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24일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도로와 철도, 수자원 등 기반시설에 관한 내용 중 807건을 가려내 교육부에 개정을 요청해 결과가 주목된다.
건교부가 수정을 요청한 내용에는 가치 판단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아 교육부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인 데다 건교부 분석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적지않게 발견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우리는 세계 4번째 고속열차 개발국" =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고속열차를 개발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과서에는 열차와 관련한 자료 사진으로 70-80년대의 낙후된 구형 기관차나 일본의 신간센 등 선진 외국의 고속열차 사진만이 실려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열차와 관련된 내용의 설명 자료는 대부분 KTX나 한국형 자기부상열차의 사진을 쓰도록 요청했다.
열차와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이 틀린 교과서도 많았다.
K사 역사부도는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최초로 전차가 운행된 연도(1899년)를 1898년으로, 경부선 개통 연도(1905년)도 1904년으로 잘못 썼다.
또한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는 경의선을 비롯해 동해선과 경원선 등도 있지만 상당수 교과서는 경의선만을 언급했으며, 그나마 경의선 '복원' 공사를 '착공'으로 잘못 기술한 경우도 있었다.
◇ '귀성전쟁?' 이제는 '귀성행렬' = 건교부는 명절 때 귀성 차량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교통 체증을 빚는 현상에 대해 더 이상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건교부는 명절때 고속도로가 막히는 현상을 '귀성전쟁'이라고 표현한 K사, D사 교과서에 대해 귀성전쟁 대신 '귀성행렬'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건교부는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사진에 "조금만 참아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얼마나 기다리시겠니" "명절 때마다 정말 죽겠군. 아버지, 아직 멀었어요?"라는 부자의 대화를 풍선말로 삽입한 D사 교과서에 해당 사진을 다른 일반적인 고속도로 사진으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ITS 등 첨단 교통정보 시스템과 철도 수송률 향상 등으로 명절 도로 정체현상이 많이 완화됐기 때문에 귀성전쟁이라는 표현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 "댐 관련 내용 너무 부정적이다" = 건교부는 교과서에 댐이 가져다 주는 순기능을 좀 더 보강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특히 건교부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댐 건설에 대한 문제점' 대목에서 "댐이 인체에 영향을 미쳐 호흡기 계통의 질병을 유발시킨다"고 표현한 데 대해 댐 건설과 질병의 관련성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 부분의 삭제를 요청했다.
또 이 교과서의 "댐 건설로 인해 안개가 끼어 농작물의 성장이 더디어진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건교부는 댐 건설과 농산물 생산 감소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막연한 추측일 뿐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역시 삭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건교부는 "우리 나라는 국제연합이 정한 물부족국가에 해당한다"는 표현은 "국제적인 분류에 의해 물부족 국가에 속한다"는 표현으로 바로잡아줄 것을 요구했다.