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의 제후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곧은 사람을 발탁해서 굽은 사람 앞에 두면 백성들이 따릅니다.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앞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습니다."(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 <論語·爲政>)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에 대한 공자의 생각은 매우 간명하다. 누가 곧은 사람이고 누가 굽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일이 문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곧은 사람과 굽은 사람을 판단해야 할 몫이 주권자인 국민 각자에게 있다. 유권자인 개인이 지혜롭게 투표해야 할 엄중하고 무거운 책임을 절감해야 할 사명이다.
그러니 국가가 혼란해졌다면 일차적 책임은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에게 있다. 그의 품격을, 인격을 알아보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 좀 더 나아가면 그를 검증해줘야 할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의 평소 언행과 살아온 이력을 샅샅이 살펴서 파묘에 가까울 정도로 검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백성이 어리석다 하여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며, 백성이 비천하다 하여 억압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임금이 백성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백성을 잃으면 보통사람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백성이야말로 임금의 하늘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성이 임금의 하늘이다'는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그 의미가 매우 넓어진다. 직장의 상사가 부하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생기면 갑질이 된다. 교사가 학생을 대함이 인간적이지 못하면 이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이는 곧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표현이다. 상대방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행위에 관한 말이다. 그러니 문제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거의 모든 것의 문제의 시작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세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길목에 서 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여기서 더 혼란한 시대가 오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뿜어내는 불안한 리더십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현실이다.
지금이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임을 절감하는 중이다. 우리 국민 각자가 나라의 잎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여 안전하게 이 나라의 배를 이끌어갈 믿음직한 선장이 필요하다. 부실한 지도자가 거덜낸 경제를 살려내고, 실추한 국제적인 신뢰감도 회복해야 한다.
곧은 사람을 보는 안목, 그의 정책을 꼼꼼히 살피는 일, 과거의 행적이나 언행을 살펴야 함은 당연하다. 얼마나 좋은 실적을 냈는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곧은 사람인지 굽은 사람인지 탈탈 털어내 검증해주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짜 뉴스가 빈발하는 현실이니 이를 가려내는 유권자의 눈과 귀는 더욱 매서워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