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조사서 때문에 고민이다. 엄마가 재혼해서 성이 다른 남동생이 있는데 작년에도 조사서 때문에 모든 게 드러나 남다른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학기 초 학생상담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며 일선 초ㆍ중ㆍ고교에서 걷고 있는 가정환경조사서가 학생, 학부모에게 차별의 고통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학생에게 '정상-비정상 가정'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8일 가정환경조사서로 인한 학생ㆍ학부모 차별사례를 수집한 결과를 발표하고 "매년 새학기만 되면 교육인적자원부 민원창구나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가정환경조사서에 대한 불만이 속속 올라오지만 폐지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매개로 발생하는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어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다양화하려는 노력과 학생상담 과정에서 학생과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정 가족형태만 '정상' = "학기 초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아온 딸 아이가 부(父)란에 아빠 대신 학부모 참여수업에 간 적이 있는 외삼촌을 쓰면 되냐고 물었다. 조사서가 다양한 형태로 나왔으면 좋겠다" 민우회는 대부분의 가정환경조사서의 기입란이 부모, 조부모, 형제 등 이성애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의 범주 안에서 작성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단체는 "어려서부터 접한 조사서 양식에 들어맞는 가족 형태만 제대로 된 가족이라고 학습한 학생들은 한 부모 가족, 조손 가족,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 등도 가족의 형태라는 점을 간과하고 편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 "드러난 가정환경→차별" = 민우회는 학생이 제출한 가정환경조사서에서 드러난 개인정보로 '흠'이 있는 학생은 교사와 다른 학생으로부터 차별을 당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서를 통해 부모 중 한명만 있는 '한 부모' 가정에 속해 있거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다고 밝혀진 학생을 대하는 교사, 반 친구, 다른 학부모의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교사가 따로 불러 면담하는 사례, 똑같이 싸움을 해도 한 부모 가정 아이에게 '혼자서 짐이 무겁겠지만', '가정에 문제가 있으나'라는 말을 하는 사례, 교사가 부유한 학생을 편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우회는 교사에 의한 차별뿐 아니라 허술하게 관리된 조사서의 정보가 다른 학생, 학부모의 귀에 흘러들어가 따돌림, 남다른 시선 등을 받게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하며 조사서 관리를 엄격히 해 학생 정보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