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앙뚜완느 드 생텍쥐페리(1900∼1944)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본사는 그의 대표작 '어린왕자' 공연을 기획, 학교를 찾아갑니다. 2차 세계대전중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 정찰 비행중 행방불명된 생텍쥐페리의 짧은 삶은 '어린왕자'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막 오르기전 어린왕자에 얽힌 그의 생애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난 '어린왕자'에는 생텍쥐페리의 '길들임'의 철학이 담겨있다. 내가 길들였기에, 그래서 나의 것이기에 그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이며 더없이 소중한 것. 때문에 우리는 그 숱한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을 택하게 되는 것이겠지....
세계 제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생텍쥐페리는 조국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망명이었다. 그는 이미 소설 "야간비행"과 "인간의 대지"로 미국에서 더 명성을 얻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외로웠다. 조국은 독일의 지배 하에 있었고 세상은 점점 더 그의 이상과는 달리 전체주의 나치의 포화 속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언젠가 해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봤어. 아저씨도 알거야. 몹시 슬플 땐 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지거든..." 마흔 세번. 어린왕자를 쓰던 그때 그의 나이는 마흔 셋이었다. 어린왕자는 1943년 뉴욕에서 처음 발간되었다. 조종사인 작가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홀연히 나타난 어린왕자와의 만남과 이별을 회상하는 "어린왕자"는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어릴적 화가가 되고 싶었던 생텍쥐페리는 그의 꿈과 고독, 사회풍자를 자신이 직접 그린 삽화 속에 진한 슬픔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나치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유태인 친구 레옹베르트에게 바쳤다.
어린왕자는 그의 별 소혹성 B612호에서 왔다. 그곳에는 그가 매일같이 보호해 주어야 할 변덕스런 장미가 있었다. 그러나 장미를 위협하는 바오밥나무 때문에 어린왕자는 늘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왕자는 그 장미와의 불화로 자신의 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도착한 지구.
그는 사막에서 만난 여우를 통해 길들임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된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네가 장미꽃에 소비한 시간 때문에 네 장미가 그토록 중요하게 된거야. 사람들은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지마.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영원히 책임을 져야해. 넌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난 내 장미꽃에 책임이 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떨어진 지 1년이 되던 날, 그는 두고 온 장미를 책임지기 위해 자기 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어린왕자는 나무가 넘어지듯 조용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무겁지도 않은 몸뚱이를 가지고 자신의 별까지 갈 수가 없어 그는 낡은 껍질처럼 육신을 버린 것이다.
어린왕자의 죽음을 생텍쥐페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이라고 썼다. 길들임의 의미를 알고 그 책임을 지려했던 사람이 사라진 곳의 풍경은 아름답고 쓸쓸하다. 어린왕자가 쓰러진 그곳에서 그 몸이 사라졌듯 생텍쥐페리 역시 죽음의 흔적을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작은 별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정찰비행사로 참전했던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31일 마지막 출격을 나갔다가 실종되고 만 것이다. 유해도 전투기 파편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중의 하나에서 살고 있고, 내가 그 별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될거야. 그리고 위로 받으려 할 때는 나를 안 것이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가 되지, 나하고 웃고 싶어질 거고, 그리고 가끔 그냥 창문을 열겠지...."
"아저씨, 나도 별을 쳐다 볼테야. 모든 별들은 녹이 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이 되겠지. 그 별들은 내게 마실 물을 퍼 줄 거야. 그건 아주 재미있겠어! 아저씨는 5억 개의 방울을 갖는 거고, 나는 5억 개의 샘물을 갖는 거야...."
어린왕자와의 헤어짐을 슬퍼했던 생텍쥐페리. 그가 우리곁을 떠난지 56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그와의 헤어짐을 이제 더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생텍쥐페리와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가 했던 것처럼 맑은 밤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세요.
어린왕자의 웃음소리가 방울 소리 같이 들려 오지요. 5억 개의 별에서 5억 개의 방울이 흔들리지 않나요. 생텍쥐페리의 방울이 달랑이며 그리고 반짝이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