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의 올바른 역사교육을 목적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평화교재실천교류회’가 올해 세 번째로 개최됐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일본교직원노동조합 등 양국 교원단체 관계자 및 교사 40여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일본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주제로 7~9일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윤종건 한국교총 회장은 7일 개회식에서 “후소샤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0.4%에 그쳤지만 일부 역사적 사실들이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사교육자들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진실에 입각한 올바른 역사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중학교용 교과서가 다시 채택되는 4년 후에도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지 히데오(莊司 英夫) 일교조 중앙집행 부위원장은 “한국 측과 평화교재를 공동연구하고 검증하는 작업 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며 “역사를 정확하게 전달해 나가는 것이 저희들에게 부과된 과제인 만큼 일본교직원조합의 교육실천에 대하여 정확한 시사와 방향성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7일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리포트 발표, 8일 초등학교의 교환 수업 , 9일 역사 유적 탐방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미에懸 15년째 교류 프로그램 진행
“학생 눈높이에 맞춘 수업방법 필요”◆ 중학교 리포트
요시다 타케시(吉田 剛) 교사는 미에현에서 15년째 진행되고 있는 ‘화·우정·하모니’ 프로그램을 통해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우정․하모니’는 욧카이치시(四日市) 조선초중급학교와 욧카이치 시 시내에 소재한 여러 중학교간 교류회의 명칭. 1990년2월, 조선초중급학교가 근린지구의 요쇼(幼小)중학교 측에 학교참관을 초대한 것을 계기로 교류가 시작됐고 1993년정식으로 출범됐다. 1994년부터 참여학교가 확대돼 현재 12개 학교가 교류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야외공원에서의 레크리에이션(대형 줄넘기대회·퀴즈 워크 랠리·집단 게임·프리 토크 등) 등으로 행사가 진행됐지만 현재는 음식문화의 교류도 이뤄지고 있고 교사·학생은 물론 보호자도 포함하여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며, 평화우호의 역사를 오늘에 되살려, 평화 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이어 나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수업도 전개하고 있다. 요시다 교사는 참가학생과 교사들이 책상위에서 배우는 것보다 친구가 되어 거기에서 얻는 것이 양식이 된다며 교류회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교사는 하지만 “교류 가능한 학생수도 이전에 비해 적어지고 있고 수업일수 확보라고 하는 일본의 교육정세로 인해, 재일한국인·조선인 차별문제를 학교 내에서 취급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작금의 국제적 문제를 고려할 때, 교류회를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금 재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종선 서울동작중 교사는 “민족주의 일변도의 서술방식을 재고하고 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인정제로 변경하면 좋은 교과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교육현장의 교사가 지금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며 “만남을 통해 이웃의 필요를 느끼게 된다면 윈-윈(win-win)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작은 역사가’로서 역사적 상황 속의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특정 관점이나 특정 인물의 입장을 선택하여 서술하게 하는 ‘역사쓰기’라는 수업방식 사례를 소개하고 “역사쓰기를 지도한 결과 학생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수업방식에 혼란스럽고 귀찮기도 했지만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역사인물과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역사를 실감나게 학습할 수 있으며, 사고력을 기른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눈높이 역사교육”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1박3일의 도깨비투어가 성황을 이루는 현실에서 교과서는 언제까지 이웃 일본을 미워하도록 서술해야 할까?”라는 의문점을 제시하고 “국사교육이 한국민의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방향 수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상호 교류만이 인식변화의 해결책”
반감보다 사실 판단 제공기회 절실◆ 고등학교 리포트
우에나카 마사유키(植中 政之) 교사는 “현 교육위원회 발행의 ‘히로시마현 교육자료’ 1998년도 판에는 ‘평화교육’에 총 4페이지가 할당돼 있었으나 2005년도 판에는 1페이지로 줄었고, ‘국제이해교육’ 역시 3페이지에서 2페이지로 줄면서 재일한국인·조선인 아동· 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이 사라졌다”며 히로시마현 교육행정의 현실을 소개했다.
“일본이 한국에 자행한 침략행위에 대해 학교에서는 거의 배우지 못했고 그후에 학습한 내용이라는 것도 실상은 과거의 문제로서 지식으로서 접한 것이었을 뿐, 자기의 미래의 삶의 태도와 연관된 문제로서 인식된 적은 없었다”는 우에나카 교사는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의 관계, 재일한국인·조선인 차별문제를 교재화할 때마다 ‘만남’이 없이는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왔다”고 설명했다.
우에나카 교사의 학교에서는 재일한국인·조선인과 함께 김치를 담그거나, 교내 조선문제(문화)연구부 활동의 일환으로 재일한국인·조선인을 초청하여 조선문화(조선요리나 가면 만들기 등)를 배우며 그것을 문화제에 전시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해 왔다. 또 전전(戰前)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의 삽화를 교재로서 제시해 당시의 시대배경을 따라 삽화를 바꾸면 초등학교 1학년에게 전달되는 내용도 함께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에나카 교사는 “문화를 달리하는 사람들과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작금의 일본학교 역시 차이를 인정 하지 않는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직원 스스로 만남을 실천하고, 그 만남을 자신의 삶의 태도와 연관해서 생각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범희 서울중앙고 교사는 1학년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과제로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직접 경험한 분들과의 인터뷰를 하거나, ‘No 역사왜곡 Yes 동아시아 평화’(
http://www.ilovehistory.or.kr)에 들어가서 ‘역사교과서 채택반대 캠페인’에 서명하고 ‘역사교과서 채택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에게 격려 메일 보내기’에 참가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또 국사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수업을 통해 “왜 후소샤 교과서가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했다.
박 교사는 “임나일본부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러한 수업이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또 이 과정에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