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박하사탕’. 장안의 화제인(극장에서보다 극장 밖에서 더 요란한) 두 편의 우리영화를 보셨나요.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영화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그 평가가 참 재미있더군요.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은 사회성 짙은 심각한 영화, ‘거짓말’(감독 장선우)은 포르노성 강한 나쁜 영화라는 '모 아니면 도'식의 평가가 압도적이었거든요. '박하사탕'은 맛이 없고 '거짓말'엔 '진실'이 없다는 얘긴데, 과연 그럴까요.
‘박하사탕’은 평범한 남자의 인생역정을 시간을 거슬러 역추적한 영화입니다. 개인과 사회적 폭압의 상관관계를 조명했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금 펼쳐지는 장면이 조금 전에 본 장면의 원인, 다음에 볼 장면의 결과로 이어지는 구성이 오히려 흥미진진하다고나 할까요.
스토리는 없고 허황한 눈요기거리만 있는 영화에 길들여진 눈엔 착실한 줄거리가 있는 것까지도 신선하게 다가오지요. 그럼에도 재미없는 심각한 영화라는 선입견을 갖고 ‘봐야 할 영화’지만 ‘보고 싶은 영화’대상에서는 대개 제외하고 있더라구요.
‘거짓말’은 다들 아시다시피 유부남 조각가와 10대 소녀의 파격적 사랑을 그리고 있지요. 폭력에 길들여진 남자,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남자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여자의 가학·피학성 사랑이 주류를 이룹니다. 작품성 높은 영화라 하기는 어렵지만 감독은 이런 사랑이 단지 변태일 뿐인지, 변태와 정상의 경계는 무엇인지, 나아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분명히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성찰은 전혀 없는 ‘포르노 영화’로만 평가하고 있는거죠. 영화는 관객의 취향에 맞춰 제작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면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현실을 따라야 하니까요. 흑백논리로 단정하고, 그 것을 남에게 강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사회의 경직된 가치관이 변하지 않고서는 영화의 발전은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자, 아직도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