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주는 전통적으로 기사당이 집권하고 있는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 속한다. 이미 독일 학교 내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핸드폰의 진동소리, 신호음뿐만 아니라, 도난 사고는 문제가 되어왔다. 그런데 전격적인 핸드폰 사용금지령이 내려진 것의 발단은 지난 달 바이에른 주의 임멘슈타트의 한 하우프트 슐레에 학부모의 제보로 이루어진 경찰 기습 수색이었다.
이 때 압수된 핸드폰들에는 잔인한 폭력, 하드코어 포르노 동영상이 담겨있어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바이에른 주의 사회부장관 크리스타 스타벤스는(기사당) 이에 대해 “정말 충격적이고 혐오스럽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또 “발견된 자료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핸드폰 안에 무엇이 저장되었는지 점검할 것을 부탁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 포르노 동영상이 교내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통해 유포되고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 청소년보호 운동단체’의 대표 엘리자베트 자이퍼르트는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 핸드폰 사용 문제에서 경제적 측면에만 집중했다”며 이 지역 학부모를 위한 ‘핸드폰사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교육에서는 학부모에게 자녀들에게 핸드폰을 사줄 때 유의해야 할 점, 핸드폰 사용법 등을 골자로 진행될 예정이다.
‘블루투스’ 기능의 경우 들어본 적도 없는 학부모가 대다수다. 즉 이 ‘블루투스’ 최신형 기능을 통해 동영상을 핸드폰 간에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하는 동영상 교환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러나 이러한 교내에서의 핸드폰사용 금지에 대하여 반발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이에른 레알슐레 교사협회 회장 안톤 후버는 “1%의 비행 학생들 때문에 99%의 학생들까지 피해를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우리 교사들에게는 핸드폰 검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할 일들이 많다”며 바이에른 주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러한 경찰기습수색으로 문제가 되었던 임멘슈타트 하우프트 슐레의 교장도 “수업시간에는 핸드폰이 꺼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부모의 메시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가족들은 핸드폰이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인데, 금지를 한다면 문제가 많을 것”이라며 전면적 사용금지에 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학생들이 핸드폰을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내에서 사용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핸드폰에 실제로 사용되는 것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누가 매일 학교 운동장과 화장실에서까지 핸드폰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겠는가?”라며 데겐도르퍼 학교 교장은 바이에른 주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주 당국은 핸드폰 금지령을 고수할 방침이다. 나머지 다른 주들도 바이에른 주 의 교내 핸드폰 금지령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일치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 시 당국은 교내의 핸드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는 대신 학생들의 미디어 교육강화에 주력할 방침을 내렸다.
베를린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인 베르너 뭉크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도발적인 장면을 다운로드해서 전달하는 것은 사춘기적 행동이다. 이로써 아이들은 어른처럼 되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범죄집단처럼 몰아세우지 말고 이 문제도 다른 교육 문제처럼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를린시 당국은 모든 학교에 폭력미화와 포르노그라피 적인 영상물의 위험성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시간을 갖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또 베를린 교육청 반 폭력 전문가인 베티나 슈베르트는 학부모가 더욱 적극적으로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핸드폰의 고성능 테크닉을 탓할 것만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인간 멸시적인 내용의 표현물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