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짓쿄(實敎)출판사의 고교 역사교과서 필자인 미야하라 다케오(宮原武夫) 전 지바(千葉)대학 교수는 24일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한일 교과서 세미나'(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에서 두 종류의 일본 역사교과서를 택해 각각 1960년판과 1994년판을 비교분석했다. 미야하라 전 교수는 일본 내에서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비판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인물.
야마카와 출판사의 '상설 일본사'와 산세이도 출판사의 '삼성당 일본사'를 살핀 그는 강화도조약 등에 대해서는 일본의 침략 의도가 드러나는 문구로 고쳐졌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이 많다는 요지의 분석 결과를 내놨다.
우선 1994년판 '상설 일본사'와 '삼성당 일본사' 교과서의 강화도조약 기술에 대해 그는 "모두 1974년부터 종래의 '일선(日鮮)수호조규'라는 차별적 명칭을 '일조(日朝)수호조규'로 바꿨고, 강화도 사건에 대해서도 '우연성'을 나타내는 기술을 삭제, 일본의 침략의도를 알 수 있는 기술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설 일본사'는 "1875년 4월, 조선과의 개항 교섭에 임했던 일본 사절은 조선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해로 측량을 명분으로 군함의 파견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고 기술하고 '삼성당 일본사'도 본문에서 이전의 '우연히'를 삭제하고 "강화도사건이 일어난 것을 기회로 강경한 태도를 취해 조선에 일조수호조규를 맺게 했다"고 기술하는 등 기존의 일방적 역사인식을 다소 탈피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야하라 전 교수는 "한국 고교 국사 교과서가 '국권 강탈' '국권 피탈'이라고 표현한데 비해, 일본인에게 익숙한 '일한병합' '한국병합'이라는 용어는 이것이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행해졌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인에게 그것은 완전히 사실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처럼 식민지 지배를 합법으로 보는 용어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므로 일본의 일부 정치가의 '망언'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교과서의 용어와 기술을 살펴 봐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에 대한 서술이 "무의식적으로 식민지 시대의 조선사관을 계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을 꼽았다. 일본 우익과 자민당이 이른바 '교과서 공격'을 통해 일본의 침략적 근대사를 지속적으로 왜곡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미야하라 전 교수는 1994년판 '삼성당 일본사'와 '상설 일본사' 교과서 모두 3.1운동에 대해 "'민족자결의 세계적인 풍조에 자극 받아' 혹은 '민족자결의 국제여론에 고무되어'로 쓰는 등 3.1운동이 제1차 세계대전 등 외적인 원인에 의해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들이 한국 근대사를 여전히 단편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병합과 식민지배를 합법화ㆍ정당화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제도 아래 교과서 집필ㆍ편집자는 아직도 낡은 조선사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근대사는 식민지 시대의 한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한국 민중의 고난과 저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일본 민중의 역사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