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건천학교에게/안녕, 잘 있었니?/내가 건천학교를 떠난 지도/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지?…/동물들이 학생이 되어 주었으면…/학생이 되어 주었으면/학교가 폐교되지 않았을 건데, 그지?/내가 사랑하는 건천학교야 잘 있어! -너를 사랑하는 미림이가(충남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폐교된 건천분교에 열한 살 미림이가 보내는 글)
지난 한 해 통폐합으로 없어진 학교는 927개. '편리함'과 '효율성'을 앞세워 우리는 따뜻한 삶의 여백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무참히 도려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충남 금산군 건천면 건천리 건천분교. 교사 1명에 정식 학생은 2명뿐인 가장 작은 학교. 하루에 네 번밖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짜기. 지금은 폐교돼 두 아이는 버스로 40분 걸리는 학교로 통학을 한다.
폐교되기 전 미림이와 시내는 김장수 선생님과 함께 한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축구, 배구는 하지 못했어도 딱새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아이들은 폐교 이후 '작은 학교에서 왔다고 무시당하며' 전학간 학교에서 어색하게 적응해 가고 있다.
"동물들이 학생이 되어 주었으면 학교가 폐교되지 않을 건데" 라고 아쉬워하는 미림이의 편지는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그 어떤 글보다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마가을). 지난 한해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연재됐던 작은 학교 10곳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그 곳 아이들과 교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느낌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고 있다.
강릉 부연분교, 남해 미남분교, 죽변 화성분교, 태백 하사미분교, 금산 건천분교, 봉화 남회룡분교, 단양 보발분교, 여주 주암분교, 제주 선인분교, 무주 부남분교 등 두메산골과 낙도에 자리잡은 10개 분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감자밭을 매고 고추를 따고 여섯살 난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해숙, 카메라만 들면 앞니 빠진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 준재, 개구리를 집어던지며 신나게 놀았다는 이야기를 일기에 적어놓은 찬홍이,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면서도 언제나 맑은 얼굴로 아이들을 대하는 양해남 선생님, 교직생활 30년이 넘어 산골학교로 찾아들어와 마침내 보람을 찾았다는 황옥순 선생님….
이곳에는 ‘왕따’도 없고 학원도 없고 성적에 대한 고민도 없다. 다만 자연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과 이들의 성장을 돕는 선생님, 폐교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뿐이다.
지난 한 해 통폐합으로 없어진 학교는 927개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채워 주던 삶의 여백이 '편리함'과 '효율성' 앞에 무참히 도려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골마을에서, 오도카니 떠 있는 섬 마을에서 햇살처럼 울려나던 아이들의 웃음마저 우리는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제논리에 앞서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다. '소중한 것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