 박수 속에 고울 지점을 통과한 오늘의 주인공 강신오를 만났다. 표정이 밝고 지친 기색이 없다. ‘드디어 해 냈다’는 환희의 표정이 역력하다. 인간 강신오의 승리다. 가족, 지인들이 축하 화환을 걸어주고 기록 축하 현수막을 펼쳐 사진을 찍고 얼싸 안고 사진을 찍는 등 축하의 장(場)이다.
우리나라에서 마라톤 풀코스 500회 완주했다는 기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말한다. “건강하게 부상 없이 꾸준히 마라톤을 즐기며 생활을 했다는 의미이고, 이런 대기록의 밑천은 건강 체력을 수마클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했다. 수마클 회원들의 다수 기록 달성은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감독직을 이어 왔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부상 없이 꾸준히 운동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생활체육인 강신오에게 마라톤 약력을 물었다. 평택항 대회(2002.10.27.)에서 10km 완주를 시작으로 전국마라톤협회 동계대회(2003.1.26.)에서 완주에 이어 런너스페스티발대회(2003.5.18.)에서 풀코스 완주 첫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풀코스 첫 기록은 4시간 12분 22초. 그는 해외마라톤 18회 참가 중 미국 하모니 마라톤 하프대회 65~69세에서 1위를 차지(1:33:55)했다. 그는 국내대회는 꾸준히 참가, 23년만에 500회 달성의 꿈을 이뤘다. 지금은 월 2회 풀코스 대회를 참가한다.
2003년 첫번째 풀코스 완주 후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복받치는 감정이었고, 인생에 있어 ‘나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회는 파주통일마라톤(2006.10.29.)에서 50대 3위를 했을 때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3시간 13분 44초, 최고 기록이다. 100회는 경남 고성(2008.1.20.), 200회는 손기정 평화(2014.11.23.), 300회는 서울국제마라톤(2019.3.17.)다. 기억에 남는 대회는 민통선을 달렸던 강화해변마라톤, 철원마라톤, 양구마라톤이고 해외는 42.195km 달리는데 응원이 계속되는 베를린마라톤이라고 회상한다.
마라톤 하면 무엇이 좋은가? 그가 마라톤에 빠진 이유는? IMF를 맞이하고 건강 검진을 했는데 간기능도 나쁘고, 골다공증 초기에 당뇨 초기 진단을 받았으나 지금은 마라톤으로 건강한 삶은 유지하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는 마라톤이 최고이고, 마라톤을 하고 나서는 피곤함도 없고, 항시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마라톤이란 무엇일까? 오늘 수마클 자체 축하 행사 주인공으로서 소감을 물었다. “마라톤은 삶의 일부가 되었고, 중년에게는 제2의 인생이모작에 좋은 수단으로 느낀다. 이 모든 것이 클럽에 가입하여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축하 잔치를 베풀어 주신 클럽의 우성상 회장 이하 임원진, 회원분들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간직하면서 열심히 계속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 입문을 망설이는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즉시 망설이지 말고 시작을 하라. 초보자라면 부상 없는 운동이 중요하다.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은 필수이자 기본이다. 대회 참가 시에는 컨디션을 유지가 필수다. 앞에 누가 간다고 앞질러가면 낭패를 부른다. 나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묵묵히 가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마라톤은 기본으로 꾸준히 즐기며 하면서 공정여행가로서 여행과 강의도 하고 봉사단체인 디지털나누미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하여 노인정, 복지관, 작은도서관 등에서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수원문화재단 산하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영상과 라디오 방송 제작도 하고 아내와 같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